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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로 번뇌의 불길을 식혀보자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한국선학회 회장


1.
대승불교에서 설명하는 인생살이를 핵심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감정을 가진 모든 생명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본래 ‘남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이 있는데, 그렇지만 현실 속에서는 어리석음이 그 마음을 가로막아 좋지 못한 말이나 행동을 하면서 살게 된다. 그러니 좋지 못한 언행이 섞여서 나오는 그 순간을 잘 포착하여, ‘고놈’을 제거하라.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는 ‘고놈’이 생기는 첫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원초적으로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정신없이, 또 어수선하게 살기 때문에 원초적으로 갖추어진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말고 또 형편에 맞추어, 자신에게 본래 간직된 능력을 잘 관찰하고 발휘하여 부질없는 어리석음을 줄여서, 금생에 그 과업을 완성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살아보면 알겠지만, 그게 절대로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러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혹, 포기하려는 사람을 위해서 대승불교에서는 염불하여 왕생극락할 수 있도록 발원할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임종의 순간에 또는 평소에 왕생극락을 발원하여 일심으로 아미타불을 염불하면, 왕생이 가능하다고 한다.


2.
이상에서 간단하게 요약을 했는데, 이런 대승불교의 철학을 바탕으로 ‘화엄종’과 ‘선종’과 ‘정토종’이 성립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우리나라 불교는 위에서 말한 세 종류의 종파가 ‘원융적으로 종합된 불교’이다. 조계종도 태고종도 모두 이런 전통을 계승하여 수행하고 포교하려고 세운 종단이다. 이하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불교 신행을 할 것인지 살펴보도록 한다.
위에서 ‘남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이 모든 생명체에게는 존재한다고 했는데, 이 마음을 불교 전문 용어로 ‘사무량심四無量心’이라고 한다.
첫째는 자무량심慈無量心인데, 성질부림이 없는 마음을 바탕으로 해서 남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마음이다.
둘째는 비무량심悲無量心인데, 역시 성질부림이 없는 마음을 밑에 깔고 남의 고통을 벗겨 주려는 마음이다.
셋째는 희무량심喜無量心인데, 남 잘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남들이 즐거움을 얻게 하는 마음이다.
넷째는 사무량심捨無量心인데, 탐욕이 없는 마음으로 남들을 평등하게 대접하는 마음이다.
이것이 바로 자비희사慈悲喜捨이다.
이런 마음이 인간에게는 원초적으로 간직되어 있다. 석가부처가 이 세상에 출생하신 핵심 이유도 이런 뉴스를 전하시기 위함이다. 중생들은 번뇌와 업보의 소산으로 수동적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지만, 부처님은 원력을 가지고 역부로, 주체적으로 이 세상에 오신다. 석가부처는 사바세계의 중생들에게 위에서 말한 그런 뉴스를 전하려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화엄경華嚴經』 속에 이런 뉴스를 담아서 세상에 법을 설하셨다고 전해진다. 『화엄경』에 보면 이런 마음을 실천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수없이 소개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보현행’이다. 소위 ‘보살행’이다. 옛날의 강원에서 이런 『화엄경』을 스님들에게 조직적으로 교육하기 위하여 청량국사(淸凉國師, ?~839) 징관澄觀스님께서 자세하게 풀어 설명한 『화엄경수소연의초華嚴經隨疏演義.』라는 교재를 사용했다.
한편, 위에서 필자는 ‘어리석음’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번뇌’를 우리말로 그렇게 옮겨본 것이다. ‘번뇌’에 대해에서는 과거의 학승들이 자세하게 연구해왔다. 그 연구 결과를 집약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 옛날의 강원에서는 『금강경金剛經』의 주석서인 『금강경간정기金剛經刊定記』를 교육시켰다. 이 책에서는 요소실재론자로 비판되어지는 소위 소승불교도의 ‘유견有見’과, 대승의 초보적 교리에 해당하는 ‘공견空見’을 분석적으로 비평하고 있다. 그리하여 일심一心의 진공묘유眞空妙有를 교육해왔다.
또, 인도의 마명보살은 대승불교를 종합적이고 핵심적으로 요령 있게 설명하기 위하여, 대승불교의 여러 경전과 논서와 각종 해설서들을 널리 공부하여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이라는 책을 쓰셨다. 이 책을 대상으로 인도와 중국 그리고 한국 등지에 위대한 학승들이 심도 있는 연구를 해서 자세하게 풀이를 해놓았다. 이 해설과 풀이들을 총체적으로 한 데 조직적으로 잘 묶어 제작한 책이 바로 『대승기신론소필삭기大乘起信論疎筆削記』이다. 이 책 또한 역시 옛날 전통적인 강원에서 교재로 사용하여 스님들을 교육했다. 특히 이 책은  ‘화엄종’과 ‘선종’과 ‘정토종’의 종학宗學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대승기신론』은 모두 다섯 대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네 번째 대목에서는 ‘신심’과 ‘수행’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신심’이란 진여의 근본,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 부처님의 가르침, 출가 공동체, 이 넷을 믿는 것이다. ‘수행’이란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지관止觀, 이렇게 다섯 실천 행을 말한다. 다섯 종류의 실천 방법 중에서 다섯째의 지관 수행에 대해 『대승기신론』에서는 많은 설명을 한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3.
그런데 사람들은 얼굴이 각양각색이듯이 불교 수행에 대한 생각도 저마다 다르다. 부처님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더라도 ‘부처님께서 남기신 말씀’을 믿어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꼭 만나보아야만 그 말씀을 믿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 부처님 만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도 ‘부처님께서 남기신 말씀’ 속에 들어 있다. 이런 말씀을 요점적으로 요약해 놓은 부분이 『대승기신론』 말미에 실려 있는데, 이것을 인용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정토신앙의 철학을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우 중요하다.
“어떤 중생은 애시 당초부터 이 지와 관의 수행법을 배워 바른 믿음을 얻으려고 하지만, 마음이 약한 이들은 (자신이) 이 사바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부처님을 항상 만나서 몸소 받들어 공양하지 못할 것이라고 스스로 걱정하며, 결국에는 자신이 신심을 내지 못할까 두려워한 나머지 포기하려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는 마땅히 알아라. 부처님에게는 뛰어난 방편이 있어서 (그들이) 신심을 내도록 보호하고 품어주신다는 것을. 이른바 오로지 하나에 집중한 마음으로 염불한 인연으로 타방의 부처님 나라에 환생하여 그곳에서 항상 부처님을 친히 뵙고 영원히 악도惡道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일이다. 예컨대, 정토부의 여러 경전에서 어떤 사람이 서방극락세계의 아미타불阿彌陀佛을 전심전력으로 생각하여 그가 닦은 선근으로 회향하여 그 세계에 환생하기를 소원하면 곧 왕생往生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곳에서 항상 부처님을 친히 만나기 때문에 결코 물러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부처님의 진여법신을 관觀하여 항상 부지런히 닦아 익히면 마침내 왕생하여 ‘바른 선정(正定)’에 머물기 때문이다.” 
이상의 인용은 정토신앙의 핵심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일구월심日久月深으로 아미타부처님을 염불하면, 그 세계에 왕생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신앙에 입각해서 망자를 위한 불교의 각종 시식施食이나 재齋의 의례儀禮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관음재일날 흔히 접할 수 있는 ‘관음시식觀音施食’을 상기해 보자. 망자를 위해 음식도 대접하고 부처님 말씀도 읽어드려 영가가 본래 간직한 ‘남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을 잘 살펴보시라고 법식法食과 찬식饌食을 올려드린다. 부질없는 번뇌에 끄달리지 말고 오직 부처님만 생각하시라고 반복적으로 간곡하게 염불을 한다.
재를 마치고 작별에 즈음해서는 소대燒臺로 위패를 모시고 나가 봉송을 하는 데, 이 대목에서도 재차 돌아가신 분의 극락왕생을 염불한다. 극락세계 중에서도 제일 좋은 자리를 맡아 앉으시어 부처님의 수기를 받고 또 가없는 보살행을 닦아서 끝내는 비로자나 부처님 세계인 연화장세계에 왕생하라고 말이다. 이렇게 정토에 가면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다는 『대승기신론』의 이 말도 못 믿겠거든, 부처님의 진여법신을 관하여 보살행을 닦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도 저도 싫고, 어찌할꼬 어찌할꼬, 인생을 살아야할지 고민이 없는 종자는 부처님도 구제 못하고 공자님도 어찌하지 못한다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