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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보존·전승은 불교계 의무이자 과제다

김정민
자유기고가

-조계종 ‘자성과 쇄신’ 문화결사 내용 이해하기-



‘자성과 쇄신’. 참으로 멋있는 말이다. 자신을 스스로 성찰하고,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겠다는 것이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비장함과 단호함이 한껏 배어 있다.
한국불교와 조계종의 자존을 지키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지난해 말 정부 여당이 날치기 예산통과를 강행한 이후부터다. 교계 안팎의 이목이 모인 ‘자성과 쇄신’ 결사의 내용 중 문화 부분을 알아보자.
조계종이 추진하는 자성과 쇄신 결사는 수행·문화·생명·나눔·평화 등 5대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실천 선언문 중 다음의 내용이 문화결사의 방향을 알려준다.
“우리는 소중한 민족 문화재를 비롯한 전통 문화와 세시풍속을 고이 지켜 온 전통문화의 주체로서 한국불교가 간직하고 있는 문화적 자산이 단순히 전시용·관람용이 아닌 오늘날에도 온전히 살아 숨 쉬는 문화임을 깊이 자각하고, 한국불교는 물론 우리의 전통문화가 온전히 보존되어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는 현대 사회에서 조화롭게 되살아나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하고 세계화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일 것을 선언한다.”
이어 강령에서는 한 발 더 나가 구체화한 내용을 제공한다.
“우리는 불교 문화재를 비롯한 유·무형의 전통문화를 이어오는 주체로서 자부심을 갖고 모든 국민들과 함께 이를 계승·보전하며, 이 땅의 모든 전통문화에 대한 전승과 보호를 함께 실천한다.”
전통문화의 보전·전승이 한국불교의 의무이자 과제임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불자라면 누구나 한국불교 1,700년의 역사와 전통이 우리 민족의 시대정신을 향도해온 민족 문화유산의 보고라는 점에 공감한다. 하지만 종교 본연의 활동이 위축되고 한국불교의 자주성이 상실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가 주도의 문화재 보존 관리 정책과 국가에 의한 각종 규제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의 한 편에는 불교 자체의 책임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곧 ‘자성’이다.
그래서 종단은 시대정신을 선도해 온 전통 문화의 주체로서 우리의 전통 문화를 온전히 보존·계승하여 국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며, 한국불교의 문화적 자존을 확립하는 길을 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곧 ‘쇄신’의 약속이다.
이를 위해 종단은 ‘규약’을 만들었다.
첫째는 ‘불교문화의 참된 주인임을 자각한다’는 것. 둘째는 ‘불교문화(재)는 물론, 세시 풍속을 비롯한 고유의 전통 문화(재)의 유지·보존·계승·창달을 위해 국민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것. 셋째는 ‘세계 모든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다양한 문화가 현대 사회에서 조화롭게 정착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를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 실천방안에는 종단과 사찰, 그리고 사부대중이 해야 할 사항들을 담고 있다.


먼저 종단이 해야 할 일들이다.
△ 종단의 자주권을 확립할 수 있도록 국가 법령과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 정부 및 공공기관에 관리 중인 불교문화재 환수계획을 수립하여 이행한다.
△ 문화 및 문화재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두 번째는 사찰이 해야 할 일들이다.
△ 사찰 소유 문화재와 고유의 문화에 대한 보존 및 관리 계획을 수립한다.
△ 사찰 소유 문화(재)에 대한 안내판을 설치하여 방문객의 이해를 돕는다.
△ 사찰이 위치한 지역의 전통문화 발굴 및 보존·전승을 위해 노력한다.


세 번째는 사부대중이 해야 할 일들이다.
△ 내가 사는 지역의 불교 문화재에 관심을 갖는다.
△ 재적 사찰 문화재를 바로 알고, 보호한다. 
△ 결혼, 제사, 장례 등 관혼상제를 불교식으로 치른다. 
△ 1인 1문화재 지킴이를 생활화한다.


이렇게 종단이 제시한 실천방안에 대해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 스님이 공개적인 의견을 표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스님은 문화결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불교문화유산의 ‘활성화’를 들었다. 스님에 따르면 ‘활성화’란 인류유산으로서의 문화를 현대의 각종 첨단문화에 접목해 대중들이 즐기고 체험하는 가운데 이해하도록 도우며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생성해내도록 자극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스님은 동국대 등 종립학교와 각 종단 대학의 관련 학부 전문가들과 폭넓은 정보의 교환이 필요하며, 영상미디어 학부, 예술대학과 문화학, 디자인, 문화정보경영 등의 학부에 종단이 정책적으로 불교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서 스님은 국가법령과 정책에 대한 연구로써 불교문화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지에 대한 조사, 문제 제기, 개정 노력이 필요하고, 문화와 관련한 종단차원의 전문 연구조직 구성 및 인재양성과 교육의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님의 여러 제안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렇다.
“의지와 기획이 성패의 관건이라면, 결사의 현실적 동력은 예산과 인력이다. 특히, 예산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종단은 이 기회에 전국 중요사찰부터 재정의 투명화를 전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각 교구본사와 직영 및 특별 사찰에 대한 은행 창구식 수입의 시스템화, 주지의 월급 보시제를 실시해야 한다. 사찰 재정과 인사의 투명화 없이 불교중흥과 5대결사의 성공을 어이 기대 하겠는가?”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