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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까대왕 일대기 담은 장편소설

마음이 열리는 불서이야기 / 아소까대왕


김명환
불광출판사 제작부장



『아소까 대왕』
정가 전3권 각 18,000원
정찬주 지음
145×215mm
1권 352쪽|2권 328쪽|3권 352쪽
불광출판사 펴냄



세계사·종교사·불교사에 전무후무한 발자취를 남긴 군주이자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을 전 세계로 퍼뜨린 최고의 전법사
아소까대왕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불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인도 최초의 통일 제국이자 인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시기였던 마우리야왕조(BC 317∼BC 180). 마우리야왕조의 제3대 왕인 아소까대왕은 즉위 9년, 선왕들의 숙원이었던 인도 남동부 깔링가국 정벌에 나선다. 보병 60만 명, 기병 10만 명, 코끼리부대 9천 명을 이끌고 남하한 아소까대왕은 치열한 전투 끝에 마침내 전쟁에서 승리하지만, 돌아온 건 승리의 성취감이나 최강의 군주가 되었다는 자긍심이 아니었다. 대신 널브러진 수십만 구의 시체와 전장을 붉게 뒤덮은 피를 보며 그는 전쟁의 참상을 뼈저리게 느낀다. 아소까대왕은 더 이상 무력이 아닌 담마(Dhamma, 法)로 세상을 통치하리라고 선언한다.


“나의 군사들이여, 나는 오늘 애지중지하던 칼을 다야강에 버렸다. 칼은 결코 나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놀라지 마라. 나는 오늘 이후부터 칼 대신 담마로 세계를 정복할 것이니라. 담마는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담마를 공포하여 알려야겠다. 나는 사람들에게 붓다의 가르침을 가르쳐야겠다. 그러면 사람들은 담마를 듣고, 담마를 따르게 되고, 그들 자신을 향상시키고, 담마를 받아들여 아주 달라질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나는 담마칙령을 공포해 왔고 많은 붓다의 가르침을 시달할 것이다.
- 『아소까대왕』 3권 중에서


불교에 귀의한 아소까대왕은 본격적인 담마 통치에 돌입한다. 수도 빠딸리뿟다성에 아소까라마(불교 사원)를 지어 날마다 6만여 명의 수행자들에게 공양하고, 잠부디빠(옛 인도 이름) 전역에 8만 4천 개의 절을 짓고, 삼보디(보드가야)와 룸비니를 비롯한 부처님 성지를 순례하면서 가는 곳마다 석주와 탑을 세운다. 뿐만 아니라 아들 마힌다와 딸 상가밋따, 동생 비가따소까, 사위 악기브라흐마, 외손자 수시마를 출가시키고 전국에 담마 칙령을 공포해 백성들이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고 그에 따라 생활하게 한다.
석가모니 붓다 시절과는 연대적으로 300여 년 정도 차이가 나는 아소까대왕 시절에도 불교는 이미 쇠락해 있었다. 브라만교나 자이나교에 비해 대우받지 못했을뿐더러 석가모니 붓다의 흔적조차 희미해진 상황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더욱 열악해져서, 인도에서 불교는 종교로서의 지위를 거의 상실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동아시아를 비롯해 서구 유럽에 오늘날까지 붓다의 가르침이 남아 있는 것은 전적으로 아소까대왕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각국으로 담마사절단(외교사신)을 보내 불교를 전파하고, 부처님 성지마다 석주와 탑을 세워 기록을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소까라마 3차 결집을 통해 최초로 빠알리어 삼장을 문자로 기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때 완성된 삼장이 스리랑카로 전승되어 붓다의 가르침이 원형에 가깝게 전승될 수 있었다.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지만, 만약 아소까대왕의 담마 정책이 아니었다면 불교는 세계 종교가 되기는커녕 인도의 고대 종교로서 진즉에 소멸했을지 모른다. 오늘날 인도의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 점에서 아소까대왕은 세계사·종교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더욱이 불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적 인물이다. 석가모니 붓다가 진리를 발견하고 깨달은 성자라면, 아소까대왕은 붓다가 남긴 진리의 파편을 후대로 전한 담마의 보호자 혹은 전승자이기 때문이다.


99명의 이복형제를 숙청하고 왕좌에 오른 아소까,
잔인한 피의 군주에서 담마의 실천자로 거듭나다!
우리나라에 세종대왕이 있다면 인도에는 아소까대왕이 있다. 그만큼 인도 사람들에게 아소까대왕은 위대한 왕이요 성군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자비로웠던 것은 아니다. 왕조를 세운 할아버지 짠드라굽따, 정복전쟁으로 제국의 영토를 확장한 아버지 빈두사라의 기질을 물려받아 일면 잔인하고 무자비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작은 새들이 까마귀를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새들을 위해 까마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무엇이 잘못입니까? … 아버지는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침략자나 죄인을 죽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 말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작은 새를 괴롭히는 까마귀는 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소까대왕』 1권 중에서


훗날 아버지 빈두사라의 뒤를 이어 왕권을 장악한 뒤 그가 보여준 행보에서도 철권통치자로서의 면모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대관식 전후로 자신의 왕위 계승에 반대하는 이복형제 99명과 수백 명의 신하를 모조리 숙청한 것도 모자라, 왕위에 오르는 순간부터 전쟁의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절대로 그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오. … 고름 덩어리 같은 왕자들을 반드시 도려내고 말겠소.”
“나는 잠부디빠를 통일할 것이오. 선왕께서 이루지 못한 깔링가국부터 정복할 것이오.”
- 『아소까대왕』 2권 중에서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아소까대왕 역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면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의 내면에는 절대군주로서의 냉정함 못지않은 자애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 본성이 브라만 신분임에도 아지비까교 수행자와 불교 사문을 존경해 온 어머니 다르마 왕비, 사끼야족 후손으로서 어려서부터 불교 집안에서 자란 세 번째 부인 웨디사데비의 영향으로 알게 모르게 발현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스승이었던 목갈리뿟따띳사 사문, 부왕 시절 우연히 만난 우빠굽따 사문, 이복형이자 제1왕세자였던 수시마의 아들 니그로다 사문과의 인연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마침내 참혹했던 깔링가 전쟁이 끝나고, 칼이 아닌 담마로 세상을 통치하리라 선언한 후 아소까대왕이 보여준 행보는 그가 가진 선의지(善意志)가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자못 보살의 자비행에 비견할 만하다. 담마의 통치철학으로 사람은 물론 동물과 식물까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두루 아끼고 보살폈기 때문이다.


왕은 두 가지 종류의 의료진료소를 짓도록 하였다. 즉 사람과 동물을 위한 의료진료소였다. … 사람과 동물에게 적합한 약초를 구할 수 없는 곳은 어디든지 약초를 가져다가 심도록 하였다. … 사람과 동물들의 이익을 위해 길을 따라 우물을 파고 나무를 심게 하였다.
여기(마우리야왕국)에서는 그 어떤 살아 있는 생명들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죽여서는 안 된다. … 전에는 삐야다시 왕의 황실 요리실에서 매일 수백 수천 마리의 동물들이 요리를 위해 도살되었다. 그러나 이 담마칙령을 공포한 지금에는 단지 세 마리의 동물만이 도살되고 있다. … 이 세 마리의 동물들조차도 앞으로는 도살되지 않을 것이다.
- 『아소까대왕』 3권 중에서


이 책은 ‘아소까’라는 실존 인물이 잔혹한 피의 군주에서 자비로운 성군으로 탈바꿈하는 대전환 과정을 굵직한 사건과 주변 인물의 관계를 통해 극적으로 묘사한다. 역사적 사실(fact)에 작가적 상상력(fiction)을 불어넣음으로써 이야기 전개에 긴장감을 더하고,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인물의 심리 변화와 갈등,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펼쳐 보여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사료(史料)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생동감과 현실감, 이것이 문학(소설)으로 역사를 읽는 묘미이며 또한 『아소까대왕』이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이다.


아소까와 석가모니 붓다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간 시간,
30년-250일간의 순례를 거쳐 마침내 피운 창작의 꽃!
정찬주 소설가는 수십 편의 소설과 산문집을 펴낸 베테랑 작가이다. 그동안 법정 스님, 성철 스님, 수불 스님 같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을 소재로 한 불교소설과 다수의 명상적인 산문집을 집필해 왔다. 대표작으로 『시간이 없다』 『산은 산 물은 물』 『소설 무소유』 『인연』 『가야산 정진불』 『암자로 가는 길』 『선방 가는 길』 『불국기행』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이순신의 7년』(전 7권) 『나는 조선의 선비다』(전 3권) 같은 대하소설과 현대사의 비극인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광주아리랑』(전 2권) 같은 역사소설도 여러 권 펴냈다. 출간된 도서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찬주 소설가의 작가적 관심은 상당 부분 ‘불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찬주 소설가가 긴 세월 불교에 천착한 것은 우리 고유의 정체성과 역사의식을 형상화하는 작품이 한국문학의 주변부로 밀려난 현실을 돌아보며, 다시금 불교문학을 한국문학의 중심부로 회기시키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신념 때문이다. 『아소까대왕』 역시 그러한 작가정신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처음 책 구상을 시작한 이래, 저자는 30여 년간 15번(250여 일)이나 인도 순례를 다녀올 만큼 이 책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도의 동서남북을 종횡하며 아소까대왕과 석가모니 붓다가 남긴 가르침의 흔적을 가슴에 아로새겼다. 바야흐로 혼신의 세월과 절절한 발원으로 탄생한 책이 바로 『아소까대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