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
선재어린이집 교사
5월이면, 구룡재단의 유치원 및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설레는 가슴으로 연등축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연희단으로서의 준비를 합니다.
이제는 연등축제에서 구룡사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꽃분홍 예쁜 색시들의 연등축제의 하루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5월 19일(토) 오전 9시
구룡재단의 8개 유치원,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곱게 땋은 머리와 연분홍 화장을 하고 구룡사로 모였습니다.
각 원별로 한 달 동안 연습해온 것들을 처음으로 맞춰 보려니 마음처럼 쉽지는 않지만, 그녀들의 열정은 넓은 7층 법당이 좁게 느껴질 만큼 가득했지요. 등을 이용한 가무를 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한삼을 이용한 가무를 준비하다보니 동작들이 커지면서 힘은 더 들었지만, 축제에서 구룡사를 대표하게 될 막중한 임무에 기대와 설레임으로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들이었어요.
오후 1시
절에서 맛있는 나물들을 곁들여 점심을 든든히 먹고, 행사가 열리는 동국대에 도착을 했어요.
저마다 색색의 고운 옷들로 멋을 낸 다른 많은 사찰들의 연희단들과 함께 식전 리허설을 참가한 후, 행사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 준비된 대기실에서 잠깐의 간식타임…. 열심히 뛰고 먹는 간식이 꿀맛 같습니다.
오후 4시
한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한 그녀들의 실력을 뽐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뜨거운 태양볕 아래 흐트러졌던 몸과 마음을 다잡고, 대기실을 나와 대운동장으로 향합니다. 조금씩 김병조 아저씨의 들뜬 목소리와 운동장을 가득 채운 불자님들의 함성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수많은 관중들과 덕 높으신 스님들, 방송카메라와 망원렌즈가 달린 사진기들 앞에 서려니 떨리는 맘도 없지 않을텐데 싱글 벙글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들의 모습이 싱그럽기까지 합니다.
오후 5시
‘1등단의 구룡사!!’를 외치는 김병조 아저씨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드디어 무대에 입장~.
‘나눔 행복의 꽃씨’라는 축제의 노래에 맞추어 군무가 시작되었어요. 꽃분홍의 색시들 손에 들린 하얀 한삼도 바람에 너풀너풀 춤을 추며 축제를 한껏 즐기는 듯합니다.
오후 6시
연희단 공연과 법회를 무사히 마치고, 연등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제등행렬을 준비해야 해요.
간단히 김밥으로 저녁을 해결한 후, 옷과 어울리는 연분홍의 등을 챙겨 들었습니다. 구룡사 신도 분들이 길을 내어주시며 환영해주셔서 인지, 발걸음이 더욱 힘찹니다.
오후 7시
수많은 불자들이 모여 함께 등을 밝히고, 연도에 늘어선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행진하는 뿌듯함은 환희 그 자체였어요. 그녀들은 피곤함도 잊은 듯 연신 손을 흔들며 ‘안녕하세요’를 외치고 또 외쳤지요. 그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였는지 행렬 중인 그녀들을 보며 진행 아나운서는 구룡사의 귀여운 어린이들이라며 기분 좋은 오해(?)의 멘트를 보내기도 합니다.
오후 10시 회향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연등축제의 하루가 조계사까지의 제등행렬로 마무리 되었어요. 언제까지나 힘이 넘칠 것 같던 꽃분홍 색시들의 얼굴에도 피곤함이 묻어났지만, 마음만은 너무나 뿌듯한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는 아이들 곁에서 배움과 사랑의 꽃씨를 뿌리는 선생님이 아닌, 시민들에게 행복의 꽃씨를 뿌려 불심을 함께 나누는 역할을 해 준 그녀들이 너무나 멋지죠?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연등축제를 빛내어 줄지….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