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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못다 한 말

이지숙
수필가, 문화센터 강사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마음에 묻어두는 말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요?
아마도 그리 많지 않거나 거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반드시 해야하는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손해볼까봐 또는 상대가 화를 낼까봐 또는 내 자존심 때문에 등등 말을 못하고 가슴에 담아두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훗날 “그래 말을 안 하길 잘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기 전에 이 말을, 이 진실을 말해야 할 텐데, 말했어야 하는데”라면서 후회하고 가슴을 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은 이미 내 뱉으면 주워 담을 수도 지울 수도 없기에, 말을 하기 전에 우리는 수돗물을 정화하듯 한번 정제해서 말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 간에도, 친구 간에도, 또 깊이 사랑하는 연인 간에도 아쉬움만을 남긴 채 못다 한 말이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투명인간이 아니기에 상대방이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글이나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감지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그때그때 상대방이 주는 눈빛의 느낌과 정황상 추측할 뿐입니다. 연인 간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그때그때 수 없이 자주 내뱉는 사람이 있고, 사랑하면서도 말을 한다는 것이 조심스럽고 감정의 표현이 아까워 또는 자신의 자존심이 다칠까봐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주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특히 영리한 젊은이들 사이에는 계산기를 두드려 원하는 계산이 나온 다음 이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사랑과 정치는 계산하지 마라. 사랑과 정치는 꾀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가슴으로 느낀 만큼 표현하는 젊은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덧없는 소녀, 나비, 꽃 등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지금 이순간의 감정을 미래라는 전당포에 저당 잡혀 숨기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게 지금 이 순간 진실된 마음을 넉넉히 표현할 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후회의 짚더미는 줄어들 것입니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내일 감정이 변하면 어떻게 하나, 내가 더 많이 사랑하면 손해 아닌가, 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아닌가 등등 계산하지 말고 그저 표현하세요. 사랑하기 좋은 시간은 바로 지금입니다. 아무 계산 없이 지금 이순간의 감정을 흠뻑 즐기세요. 시간이 지나 내가 왜 그 때 말을 하지 않아서 상대를 외롭고 힘들게 했을까. 왜 떠나게 했을까. 위선적인 태도로 왜 내 자존심만을 소중한 것으로 생각했을까 등등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지 말고 못다 한 말 다하세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부모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등 쑥스럽고 민망하다고 이 말을 피하지 말고 표현하세요. 이 말을 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 말을 하려고 할 때 부모님은 이미 우리 곁을 떠나 계시지 않으니까요….
친구 간에도 “고맙다, 미안하다” 등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세요. 먼 훗날을 기약하다가 시간은 흘러 오해의 강은 넘을 수 없을 만큼 너무 멀리 떨어지게 됩니다.
훗날 시간이 지나 가까워지려 노력해도 이미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감정의 회복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 늦기 전에 많이많이 사랑하고, 표현하고, 행복해 하세요.
우리말에는 아름다운 단어들이 너무 많은데도 우리는 감정 표현하는데 있어서, 아름다운 말을 사용하는데 너무나도 인색한 것 같습니다. 못다 한 말 있으면 지금이라도 빨리 하는 게 어떨까요?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生을 마감해야하는 시간이 저만치서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분들도 어서 빨리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등등 아직 못다 한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말들을 마음껏 표현하세요.
여러분들의 가슴 속에 못다 한 말이 많을수록 生에 대한 회한과 아쉬움의 높이가 너무 높아 훗날 그 높이를 넘지 못한 채 가벼운 마음으로 생을 마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깃털처럼 가볍게 떠나기 위해서도 그동안 가슴 속에 이러 저러한 이유로 아껴두었던 말을 꺼내어 진솔하게 표현해 봅시다. 그 표현의 위력은 대단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