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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아들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동화 한편

우봉규 / 작가


그 날도 용삼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뻐꾸기 소리를 따라 산을 올랐지. 불치의 병으로 꼬박 삼년을 앓고 있는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묘향산 어딘가에 있다는 약초를 캐기 위해서였어.
그러나 마을에서 장사로 일컬었던 용삼이도 백날을 하루같이 산속을 헤매다보니 병자보다도 더 야위어 초췌해지고 말았어. 
그러는 사이 아버지의 병세는 나날이 나빠졌어. 결국 아버지의 목숨은 하루를 장담할 수조차 없게 되었지. 이제는 숨을 거두는 날을 앉아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어.
그 순간에도 안방에서는 스스로의 가슴을 쥐어뜯는 아버지의 신음소리가 용삼이 부부의 심장을 파고들었지. 자식 된 도리로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었어.
용삼이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울었지.
아버지의 손은 마른 가지처럼 딱딱했고, 얼음장처럼 차가왔어. 용삼이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을 수가 없었어. 용삼은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아버지와 아내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밖으로 뛰쳐나갔지.
다시 산으로 간 게지. 얼굴은 나뭇가지에 찢기고, 팔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렀지. 용삼의 몸은 땀에 젖고, 옷은 갈기갈기 찢어졌어. 기진맥진한 용삼은 옷자락을 늘어뜨린 채 커다란 바위 앞에서 그만 쓰러지고 말았지. 
바로 그 때 어디선가 메아리처럼 소리가 들려왔어.
“용삼아, 너의 소원이 무엇인가 말하라.”
“신령님!”
용삼은 그 목소리를 듣고도 그가 신령인 줄을 알고 있었지. 용삼은 마구 흘러내리는 눈물을 굳이 감추지도 않고 애원했어.
“살려 주소서.”
“네가 백날을 하루같이 지칠 줄 모르고 산속을 헤매는 것을 내가 눈여겨 보았다. 소원이 무엇인지 말하라.”
“신령님, 굽어 살펴주소서. 저의 아버님이 불치의 병을 얻어 죽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신령님이 아버님의 병을 고칠 약초가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옵소서.”
용삼은 언제 일어났는지 바위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울고 있었어.
“참으로 세상에 없는 효자로다. 너는 듣거라. 사흘 뒤 해가 하늘 한가운데 떠오를 때 쯤 맑은 하늘에 천둥이 치고 소낙비가 내릴 것이다. 그 때 미리 큰 가마솥에 물을 펄펄 끓여놓도록 해라. 그래서 물이 다 끓어 잦아들 때쯤이면 서당에서 너의 아들이 돌아올 것이다. 그 아들을 가마솥에 넣고 푹 고아서 아버님에게 드리면 너의 아버님 병환은 씻은 듯이 나을 것이니라.”
“아니 신령님, 아무리 아버님의 병을 고친다고하나 어떻게 자식을 끓는 물속에 집어넣는단 말입니까?”
“무슨 소리, 자식은 또 낳을 수 있으되, 부모는 한 번 가면 그뿐이니 알아서 할지어다.”
“신령님, 신령님!”
용삼은 바위를 끌어안고 몸부림쳤어. 
집에 돌아온 용삼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천장만을 쳐다보았어.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였지.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어.
용삼은 한참만에야 아내의 손목을 잡고 산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였지.
너무도 기막힌 말에 아내도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어. 
 
“자식을 죽이면 천벌을 받아요. 천벌을….”
그러나 그 순간에도 방안에서 들리는 아버지의 신음소리가 용삼이의 가슴을 파고들었어.  
용삼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어. ‘아무리 아버지를 위한 일이지만 자식을 죽여야 하다니…’ 용삼은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같이 귀여운 아들, 그 아들을 그렇게 무참하게 죽일 수밖에는 없는 운명에 몸을 떨었어.
드디어 물은 펄펄 끓기 시작했지.
여전히 안에서는 아버지의 신음소리, 아내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어우러지고 있었어. 그 때 엄마를 부르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어.
“엄마!”
“오, 아가.”
울음을 토하며 아내는 달려 나가 어린 아들을 껴안았지.
그러나 용삼이는 어린 아들의 손목을 휘어잡았어.
“이리 오너라!”
아무 것도 모르는 아들은 엄마와 아버지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
아들은 그제서야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울음을 터뜨렸어.
용삼은 어린 아들을 부둥켜안고 부엌으로 달려갔지.
용삼은 솥뚜껑을 열고 펄펄 끓는 물속에 아들을 집어넣고 말았어.
용삼은 아버지를 위하여 사랑하는 아들을 죽인 거야. 용삼과 아내는 죽은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어. 이제 할 수 있는 일이란 하늘에서 내리는 천벌을 받는 것뿐이라고 여겼지.
그런데 바로 그 때였어.
“엄마, 서당에 다녀왔습니다.”
용삼과 아내는 똑같이 자신들의 귀를 의심하며 일어났지.
“아니!”
조금 전에 펄펄 끓는 가마솥에 집어넣은 아들이 살아 돌아오다니…. 용삼과 아내는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 서 버렸어. 
그런데 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 품을 파고들었지.
“아이고, 내 새끼!”
용삼의 아내는 아들을 껴안고 소리 높여 울었어. 그 순간 용삼이의 머리를 스치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지. 용삼이는 쏜살같이 부엌으로 뛰어가 가마솥 뚜껑을 열었어.
그런데 이게 웬일이겠어?
끓는 물속엔 커다란 산삼 한 뿌리가 익어가고 있었던 거야. 용삼이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여유도 없었지. 안방에서 아버지의 숨넘어가는 신음소리가 여전히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지. 용삼이는 산삼을 들고 아버지 방으로 달려갔어. 그리고 움직일 힘도 없는 아버지를 일으켜 산삼을 먹였지. 산삼 한 뿌리를 다 먹은 아버지는 그 날로 거짓말처럼 병이 나아버렸어.
자식을 바쳐서 아버지를 구하려던 갸륵한 정성, 그 정성에 감복한 하늘은 용삼이에게 산삼을 내린 게야. 병든 아버지를 위해 그 자식마저 죽일 수밖에 없었던 용삼이, 오늘날 우리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민족혼, 그것이 바로 효가 아닐까? 모름지기 효는 세상 모든 덕의 근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