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유와 휴식을 위한 수련
박관우
BBS 기자
여름이라는 말은 어떻게 나왔나?
태양(太陽)의 계절 여름이 한창이다. 여름의 어원(語源) 역시 태양에 있다. 여름의 원형(原形)은 날〔日〕인데, 몽골어나 일본어와 같이 날에서 널>너름>녀름>여름 등으로 발음이 변화했다. 한자로는 여름을 하(夏)라고 하는데 제사(祭祀)와 관련이 있다. 원래 하(夏)는 탈을 쓰고 춤추는 모양을 가리킨다. 즉, 여름에 지내는 제사 때 춤을 춘다는 모양과 동작을 담고 있다.
서양에서는 여름을 아는 바와 같이 summer라고 한다. 이 단어는 고대 유럽어에서도 기원을 찾을 수 있지만 산스크리트어의 sama에서도 어원이 발견된다. sama의 당초 뜻은 year, season의 뜻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1년 중 대표적인 계절이 여름이기 때문에 sama가 summer로 의미전화(意味轉化)가 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바캉스는 본래의 자유를 찾는 것
여름이라는 단어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사실 태양을 비롯해 자연과 가장 가까운 계절은 여름이다. 태양뿐 아니라 언제든지 산과 들이 열려 있고, 낮과 밤이 맞이한다. 몇 가지 생존수단만 챙기고 마음만 먹으면, 집을 떠나 자연과 태양 속에서 지낼 수 있는 계절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과 자유를 찾는 계절이요, 레저(leisure)와 자유가 함께 숨을 쉴 수 있는 계절이다.
그래서 여름을 바캉스(vacance)의 계절이라고 한다. 이 말은 휴가라는 말로 쓰이지만 라틴어로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즉 속박과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유와 휴식을 찾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정한 바캉스는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노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그 무엇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람 있는 여름휴가를
요즘에는 각 기업체에서도 여름휴가를 가족(家族)과 함께 의미 있게 보내는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현실을 감안해 실속 있는 충전(充電)의 기회를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낭비성 휴가 보다는 의미 있고 실속 있는 프로그램을 접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나 자치단체에서도 이같은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학교단위의 관심도 중요하다. 평상시 학업중심의 학사관리에다 방학 중에는 자기수련 등을 통한 인성교육을 병행한다면 교육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기왕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겠지만, 각 지역별로 사찰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추고 가족 단위 프로그램이나 학교 수련회 등을 운영하면 적지 않은 성과가 예상된다고 본다. 특정 종교라는 눈치가 보인다면 범종교적으로 참여하게 하면 된다. 오히려 프로그램의 내용을 더 성숙시키고 알차게 진행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다.
또한 프로그램 내용도 자기 수련은 물론 지역의 생태환경 조사활동 등과 병행하면 일정한 성과가 있을 것 같다. 여름에는 자기 마음도 보고 이웃의 마음도 보고, 그리고 평상시에는 느끼지 못한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 기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사찰에서 여름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
해마다 각 사찰에서 스님들은 여름과 겨울 2차례 집중 수행에 들어간다. 여름에는 하안거(夏安居)라고 해서, 음력으로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3개월간이다. 하안거의 전통은 부처님 때부터 유래했다. 인도에서 비가 많이 오는 몬순(monsoon) 기후에 비도 피하고 외출을 하면 초목과 벌레등을 다치게 하는 까닭에 아예 일정한 곳에 머물면서 수행과 참선에 힘쓴 데서 비롯되었다. 한국불교 전통은 일찌감치 안거 시기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만, 부처님 당시에는 지방마다 우기(雨期)가 다르기 때문에 3개 시기별로 나누어 안거기간을 정했다고 한다.
불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스님의 하안거와 같은 여름집중수련회에 참여할 수 있다. 템플스테이 (temple-stay)가 바로 그것인데, 올해는 전국 100개 사찰에서 진행된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휴가시기에 프로그램이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올해 템플스테이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찰이 30여개로 늘어났다. 특히 프로 그램의 내용도 너무도 다양하다. 해마다 전통차와 명상 프로그램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최근에는 한문교육과 선무도(禪武道), 숲속마을, 소금만들기, 전통음악 실습 등이 포함되면서 특색 있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