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오랜 시간 앉았다 갑자기 일어서거나 온탕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일어났을 때, 자다가 벌떡 일어났을 때 눈앞이 핑 도는 어지러움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우리는 이런 어지러움을 대부분 빈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지럼증을 느꼈다고 해서 단순히 빈혈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 우리 몸이 혈압을 높여 주지 못해도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증상은 빈혈보다 기립성 저혈압과 더 관련될 수 있다. 일어나면서 순간적으로 혈액이 뇌까지 도달하지 못해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고 어지러움을 느끼는 기립성 저혈압 증상에 철분제를 복용한다면 원인과 처방이 다르므로 당연히 어지럼증은 낫지 않는다. 빈혈은 피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현상이고 저혈압은 실제로는 피가 부족하지는 않지만 뇌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빈혈과 기립성 저혈압은 증상이 비슷하나 그 원인과 결과는 전혀 다르므로 주의 깊게 살펴보고 치료방향을 따져 봐야 한다.
수축기혈압 80mmHg 이하, 확장기혈압 40mmHg 이하일 때를 저혈압이라고 한다. 안정된 상태에서 3번 이상 혈압을 측정하여 평균값이 그 이하로 나온다면 저혈압이라고 볼 수 있다. 저혈압은 가정에서 여러 차례 혈압을 측정만 해봐도 알 수 있다. 저혈압이 생기면 기본적으로 어지럼증이 잦고 쉽게 피곤해진다. 어지럼증이 심하면 갑자기 쓰러지거나 구토가 나오기도 한다. 혈액순환이 안 되기 때문에 몸이 무겁고 식욕이 떨어져서 식사량이 줄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계절로는 요즘 같은 여름철에 저혈압성 어지럼증이 더 많다. 온도가 높아지면 피부혈관이 확장되면서 저혈압이 더 쉽게 오기 때문이다. 저혈압은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흔하고 체질적으로는 몸이 냉한 체질에 속하는 소음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피부가 하얗고 자주 붓은 사람이나 마르고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 저혈압이 잦는 편인데, 연일 무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는 올 여름은 원기가 부족해지면서 저혈압 환자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빈혈의 정확한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하지만 간단한 방법으로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눈꺼풀을 손으로 젖혀서 점막의 혈관을 살펴보는 것이다. 빈혈이 있는 사람은 점막이 핏기가 없이 창백함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한쪽 엄지손가락으로 다른 쪽 엄지손가락의 손톱 윗부분을 눌렀다가 떼어보는 것이다. 손톱 뿌리부분이 흰색인 것과 다르게 붉은색을 띠는 손톱 윗부분은 손가락으로 누르면 흰색으로 변했다가 손가락을 떼면 금방 원래의 색으로 돌아가야 정상이다. 손가락을 떼고 나서 1초 이내에 원래의 색으로 돌아가지 않고 손톱이 계속해서 흰색으로 남아 있으면 빈혈을 의심할 수 있다.
어지럼증이 자주 생기는 사람은 상기와 같은 혈압측정과 빈혈확인 방법을 통하여 저혈압성 어지럼증과 빈혈성 어지럼증을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으므로 참고하기 바란다.
근육이 약한 노인이나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 직장여성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기립저혈압은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특히 운동은 혈압과 관계가 깊어 저혈압 환자에게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욕심을 부려 격렬한 운동을 하기보다 걷기 요가 체조 등의 유산소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권유한다. 보리차 등 충분한 수분섭취가 중요한데, 이는 수분섭취가 많으면 체액량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혈압은 오르게 되는 까닭이다. 이때 적당한 소금 섭취를 해줘서 마신 물이 소변으로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술 탄산음료 커피 등은 탈수를 유발해서 저혈압이 심해지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피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저혈압에 효과적인 약재와 처방이 아주 많다. 대표적으로 십전대보탕 팔물탕 사물탕 쌍화탕 등의 보약처방이 원기가 허하고 진액이 부족한 저혈압에 좋은데, 이런 처방들은 원기를 보충하고 혈을 소통시켜 오장육부의 신진대사를 원활케 함으로써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개선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