니까야로 읽는 대승기신론
『대승기신론』의 구조를 새롭게 해명하다
박경희
중도기획 디자인실장
『니까야로 읽는 대승기신론』
이중표 역
464쪽 | 양장 제본
값 33,000원
불광출판사 펴냄
『대승기신론』은 왜 어렵게 느껴지는가. 이 책은 그 이유를 『대승기신론』이 제시하는 마음의 구조를 고정된 실체처럼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대승기신론』의 핵심은 어떤 절대적 실체를 설정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이 논서는 중생의 마음이 어떻게 미혹에 빠지고, 또 수행을 통해 어떻게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지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저자는 『대승기신론』의 중심을 ‘중생심’에 둔다. 중생의 마음은 세간과 출세간, 미혹과 깨달음, 생사와 열반의 가능성을 함께 지닌 자리다. 따라서 이 논서에서 말하는 진여와 생멸은 서로 단절된 두 세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마음이 연기적으로 전개되는 두 측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구조를 초기불교의 연기법과 수행론을 통해 해명하는 한편, 일반시스템이론의 시각으로 그 유기적 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 결과 『대승기신론』은 추상적 형이상학의 텍스트가 아니라, 괴로움에서 벗어나 깨달음에 이르는 마음의 과정을 설명하는 수행의 논서로 다시 자리매김한다.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인 특징은 『대승기신론』을 단순한 교리 해설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마음과 삶 전체를 하나의 생명 시스템으로 파악한 뒤 현대의 일반시스템이론을 바탕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중생의 괴로움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무명과 집착, 분별로 인해 마음의 구조와 기능이 왜곡된 데서 비롯된다. 이런 점에서 중생은 본래의 가능성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고장 난 생명 시스템’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승기신론』이 말하는 진여와 생멸, 미혹과 깨달음, 생사와 열반은 서로 단절된 두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생명 시스템이 왜곡과 혼란에 빠진 상태와, 다시 조화와 균형을 회복해 가는 상태를 가리키는 두 측면이다.
저자는 일반시스템이론을 통해 『대승기신론』의 핵심 구조를 더욱 입체적이고 명료하게 풀어내며, 수행이란 결국 왜곡된 생명 시스템을 본래의 질서로 회복시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과정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 결과 『대승기신론』은 인간 존재의 구조와 괴로움의 원인, 그리고 그 치유와 전환의 길을 체계적으로 밝혀주는 수행의 논서로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바는 분명하다. 『대승기신론』은 결코 관념 속에 머무는 논서가 아니다. 우리가 왜 괴로움에 사로잡히는지, 집착과 분별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리고 그 마음이 어떤 수행을 통해 전환될 수 있는지를 밝히는 실천의 텍스트다. 다시 말해 『대승기신론』은 ‘중생의 마음’에서 출발해 ‘깨달음의 마음’으로 나아가는 길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중표 교수는 초기불교의 통찰과 현대적 이론 틀을 함께 활용해 『대승기신론』의 구조와 의미를 새롭게 드러낸다. 그 결과 독자는 이 고전을 더 이상 멀고 난해한 교학의 언어로만 읽지 않게 된다. 『니까야로 읽는 대승기신론』은 대승불교의 핵심 논서를 수행과 연기의 맥락, 그리고 시스템 구조 속에서 다시 이해하게 하는 보기 드문 성과로, 『대승기신론』 이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