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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고각하(照顧脚下)의 교훈 되새길 때

각문 스님
분당 연화사 주지


큰 사찰의 선방 앞 신발을 벗어놓는 자리에 보면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조고각하를 글자 그대로 뜻풀이 하자면 비출 조(照), 돌아볼 고(顧), 다리 각(脚), 아래 하(下)의 사자성어로, 곧 “발밑을 비추어 돌이켜보라”는 뜻입니다. 신발 벗어놓는 자리에 이 글귀를 써놓은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대략 다음의 세 가지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전해주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첫째, 선방에 들기 전에 마음을 바로하기 위해서는 신발을 바르게 벗어놓는 데서부터 시작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작품사진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는 선방의 섬돌 위에 가지런히 놓인 하얀 고무신의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이미 그 사진만으로도 마음과 정신이 맑고 고요한 멋과 감동에 빠져드는 느낌을 경험해보았을 것입니다. 이처럼 신발 하나 벗어놓는 것도 그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 현재 자기가 서 있는 위치를 잘 살피라는 뜻입니다. 자기 발밑도 살피지 못하면서 남의 발밑을 지적하고 심지어 비방하거나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삼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선방 수좌스님들의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의 화두잡기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일찍이 운문선사(雲門禪師)께서도 “모든 부처님과 일대장교(一代藏敎)가 그대들의 발꿈치 밑에 있다”고 가르치셨던 것입니다.
셋째, 언제나 하심(下心)하는 마음자세를 견지하라는 뜻입니다. 하심은 자신을 낮추고 남을 공경하는 마음자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자세는 생각처럼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하심의 마음자세를 견지하기 위해서는 나의 교만과 아집을 버리고 그 바탕에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행위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화경(法華經) 상불경보살품(常不經菩薩品)≫에서도 『나는 당신을 깊이 존경해 감히 가볍게 여기거나 업신여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모두 다 보살도를 실천하여 앞으로 부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고각하”의 이 교훈이 절집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닙니다.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 집의 신발장 정돈상태만 보아도 그 집안의 가풍과 분위기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옛말에 도둑이 남의 집을 털 때에도 그 집 댓돌에 놓인 신발의 상태를 보아서, 신발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으면 다른 살림의 단속도 잘해놓았을 것이라고 여겨 그냥 돌아서고, 신발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있으면 다른 물건을 훔쳐가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여 도둑질을 한다고 했습니다.
조고각하는 신발 하나 벗어놓는 사소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일은 신발 하나 벗어놓는 작고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가르침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고 있는 경제와 과학의 힘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은 윤택해져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사고방식 등의 만연으로 말미암아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집단간의 갈등과 불협화음은 날로 그 도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사회의 부작용과 부정적인 부분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조고각하”의 교훈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