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담 스님
이상한 나라에 왔다
사람들 모두 머리에 태산은 아니고
큰 집 하나씩 얹고 다닌다
수염은 대왕의 수염이고
크거나 작은 초생달
칼 하나씩은 차고 다닌다
큰 신전을 중심으로
황궁같은 건물들이 거리를 만들고 있다
물고기떼들 물속에서 유영하듯
거리에는 흰색과 주황색
터번을 쓴사람들이
밤의 어둠을 밀쳐내며
알 수 없는 주문처럼 물결치고 있다
나는 지금
그 물결 속의 작은 수초 한 뿌리
흐린 하늘 사이로
반쪽 달 하나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오늘밤 나는 이들이 가고 있는
저 영원한 나라에 따라가던가
이대로 곧장
돌아오지 못하는 침몰의 밤을 맞을 것인가
나는 정말
말로만 듣던 경계의 바로 그 길목 흐린
물결 속에서 홀로 헤엄치고 있다
어떤 행운이 있어야
이 물속에서 꼴깍꼴깍 마시는 물이
평생에 다시는 마셔볼 수 없는
물 한 모금일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이상한 나라에 와서
처음으로 꾸는 꿈을 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