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경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부단장
부처님께서 라자그리하의 그리드라쿠타산에 계시던 어느 때 데바닷타는 부처님께 대하여 늘 질투심과 나쁜 마음을 품고 부처님을 해치려고 기회만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데바닷타는 스스로 부처라 일컫고 아자타샤트루 왕자를 시켜 부왕을 죽이고 왕이 되라고 말하면서 새 부처와 새 왕이 나라를 다스리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하였습니다.
아자타샤트루 왕자는 데바닷타의 말을 듣고 곧 아버지를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세상 사람들은 모두 부처님과 비구에게 원망과 원한을 품고 미워하며 비구들을 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비구들이 성에 들어가 걸식 할 때면 사람들은 모두 분개하며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빈 발우로 돌아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데바닷타가 좋지 못한 일을 저질러서 백성들은 모두 저희들을 미워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아난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어떤 중생으로서 미워하는 마음으로 물들인 옷(가사)을 입은 스님들을 대하면 그 사람은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님과 프라데카 부처와 아라한들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과 같다. 그는 미워하는 마음으로 세 세상의 여러 성현들을 대하기 때문에 한량없는 죄업의 과보를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물들인 옷은 모두 세 세상 성현들의 표지標識이기 때문이니라.
어떤 중생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으면 그는 오래지 않아 일체 고통에서 해탈을 얻고 번뇌 없는 지혜를 얻어 중생들의 큰 구호자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어떤 중생이 믿는 마음을 내어 집을 떠나 물들인 옷을 입은 사람을 대하면 그는 한량없는 복을 받을 것이다.”
나도 옛날에 집을 떠나 물들인 옷을 입은 사람에 대하여 깊이 믿는 마음을 내어 공경하고 받들었기 때문에 부처를 이루게 되었느니라.”
아난다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옛날에 깊이 믿는 마음으로 물들인 옷을 입은 사람을 공경하는 그 일은 어떠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옛날 한량없는 아승기 겁 이전에 이 잠부드비파에 제비라는 이름의 큰 나라 왕이 있었다. 그는 팔만사천의 여러 작은 나라 왕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 세상에는 부처의 법은 없었고 어떤 프라데카 부처가 숲속에서 좌선하며 도를 닦고 신통으로써 날아다니면서 중생들을 제도하였다. 그때에 견서라는 사자 한 마리가 있었는데 몸은 금색이요 빛나는 모양은 밝게 드러났으며 그는 다른 중생들은 전혀 해치지 않았고 과일이나 풀을 먹으면서 살았다.
어느 날 어떤 사냥꾼이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가사 속에 활을 숨기고 숲 속을 다니다가 그 사자를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운이 좋아 이 사자를 만나게 되었다. 이 사자를 잡아 가죽을 벗겨 왕에게 바치면 가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냥꾼은 자고 있는 사자에게 독을 묻힌 화살을 쏘았으며 사자는 놀라 일어나 달려들어 사냥꾼을 해치려 하다가 그가 가사를 입은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런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반드시 해탈을 얻어 온갖 고통을 떠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저 물들인 옷은 과거·현재·미래의 세상에 성현들의 표지이기 때문이니 그것은 세 세상의 성현들을 해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사자는 해칠 마음이 곧 사라졌으며 독을 칠한 두 개의 화살은 사자를 쓰러뜨렸다. 그 사자는 ‘야라라 바사사 사바하’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으며 그가 이 말을 외울 때 천지는 크게 흔들리고 구름도 없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며 여러 하늘 사람들은 하늘눈으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며 슬퍼하였다. 사냥꾼이 보살 사자를 죽인 것을 보고 허공에서 잡자기 죽은 사자의 몸에 온갖 하늘 꽃을 내려 공양을 베풀었다.
한편 사자 가죽을 벗겨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사냥꾼은 국왕에게 바치며 큰 상을 간청하였으나 국왕은 사자를 보고 놀라며 깊이 생각하였다.
‘경서에 이르기를 만일 짐승의 몸이 금빛이면 그는 반드시 큰 보살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 금빛 사자를 보고 내가 어떻게 상을 주겠는가. 만일 이 사냥꾼에게 상을 준다면 이 사람과 함께 사자를 죽인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사냥꾼은 워낙 빈궁하여 국왕에게 애걸하였으나 국왕은 사냥꾼을 가엾게 여겨 재물을 조금 주고 그에게 물었다.
‘사자가 죽을 때 무슨 이상한 일은 없었는가?’
‘입으로 아홉 글자를 외우니 천지가 흔들렸고 구름도 없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며 하늘에서 온갖 꽃과 향을 뿌렸습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놀랍고 슬프고 기쁨이 얽혀 믿는 마음이 더욱 커졌으며 곧 신하들 중에 나이 많고 지혜 있는 이들을 불러 그 뜻을 풀이하게 하였으나 아무도 그것을 풀지 못하였으며 그때에 신하들이 어떤 숲 속에 한 사마라고 하는 총명한 선인을 초청해 물어보라고 말하였다.
왕은 곧 그를 초청했으며 그 선인은 자세히 그 뜻을 해설하였다.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으면 나고 죽음에서 빨리 해탈하게 되며 그것은 모두 성현의 모양이라 열반에 가깝고 그는 모든 하늘 사람들과 세상 사람들의 공경과 우러름을 받는다.’고 해석했으며 왕은 매우 기뻐하며 곧 팔만 사천의 작은 왕들을 불러 일곱 가지 보배로 된 높은 수레를 만들고 사자 가죽을 거기에 걸어 모든 중생들에게 보이고 모두가 정성을 다하여 공경하고 받들며 향과 꽃을 올리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금을 부어 관을 만들고 사자 가죽을 담아 탑을 세웠으며 백성들은 그 공덕으로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 천상에 나게 되었느니라.”
부처님은 이어 아난다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에 사자는 착한 마음을 내어 물들인 옷을 입은 이를 대하였기 때문에 십만억 겁 동안 전륜성왕이 되어 중생들을 행복하게 다스렸고 널리 복을 심어 부처를 이루게 되었느니라.
아난다야 그 때의 사자 자가라비는 바로 지금의 나였고 왕 제비는 사자 가죽에 정성스레 공양하였기 때문에 십만억 겁 동안 천상·인간에서 제일 존귀하게 되어 온갖 선의 근본을 닦았으니 바로 미륵보살이며 선인은 바로 지금의 샤리푸트라요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데바닷타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라자가하의 웰루와나 수도원에서 많은 대중들에게 설법하고 계실 때 데와닷타는 부처님께 나아가 상가를 자기에게 맡겨 달라고 제안했으며 부처님께서는 곧 그의 제안이 얼토당토않은 것이라고 꾸짖으셨습니다.
이에 대해 데와닷타는 수치심을 느끼고 언젠가 부처님께 복수하리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으며 그는 세 번씩이나 부처님을 해치려고 했습니다.
첫 번째는 자객을 보내어 부처님을 살해하려고 했지만 자객들은 부처님에게 발견되었고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감동하여 제자가 되어 버렸으며 두 번째는 깃자꾸따에 올라가서 부처님께서 탁발을 끝내시고 돌아오시는 것을 기다려 산위로부터 큰 바위를 굴려 부처님을 해치려고 했는데 바위가 방향을 바꾸어 굴러갔기 때문에 실패했으며 세 번째는 사나운 코끼리 날라기리에게 술을 먹여서 흥분하게 만든 다음 부처님과 제자 비구들에게 돌진케 했으나 부처님의 충실한 시자인 아난다는 자기 생명을 희생해서라도 부처님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부처님 앞에 나가 코끼리를 막아섰으나 그럴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코끼리는 부처님 앞에 이르자 부처님의 자비 삼매에 조복되어 조용히 무릎을 꿇었던 것입니다.
한편 데와닷타는 아직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구들 중의 일부를 설득해서 자기 추종세력으로 만들었으며 그들을 데리고 붓다가야와 라자가하 중간에 있는 가야시사에 모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 마하테라를 그곳에 보내시어 그 비구들이 악에 물들기 전에 되돌아오도록 하시었습니다.
사리뿟따와 목갈라나 테라가 비구들을 데리러 오는 것을 본 데와닷타는 매우 기뻐서 자기 추종자들에게 “너희들은 뒤를 돌아보라. 고따마 양팔이라는 두 제자도 나에게 오지 않느냐?”라고 말했으나 그것은 잘못 안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두 제자가 도착하자 데와닷타는 부처님 흉내를 내면서 사리뿟따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피곤하도다. 그대가 내 대신 이 비구들에게 설법하여라.”라고 말한 뒤 그럴 듯한 태도로 누웠지만 곧 코를 골며 잠에 떨어졌습니다.
이때 사리뿟따는 데와닷타를 추종하는 비구들에게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를 보내시며 그대들을 구해오라 하시었다. 너희는 어서 너희의 어리석음을 참회하여라.” 그리하여 데와닷타를 따라갔던 비구들은 부처님께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데와닷타는 중병에 걸렸으며 그는 그 병으로 아홉 달 동안 앓아누워서 한사코 부처님을 뵙고 싶다고 애원해서 그의 제자들은 하는 수 없이 병든 그를 데리고 제따와나 수도원으로 향했습니다.
한편 이 소식을 전해들은 부처님께서는 “데와닷타는 결코 여래를 다시 볼 수 없으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데와닷타가 탄 가마는 마침내 제따와나 수도원 근처의 한 연못에 이르렀으며 그는 잠시 물에 몸을 씻으려고 가마에서 내려 발을 땅에 딛자마자 땅이 두 갈래로 갈라졌고 그는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말았으며 그는 그대로 아비지옥에 떨어져 생전에 저지른 갖은 악행에 합당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도 그는 고통당하고 다음 세상에서도 그는 고통당한다.
이처럼 악한 행동을 한 사람은 양쪽 세상 모두에서 고통을 겪는다.
나는 악행을 저질렀구나 하는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지옥에 태어나 또다시 고통을 겪는다.
출가해 수행자가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편하고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고 한 것도 아니며 명예나 재산을 구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며 번뇌의 속박을 끊으려는 것이고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끝없는 중생을 건지려고 해서이다.
마음을 바르게 통일하고 지혜를 밝게 하고 번뇌를 없애고 오로지 깨달음을 향하는 출가 본래의 길을 걷는 자가 아니면 진정한 출가자라고 할 수 없다.
출가의 길은 또 법을 전하는 일이다.
모든 사람에게 법을 설하고 잠자는 자의 눈을 뜨게 하고 그릇된 생각을 가진 자의 마음을 바르게 하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법을 널리 펴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제자가 되려는 자는 집을 버리고 세상을 버리고 재산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法(법)을 위해서 이들 모든 것을 버린 자는 나의 相續者(상속자)이며 出家者(출가자)라고 부른다.
비록 나의 옷자락을 잡고 따라와 내 발자국을 밟고 있어도 물욕에 마음이 팔려 어지러워져 있으면 그 사람은 나와 거리가 먼 자이다.
설사 모양은 출가자라 할지라도 그는 法(법)을 보고 있지 않는다.
법을 보지 않는 자는 나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사 나로 부터 몇 천리 떨어져 있을지라도 마음이 바르고 고요하며 물욕을 떠나 있으면 나의 옆에 가까이 있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그는 법을 보고 있으며 법을 보는 자는 나를 보기 때문이다.
수행자들이여
마음이 삿되려고 할 때 그것을 따르지 말고 마음이 음탕하려 할 때 그것을 따르지 말며 생각이 악해지려 할 때 그것을 따르지 말고 생각이 부귀해지려 할 때 그것을 따르지 말라.
마음을 단속하여 마음이 사람을 따르게 할지언정 사람이 마음을 따르게 하지 말라.
마음은 사람을 그릇되게 만들며 마음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며 마음이 아라한도 되고 마음이 축생도 되며 마음이 지옥도 되고 마음이 아귀도 되나니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마음이 만드느니라.
내가 지금 부처가 되어 하늘에서나 인간에게서 공경을 받는 것도 모두 마음에서 이루어진 것이니라.
 
거룩하신 부처님과 가르침에 진실한 믿음으로 귀의합니다.
나무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