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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과 조연

성운星雲 스님
대만 불광산사 개산조


십 수년 전에 미국의 오스카 상, 대만 영화 금마장에는 모두 최고 감독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최우수 각본상, 최우수 음향상 등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이들 영화제는 최우수 감독상 등의 상 이외에도 최우수 남우조연상, 최우수 여우조연상이 생겨났습니다.
소위 주연은 신분의 높고 낮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도원삼결의桃園三結義’ 속에서 유비, 관우, 장비는 주연이 아니며, 계획을 생각하고 제 세력이 정립하는 정세를 이룬 제갈공명이 주요인물입니다. ‘서상기西廂記’의 장생과 최앵앵도 주연이 아니고, 중매역할을 하는 홍랑이야말로 전편 상연연극의 핵심인물입니다. 송 인종 시대에서 오늘날까지 여전히 당대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인물은 포청천(包靑天: 999~1062)입니다. ‘인생은 연극과 같고 연극은 인생과 같다’는 말은 현실생활에서 주연이 꼭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신분이 그 역할과 잘 맞기만 하면 조연도 곧 주연이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조연이 주연에 비해 반드시 차이난다 할 수도 없습니다. 연극 같은 인생 속에서 조연이 역할을 잘 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사실 화병花甁도 화병 나름의 용도가 따로 있습니다. 만약 화병이 전체 실내배치를 더욱 우아하게 만들어서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화병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사람들이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성공인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위대한 남자의 뒤에는 반드시 어질고 총명한 아내가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위대한 남자는 주연이고, 지혜로운 여자는 조연이라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과법因果法에 비춰 논한다면, 좋은 조연이 없으면 좋은 주연도 있을 수 없습니다.
연꽃이 아무리 좋더라도, 비교적 푸른 잎이 곁에서 받쳐주어야만 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인물들, 특히 정계를 종횡 무진하는 정치가나 무대 위를 활약하는 연기자들에 대해서, 주연의 풍채를 감상만 할 것이 아니라 조연의 인내를 더욱 인정해야 합니다.
한 회사에서 이사장이 편하면 사장은 고생합니다. 그것은 바로 주연이 쉬우면 조연은 그것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지요. 많은 시민단체의 이사장이 일해야 할 때, 사무처장이 수고하는 것이 바로 조연의 소중함입니다.
사실, 주연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은 조연도 맡을 수 있고, 조연을 맡을 수 있다면 주연도 맡을 수 있습니다. 유망한 사람은 역할을 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유능한 부모는 가정에서 주연이고, 자식이 자란 후, 청년이 된 자녀가 곧 주연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연이 되고 싶어 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주연 역을 할 수 없다면 분수에 만족하고 직무를 감당할 만한 조연을 하는 것도 상당히 귀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