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종 / 충북파라미타협회 사무국장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에서 청소단체협의회와 함께하는 식생활개선 템플스테이를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열었다.
인스턴트식품에 무방미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친화적이면서 영양가 높은 바른 먹거리를 자연에서 직접 채취하며,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산나물의 생태를 직접 몸으로 체험 관찰하고, 사찰요리를 직접 만들어보고, 발우공양을 체험하면서 자연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는 동체대비의 지혜를 배우는 현장이었다.
서울(경기도 백천사), 부산(지리산 대원사), 대전(대평리 연평사), 충북(월악산 덕주사), 경남(천성동 성주사), 전남(하동 쌍계사), 인천(수원 용주사) 파라미타지부에서 각각 개최한 이 행사에는 연인원 500여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필자는 그 중 대전파라미타의 행사에 자리를 함께 했는데, 그날의 감상을 여여하게 적어 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웅성웅성한다.
??일어나야 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어른인 내가 먼저 일어서야 할 것 같았다. 잠자리를 뒤로하고 방 가운데를 지나 세면장에 가서 찬물에 머리를 횡구고 얼굴을 닦노라니 한사람 두사람 세면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세면장과 샤워장은 현대식으로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 시골의 사찰이었지만…)
난 다시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서서히 법당으로 걸어갔다. 헌데 법당 안은 텅 비어 있고 주지스님 혼자서만 입정을 하고 계셨다. 죄송스런 마음에 다시 발길을 돌려 잠을 잤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크게 소리쳤다.
“아직도 자니?”
일부는 일어나 세면장으로, 일부는 아직도 잠에 취해 있었다.
다시 법당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대전파라미타 사무총장과 몇몇 여학생이 방석을 깔며 새벽예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하나, 둘 자리를 준비하다보니 어느새 법당이 학생들로 가득 찼고 스님의 집전으로 아침예불이 시작됐다.
아침예불을 마친 뒤 잠시 시간을 내 자연과 대화를 나누었다.
꾀꼬리소리, 찌르라기소리, 참새소리, 꿩소리, 까치소리들이 낯설지 않다. 모두 나를 반기는 노래 소리였다. 이렇게 모든 자연과 동물들이 나를 반기고 있건만 나의 마음 한구석엔 보이지 않는 그 어떤 것에 시달리고 있었음을 발견한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가정과 학교에서의 일상적인 생활을 탈피하여 새로운 체험을 하고 있다. 이들이 오늘 체험하는 모든 것들은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되어줄 것이다.
사찰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얼굴에는 근심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108배를 하고, 새벽예불을 하고, 발우공양을 하면서 조금씩 얼굴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근심에 찼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밝은 생기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어제 처음 만나서 버스 편으로 사찰까지 오는 동안에는 아이들의 얼굴에 두려움과 서먹함이 가득했었다. 부러 그들 곁으로 다가가 친근감을 표현해도 무반응의 표정이었다. 그런데 사찰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새벽예불을 마친 뒤 아이들의 표정은 달라있었다. 먼저 인사를 하고 이것저것 묻기도 한다.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어제와 오늘이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 것일까?
이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로 보였을까? 내 일도 제대로 못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면서도 이 아이들이 비록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인생에 좋은 추억거리로 남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졌었다. 그런데 나의 그 바람이 아이들의 마음에 이심전심으로 전해진 것일까?
그래서 또다시 스스로 기원을 해본다.
짧은 일정이지만, 이 행사가 아이들에게 부디 좋은 인연으로 작용하기를, 아이들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행사로 기억되기를, 어제 오늘의 내 모습이 아이들의 본업인 학업에 도움을 줄 순 없지만 아이들보다 세상을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나의 경험이 단 1%만이라도 반면교사로 작용하기를….
이렇게 스스로 기도를 올리고 나니 마치 자기최면에 빠진 듯 내 마음속에도 어느덧 뿌듯함으로 가득했다. 고마움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공직에서 못 다한?봉사를 여기에서 이렇게라도 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 격려를 보냈다. 또 아이들이 한없이 자랑스러웠다.
피곤함을 뒤로 한 채, 마지막 일정으로 산에서 뜯은 각종 산채를 이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다.
낯선 사람들끼리 함께 자리하여 서로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 산채를 채취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도시생활을 하는 아이들인데다가, 요즘 학생들이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을 기회가 거의 없는 현실이고 보면, 오늘의 체험은 모두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다. 이 야채에는 어떤 조미료를 써야 할지, 생으로 먹어야 하는지, 데쳐서 먹어야 하는지, 이 모든 것들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만든 음식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늘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이 음식들이 세상의 그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는 음식이었을 터이다. 또 어느 건강식보다도 보양식이었을 것이다.
왜야하면 모두가 생소한 경험이었지만, 정성을 가득 담아 만든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또?인공의 손길이 닿지 않은 대자연속에서 자신들이 직접 채취한 산채로 음식을 지접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정성과 사랑이 담겨있었다. 주지스님께서 학생들이 산사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몇 주 전부터 산채 채취를 금했다고 한다. 사찰의 텃밭에서 무공해로 키우고 있는 상추와 치커리 등의 야채도 공양주에게 따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공양주보살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나는 물론 학생들도 하나같이 감동했다.
이렇게 학생들이 만든 음식 속에는 주지스님의 사랑과 자비의 마음이 보태진 것이다. 그러할진대, 세상에 이 음식보다 맛있는 음식이 어디 있을 것이며, 보양식이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스스로 산채를 채취해서 직접 만든 음식에 주지스님의 사랑과 보살핌이 가득 들어있었다는 생각에 자긍심과 감사의 마음을 가득 안고 돌아왔다.
<발문>
청소년불자들과 함께 식생활개선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면서 스스로 기원을 해본다.
이 행사가 아이들에게 부디 좋은 인연으로 작용하기를, 아이들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행사로 기억되기를, 비록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인생에 좋은 추억거리로 남기를….
※문화트렌드 자리에 반야샘터를 타이틀로 해서 3페이지로 편집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