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상
화광전통미술연구소, 중국국가박물관수복연구원
천단공원은 명․청대 황제들이 매년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던 곳이다. 베이징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전체 면적은 270㎡로, 이는 천안문 광장의 7배에 달하고 고궁의 3배라고 한다. 명나라 영락 4년(1406)에 지어지기 시작해서 영락 18년(1420)년에 완성되었다. 15세기 초 명나라 때 천지단을 만들어 하늘과 땅에 함께 제사를 지냈는데, 중엽에는 사방 교외에서 각각 하늘, 땅, 해, 달에 제사 지내는 제도를 실행했다. 그 중 이곳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이어서 천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천단공원은 황제가 제천의식을 거행하던 곳으로 중국에 현존하는 최대 단묘건축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 외에도 베이징에는 고궁을 중심으로 사방에 각각 태양, 달, 땅의 신에 제사를 지내는 일단, 월단, 지단이 있다.
천단은 매우 파격적인 구조를 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주요 건물들이 모두 원형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중국인의 우주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은 땅은 네모, 하늘은 원형이라고 믿는 천원지방사상을 바탕으로 지상의 집은 모두 사각형으로 지었다. 그러나 지상의 건축물인 천단은 하늘과 통하는 천상의 가옥이라고 하여 원형의 지붕으로 지었다. 당시의 황제들은 스스로를 천자로 여겼기 때문에 대자연을 숭배했으며 천지를 숭배하고 제사를 지내는 것은 황제의 중요 업무 중 하나였다. 따라서 당시 건축가들은 하늘을 상징하는 건축물을 짓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내단의 북부는 기곡단 건축군이고 남부는 원구단 건축군으로 되어 있으며 길이 360m의 해만대도가 남북을 종관하면서 두 단을 하나의 유기적인 종합건축물로 연결시켜 놓았다. 내단의 서쪽 모퉁이에 제궁이 있고 재생정, 신찬주방, 신고 등 부속 건물이 있다. 외단에는 신낙서, 회생소 등 건물이 있어 천단을 하나의 완전하고 전형적인 예제 건축군으로 만들고 있다. 명・청대를 걸쳐 모두 22명의 황제가 이곳에서 600여 회의 제천의식을 거행하였다.
남에서 북쪽으로 원구단, 황궁우, 기년전, 환건전 등과 그 밖의 신주축, 재성정, 재궁 등의 건물과 고적이 늘어서 있다.
천단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명확하게 내벽과 외벽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북쪽의 벽은 원형, 남쪽의 벽은 사각형인데, 원형은 하늘을 상징하고 사각형은 땅을 상징한다. 또 북쪽 벽은 남쪽 벽에 비해서 높은데, 이 역시 천고지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두 개의 벽은 천단을 내단과 외단으로 구분하는데 주요 건축물은 내단에 있다.
천단은 자금성 못지않은 경이로운 건축물이다. 북쪽에는 기년전과 황건전이 있고 남쪽에는 원구단과 황궁우 등 모두 세 개의 건물로 되어 있는데, 각 건물은 인상적으로 쭉 뻗은 대리석 통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동서남북 모든 방향으로 출입문이 나 있다.
기년전은 천단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기곡전이라고도 하며 봄에 황제가 풍년을 기원하던 곳이다. 그 구조 형식은 위는 집이고 아래는 단이며 3층 처마는 층층이 작아지면서 우산 형태를 이루고 있다. 기년전 높이는 32m 밑부분 직경은 24.2m다. 6m 높이의 둥근 백옥석대 위에 우뚝 솟아 있는데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듯 기세가 비범하고 웅장하다. 이 기년전을 받치고 있는 것이 바로 기곡단인데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단은 직경 68.2m, 중단은 79.6m, 하단은 90.8m다.
기년전의 중심이 되는 4개의 기둥은 춘하추동 4계절을 상징하며 직경이 1.2m 높이는 19.2m에 달합니다. 둘레의 길이가 보통 사람의 두 아름을 넘는다. 그 주위에 각각 12개의 기둥이 두 줄로 둘러싸고 있는데 안쪽의 12기둥은 1년 12달을 상징하고, 외층의 12개 처마기둥은 하루를 12시로 나눈 것을 상징하며 보정 아래의 뇌공주는 황제의 천하통일을 상징한다. 천장에는 용이 그려져 있다. 기둥에 사용된 목재는 전부 운남성(雲南省)에서 운반해 온 것이다.
회음벽은 전문 신주를 모셔놓는 사당으로서 속칭 침궁이라고 한다. 높이 19.5m 밑부분의 직경 15.6m 규모의 목조구조이며 지붕은 8개 기둥에 의해 지탱되고 대들보가 없이 두공을 쌓아올렸으며 천정판이 층층이 축소되어 아름다운 궁륭식 천정을 형성하였다. 기년전을 축소해 놓은 듯한 아담한 건물이다.
원구단은 천단의 주요 건물 가운데 하나이다. 흰백옥석 난간으로 둘러싼 3층 석조 원대로서 높이 5m, 옥처럼 희여서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동짓날 황제가 하늘에 풍년과 태평성대에 대한 감사를 드리고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제천의식이 거행되는 곳으로, 명실상부한 천단이라고 할 수 있다.
원구단은 3층으로 되어 있는데 각 층의 4면에는 9단으로 된 계단이 있다. 각 층의 주위에는 정교하게 새겨진 백옥으로 된 난간이 있는데 그 난간의 수는 모두 9의 배수이다. 상층의 지경은 9장 중층은 15장 하층은 21장인데 합치면 역시 9의 배수인 45가 된다.
원구단의 상층 중앙에는 원심석이 있는데 상당히 관광객의 흥미를 끄는 곳이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 또한 재미가 있다. 이 돌 위에 올라서서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면 그 소리가 크게 들릴 뿐만 아니라 메아리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위치에서 듣거나 소리를 낼 경우에는 이런 현상을 느끼지 못한다. 옛날 황제들은 이런 현상을 신성화시킴으로써 백성들의 복종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