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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함께 하는 부처님오신날

불기 2563년입니다. 연호의 기원은 2643년 룸비니동산에서 탄생하신 싯다르타 태자께서 출가자의 길을 걷고 정각을 이루신 후 45년 동안 전법을 하시다가 쿠시나가라에서 열반에 드신 해를 따른 것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열반에 드실 때까지 80년은 청정법신淸淨法身이요 원만보신圓滿報身이며 천백억화신千百億化身으로 우리 곁에서 사시다가 대반열반大般涅槃에 드셨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대반열반에 드시기 80년 전, 사월 초파일에 룸비니 동산에서 탄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천상천하天上天下에 유아독존唯我獨尊이요 삼계개고三世皆苦하니 아당안지我當安之하니라” 하시며 오른손으로는 하늘을, 왼손으로는 땅을, 사방칠보四方七步 하시며 걸으셨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초식
동물들이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일어나서 어미의 젖을 먹고, 이네 걷고 뛰는 것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고 할 수만은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무수히 일어나고 선입견이나 우리의 시각, 우리의 생각으로 규정지어지는 것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처님의 탄생게誕生偈에 “하늘 위 하늘 아래 우리 모두는 존귀하도다.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가 모두 고통과 괴로움 속에 있으니 내가 마땅히 그들을 편안케 하리라” 하신 가르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이면 언제나처럼 떠오르는 곳이 룸비니동산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의 노랫말이기도 합니다.
 
꽃 보라 흩날리는 룸비니 동산
한 줄기 찬란한 빛이 우주를 덮고
거룩한 싯달태자 탄생하실 때
유아독존 큰 소리 온 누리 퍼지네.
사뿐히 자욱마다 바치는 연잎
태양보다 밝은 등 높이 드옵시고
사생四生의 모든 고난 녹여주시네
이 세상에 오신 날 사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 사월 초파일


40여 년전 봄, 네팔과 인도를 순례할 적에 룸비니동산의 대평원에서 새벽 녘, 수많은 새들이 노래하는 것을 들으며 주체할 수 없이 몇 날을 두고 글을 써도 끝맺지 못할 것 같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마무리하고 객관적인 생각으로 보듬어야겠다 싶어 다음과 같이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룸비니 동산은, 룸비니 동산은, 룸비니 동산이었다.”
블랙홀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우주까지는 아니지만, 우리가 느끼고 이해하는 허공만 생각해봐도 허공은 불생불멸不生不滅이요 불구부정不垢不淨이며 부증불감不增不減한 자리입니다. 그 안에서 끝없는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일어나고, 생주이멸生住離滅의 성주괴공成住壞空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의 몸은 큰 틀로 보면 지수화풍地水火風은 노, 병, 사의 과정을 두고 시간적으로 진행되어가고 있지만,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은 눈치도 못 채는 사이에 소멸되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지구는 눈치도 못 채고 있는데 허공 안에서는 수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은하계에서는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도솔천兜率天 내원궁內院宮에서 발원을 하셨습니다.


“내가 중생을 이끌어 완성시키지 아니하면 누가 그들을 이끌어 완성시키겠는가. 내가 중생들을 조복하지 아니하면 누가 그들을 조복하겠는가. 내가 중생들을 교화하지 아니하면 누가 그들을 교화하겠는가. 내가 중생들을 깨닫게 하지 아니하면 누가 있어 깨달음을 얻게 하겠는가. 내가 중생들을 청정케 하지 아니하면 누가 그들을 맑고 깨끗한 삶을 살게 할 것인가. 이것이 내 의무요 내가 응당히 해야 할 일이다.”                                                
                                           『화엄경華嚴經』


부처님께서는 진리의 실상을 열어서 보이시어 그 깨달음의 세상으로 우리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 땅에 출현하셨던 것입니다. 남들이 하기 힘든 일은 내가 먼저 등짐 지듯 맡아서 하고, 누구든지 그 일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스스럼없이 내려놓고 떠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죽었다고 생각하고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살아서 죽은 것처럼 내려놓고 지켜보는 것, 얼마나 매력 있는 일입니까? 숨 한 번 안 쉬면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일들을, 백년도 살지 못사는 인생을, 천년만년 살 것처럼 쥐고 있어서야 불편해서 어찌 살겠느냐는 것입니다.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고 스스럼없이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체념하고 살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에 일어날 땐 천년만년 살 것처럼 힘과 용기로 하루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시작된 하루를, 하루 끝에 잠자리에 들 때는 ‘오늘밤이 마지막 밤이지~~~’ 하고 스스럼없이 누울 수 있는 그런 인생이야말로 복된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
중국의 태허太虛선사는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좋은 환경의 도량에서 훌륭한 스승과 좋은 도반과 함께 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으면, 하신 말씀이 ‘먼저 사람이 되어라’ 하셨습니다.
선사의 이 가르침은 모든 중생들이 내 복 밭이고 선지식이라는 가르침입니다.
모범을 보이는 이는 귀감을 삼고 허물을 보이는 이는 경계를 삼으면 모두가 다 스승일 것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저는 지금까지는 대단히 이기주의자였습니다. 제가 좋아서 구룡사에서 살고 있는 것이고, 제가 좋아서 불교에 몸담고 있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스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도 그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전생에도 스님이었다는 것, 다음 생에도 인간 세상에 다시 와서 출가자의 길을 걷겠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초하루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 남겨둔 날입니다. 이 시기야말로 이웃들과 함께 절에 오기 좋은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봄날입니다. 이웃과 친척, 형제, 가족들에게 부처님말씀 하시기 좋은 때입니다. 같이 절에 가자고 말하기 쉬운 때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걸어가십시다.


‘나를 바른 법에 들게 하고, 이와 같이 배우고 익히고 닦아서 모든 이들의 마음에 어김없는 삶을 살도록 하리라’하는 염원이고 발원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