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운(星雲)스님
대만 불광산사 개산조
근세의 정치인물 중 장개석蔣中正은 무려 세 번이나 하야했지만 결국 대만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역사상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했습니다. 등소평鄧小平은 세 번이나 축출당했고 세 번이나 등용되었지만 마침내 중국의 개혁개방 사회를 수립했습니다. 이것은 들기와 내려놓기를 성공적으로 했다는 확실한 증거라 하겠습니다.
모택동毛澤東도 처음에는 공산당 내부에서 다른 사람의 배척을 받았지만 끝내 군웅群雄을 납득시켜 최고 권력자가 되었습니다. 왕정위汪精衛, 도주陶鑄 등은 국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들기는 했으나 내려놓기를 못했기에 끝이 좋지 못하였습니다.
‘들기’와 ‘내려놓기’라는 것은 ‘우물물을 긷는 두레박을 올릴 수도 있고 내려 보낼 수도 있다’는 뜻과 같습니다.
우리가 늘 보는 많은 정치인과 연예인은 뜻에 맞지 않을 때에도 그들은 내려놓은 수 없습니다. 보통 사람도 애정이나 경제 방면에 있어서 좌절을 당한다거나 학생들도 시험에 실패하면 내려놓지 못합니다.
내려놓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들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이 때문에 앞날이 캄캄하다고 느끼고, 심각한 사람은 자살할 생각까지도 일으킵니다.
어떤 바라문 외도外道가 한 번은 꽃병 두 개를 가지고 부처님을 뵈러 왔습니다.
부처님은 그를 보자마자 ‘내려놓아라!’라 말했습니다.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대로 손에 들었던 꽃병을 내려놓았습니다.
부처님이 다시 그에게 말했습니다.
“내려 놓거라!”
그는 또 다른 꽃병 하나를 내려놓았습니다.
부처님이 세 번째 말씀하셨습니다.
“내려놓으라니까!”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바라문이 물었다.
“모두 내려놓았는데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뭘 더 내려놓으라는 것입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내려놓으라는 것은 그대의 꽃병이 아니라 그대의 교만, 질투, 원한 등의 나쁜 생각과 좋지 못한 마음가짐을 모두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으로서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부귀와 공명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한다는 것은 이미 어려운 것입니다. 그에게 마음속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내려놓으라 한다는 것은 더욱 뜻대로 되지 않은 일입니다.
요즘은 간단히 각 학교 졸업식에서 교장이 직접 학생의 발을 씻겨주는 광경을 자주 보는데, 이는 교장 자신이 ‘들기와 내려놓기’를 할 수 있는 사람임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는 습관을 길러 주려는 것입니다.
중국의 문화혁명 때 그 헛간에 살며 온갖 학대를 받았던 지식계층 사람들이 만약 ‘내려놓기’를 못하였다면 어찌 다시 재기할 수 있었겠습니까?
심경경沈慶京 선생은 평생 동안 갑부, 파산, 감옥살이 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으며, 출옥한 뒤에 다시 재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 역시 내려놓아야 다시 들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인 셈입니다.
여기, 다음과 같은 명언이 있습니다.
“몸을 내려놓아라!”
꽃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사람은 천일동안 한결같을 수 없다고 합니다. 몸을 놓아야만 내려놓을 수 있고, 들어 올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선통제宣統帝 부의溥儀는 원래 만인지상의 황제였으나, 결국에는 북경에 있는 중신공원의 청소부가 되었습니다. 만약 그가 몸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면, 어떻게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었겠습니까?
일처리를 함에 있어서도 가방처럼 필요할 때는 들고, 필요 없을 때는 당연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세상에 있는 부귀와 공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것입니다. 공명과 부귀가 인간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인연이 닿지 않아 부귀, 공명을 잃어버렸을 때에는 반드시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인생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으며 때론 환경에 잘 순응할 수도 있어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지휘가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만능萬能의 인생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흔히 말 한마디 일 한 가지, 한 사람 때문에 내려놓지를 못합니다. 이런 것은 모두 마음에 감당할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관대하다면 ‘내려놓기도 하고 들어 올릴 수도 있는’ 능력이 있을 터인데, 어찌 사업을 성취하지 못할까 걱정을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