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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함께 꽃길만 걷고 싶어요

아들의 편지


우리가족 함께 꽃길만 걷고 싶어요


신강호 육군 병장(6군단)


올 봄은 두 개의 바람이 불었었죠? 미세먼지 바람, 그리고 대한민국의 새 바람이요. 후자는 이루어졌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광화문 앞에서 두 손 모아 바랐던 그 바람!
이제는 힘차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전역을 앞두고 마음이 더 좋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직접 가보지 못했다는 거예요. 봄 내내 전우들과 그 이야기가 입에 오르내리곤 했어요.
나중에 아이에게 광화문 그 현장을 입으로 생생히 담아낼 수 없다는 게 아쉽다고요.


이제 60일, 딱 두 달 남았네요. 19개월 동안 그토록 바랐던 전역이 눈앞에 다가온다니 설렘 반 두려움 반 마음이 싱숭생숭 합니다. 그 오랜 시간 마음 졸이셨을 아빠 엄마를 생각하면 무사히 건강하게 전역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에 가슴이 부풀어 오릅니다.
모두 아빠 엄마의 진심어린 사랑과 부처님께 올린 기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사랑해주시고 못난 저를 끝까지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돌려드릴 일만 남은 것 같아요. 그동안 주신 사랑을 다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철없고 어렸던 제가 한 그루 나무가 되어서 그늘이 되고 열매를 내어드릴 수 있게 오래 오래 건강하셔야 해요.
제가 바라는 건 딱 이거 하나 뿐이에요.


그동안 제가 진로문제 등으로 방황하여 많이 속상하셨죠? 허구헌날 게임하고 랩에 빠져서 학업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죠.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면 욕망이 된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새해를 맞아 금연을 하면서 벌써 5개월째에요. 하면 할 수 있더라구요. 물론 힘들긴 했지만요. 아빠 말대로 다 의지문제였어요. 의지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는데 얼마나 저를 안타깝게 생각하셨을까요. 저 스스로 이뤄낸 결과지만 이럴 때 보면 군대도 가볼만 한 것 같아요.~~~ㅎ


군대 가면 사람 된다는 말이 어느 정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치열하게 살 마음이 생겨서 다행이에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게요. 우리 팔불출(?) 아빠(ㅎ) 아들 자랑 많이 하실 수 있게 멋진 일만 하고 살 거예요. 훌륭한 부모님을 두었는데 어떻게 제가 못났겠어요. 그쵸?
그래서 저는 꿈이 멋진 남편,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는 거예요. 우리 가족을 보면서 가정을 꾸린다는 게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알게 됐어요.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이 있었지만 다 같이 이겨냈잖아요. 저는 그래서 더 멋진 남편, 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모든 게 부모님 덕이라는 거 아시죠?


군대에 와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많이 배우게 됐어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인생에서 나라는 존재와 그 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것도요. 그리고 그 소중한 것들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요.
제가 저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화두 하나가 있어요.


‘삶은 비움인가, 채움인가!’


비우는 것은 업이고 채우는 것은 덕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심란하거나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 앞에서 비울 것인지 채울 것인지 고민하곤 합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선’을 택하는 일이니까. 제 인생의 진리, 북극성으로 이 질문을 가지고 여행하고 있어요.
아빠 엄마가 생각하는 비움과 채움은 무엇일까요? 가끔은 이런 대화를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제 또 공부하려면 시간도 없을 텐데, 시간 있을 때 이런 얘기도 많이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조만간 술 사들고 답을 들으러 찾아뵙겠습니다!
이제 정말 훈련 하나만 남았네요. 동원 예비군 훈련만 끝나면요. 이렇게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저는 예초의 계절 여름에 지겹도록 풀길을 걷겠지만, 그것도 잠시니까요.
1초가 1분 같고 1분이 1시간 같겠지만 그랬던 적이 뭐 한두 번인가요? ㅋㅋㅋ
아들은 풀길 걷다가 1달 뒤에 꽃길 걸으러 레드카펫 들고 집으로 가겠습니다.
그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건강, 건강 챙기시구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