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햇살고운한의원 대표 원장

인류는 15만 세대 동안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왔고, 500세대 동안 농사를 지었으며 산업혁명 이후 10세대를 살아왔고, 최근 2세대만이 정제가공 패스트푸드로 살아왔다.
따라서 인류가 탄수화물 위주 곡물, 설탕 등을 많이 먹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며 그 전 수십만 년 동안은 수렵·채집을 해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현재 먹는 음식보다는 선사시대 음식이 더 건강에 유익할 수 있다.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인류의 유전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식단만 최근에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9년 미국의 의학 잡지에서 구석기 시대 원시인류가 섭취한 식단, 즉 구석기 다이어트로 비만과 당뇨병이 개선된 연구결과가 실렸다.
구석기 다이어트는 농경시대 이전 구석기 시대 원시인류가 섭취했던 음식들을 섭취하는 다이어트다. 산업혁명 이후 정제 가공기술이 발달하면서 고열량의 인스턴트음식 소비가 늘어서 사람들은 점점 비대해지기 시작했는데, 초콜릿, 사탕, 피자, 라면, 햄버거, 케이크 등 정제가공식품은 부피와 영양소는 적고 칼로리는 더 높다. 이런 음식들은 대부분 당(탄수화물), 저질지방, 합성 조미료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너무 많은 탄수화물과 저질 지방, 합성 조미료를 섭취하고 있고 중독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비만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할 만큼 심각한 현실에 부딪혀 있다.
진화와 음식변화의 불균형이라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서 인류는 비만, 당뇨병, 심장병, 암 등 대사증후군에 노출되어 허우적거리고 있다.

대사증후군을 좀 더 들여다보면 체내 효소의 불균형에서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효소는 소화효소와 대사효소로 나뉜다. 소화효소는 소화관을 통해 섭취한 음식을 분해 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대사효소는 소화기관을 제외한 뇌, 심장, 신장, 폐, 근육 그리고 다른 기관과 세포의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먹을거리가 풍족해지면서 갑작스런 음식의 과잉섭취로 인하여 체내에서는 소화효소가 많이 필요해졌다. 그러나 소화에 효소를 소진하느라 상대적으로 대사효소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 결국 부족한 대사효소 때문에 대사 작용이 약해져 체내에 영양분이 불필요하게 축적됨으로써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이 발생하였다.
특히 소화되기 어려운 화식(열처리)과 가공식품, 육류 등의 다량섭취로 인해 신체가 타액 위액 췌장액 그리고 장액에 많은 소화효소를 공급하느라 지나친 부담을 안게 되면 충분한 대사효소를 만들거나 확보할 수 없다. 즉 소화기관을 돕기 위해 우리 몸의 다른 부분에서 효소를 가져다 사용하면 다양한 기관, 조직들과 몸의 세포들 사이에서 효소를 얻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서 신진대사는 뒤죽박죽이 되고 이는 암, 심장, 관상동맥질환, 당뇨병 등 많은 만성 불치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병든 현대인들이 절식이나 단식을 통하여 대사증후군, 각종 난치성 질환이나 만성질환이 개선되는 이유는 체내로 유입되는 음식을 제한하여 소화기관에 휴식을 줌으로써 그동안 소화효소에 빼앗겼던 대사효소를 보충하여 대사작용이 원활하게 되살아나 몸이 정상적으로 복구되기 때문이다.
소화효소를 줄이고 대사효소를 늘리는 효소의 불균형 해소는 짧은 기간에 대사효소의 활성화로 인한 인체가 지닌 자기정화 및 자연치유력의 향상에 따라 신속한 건강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대변을 통한 소화계의 노폐물 배설, 소변을 통한 순환계의 노폐물 배출을 원활히 하면서 체지방까지 신속히 분해 및 에너지 전환을 도우면 상당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짧은 시간에 고혈압이 개선되거나 인슐린주사와 당뇨약 복용을 병행함에도 개선되지 않던 혈당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와 당뇨병이 나았거나 아토피성 피부염, 건선 등 고질적인 피부염이 완쾌되는 등 다양한 결과를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