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근 /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
왜 인간은 불평등하게 태어나고 자기의 뜻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는가? 이 우주의 모든 것은 자기가 지은업이라고 하는 세력이 주체가 되어 그것을 인(因)으로 하고 다른 연(緣)을 만나 이루어지는 것이다. 만유(萬有)는 인과응보의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현재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모두 과거에 우리가 지은 것에 대한 결과라는 것을 먼저 자각해야 한다. 따라서 불자는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을 하지 말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자기과거의 악업을 참회하면서 밝은 지견의 원(願)을 세워 찰나 찰나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는 것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면 수업수생(隨業受生)에서 수의왕생(隨意往生)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먼저 기도인의 자세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기도는 내 마음대로도 남의 도움으로도 어찌 할 수 없는 것을 불보살의 불가사의한 힘에 의지하여“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매달리는 것이다. 기도를 할 때는 지극한 마음, 간절한 마음 하나면 족하다. 복잡한 형식이나 고차원적인 생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간절하게 불보살을 생각하고 지극한 마음을 전하면 되는 것이다. 간절하다는 것은 마음이 한결같다는 것이다. 기도하는 사람은 소원을 이룩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뭉쳐야 한다.
“잘되게 하소서. 잘 되게 해주소서. 잘 되게 해 주십시오….”이렇게 마음을 하나로 모아 간절히 기도하면 반드시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 신라의 원효스님은 기도하는 법을 이야기 하면서, “절하는 무릎이 얼음처럼 시려도 불 생각을 하지 말고, 주린 창자가 끊어져도 밥 먹을 생각을 하지 말지어다.”라고 하셨다. 이것은 간절히 기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기도를 하다보면 처음 얼마동안은 마음이 잘모아지지만, 조금 지나면 갖가지 잡념들이 많이 일어나게 된다. 몸이 고단하다는 생각, 올바른 방법으로 기도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 이러한 생각들은 기도를 망쳐버린다. 이러한 생각들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지 말고, 그때 소원을 굳게 곧게 세우고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온몸에 사무치도록 기도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기도삼매에 빠져들어 불보살의 가피력을 입어 소원을 성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불자라면 불보살의 광명정대한 자비에 의지하여 자기의 정성을 다 바치는 자력(自力)의 기도를 해야만 한다. 요행수를 떠난 자력의 기도를 하면 업장은 저절로 소멸되고 복은 저절로 찾아들게 될 것이다. 신심 있는 기도를 할때 환희심이 샘솟고, 환희심이 생기면 신심도 확고부동해진다. 신심 있는 자력의 기도는 자기 능력에 맞추어서 일심지성(一心至誠)으로 정신을 가다듬으면 되는 것이다. 참된‘나’의 신심을 다 바치는 기도는 소원을 이룰 수 있게하는 비결이요, 또 해탈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첩경이다.
그러면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도 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필자는 108배와 108염불을 생활화할 것을 권한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108배, 취침 전에 관세음보살 108염불! 이것을 생활화하면 흐트러진 마음이 점차 모이고 맑고 밝아지며 번뇌는 저절로 사라져 삼매(三昧)속으로 몰입하게 된다. 108배는 무엇인가? 절은 108번뇌의 소멸과 관련되어 있다.
108번뇌는 육근(六根)과 육진(六塵)이 서로 만날 때 생긴다. 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뜻(意)의 육근이 색(色)·소리(聲)·향기(香)·맛(味)·감촉(觸)·법(法)의 6경계를 상대할때 먼저 좋다(好)·나쁘다(惡)·좋지도 싫지도 않다(平等)는 세 가지 인식작용을 일으킨다. 그리고 다시 좋은 것은 즐겁게 받아들이고(樂受), 나쁜 것은 괴롭게 받아들이며(苦受),좋지도 싫지도 않는 것에 대하여는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게 방치하는(捨受) 것이다.
곧 6근과 6진이 하나하나가 부딪칠 때 좋고(好)·나쁘고(惡)·평등하고(平等)·괴롭고(苦)·즐겁고(樂)·버리는(捨) 여섯 가지 감정이 나타나므로, 6×6=36, 즉 서른여섯 가지의 번뇌가 생겨나게 된다. 이 36번뇌를 중생은 과거에도 했었고, 현재에도 하고 있고 미래에도 할 것이므로, 6×6=36에 과거·현재·미래의 3을 곱하여 108번뇌가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 중생들은 이와 같은 108번뇌로 마음을 흩뜨려 놓기 때문에 번뇌로 인해 주체의 삶이 아니라 객체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8번뇌! 이것은 우리의 흐트러진 중생의 마음을 뜻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108번뇌는 108번의 절을 하는 동안 스스로 순화되어 삼매의 힘으로 변화된다. 흐트러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일심의 원천(佛心)으로 거슬러 올라 가는 환멸(還滅)의 시간이 펼쳐지는 것이다.
우리 불심의 마음은 무한한 능력,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마음이 번뇌를 따라 밖으로 뿔뿔이 흩어질 때는 무능에 빠져 일마다 장애가 생기게 되어 곳곳 마다 전도된다. 번뇌 속으로 흐트러진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삼매의 힘은 다시 되살아나 본래의 무한한 능력이 우리에게 현전하게 된다. 이렇게 거듭거
듭 절하다 보면 업장이 소멸되어 몸과 마음이 청정해지면서 몽중가피(夢中加被)·현증가피(顯證加被)·명훈가피(冥熏加被)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재난은 스스로 피해가고 소원은 성취되어 두루 편안해지며, 기쁨과 행복이 충만해지게 되는 것이다.
‘중생심의 물이 청정해지면 보살의 달그림자가 거기에 나타난다(衆生心水淨菩薩月影顯)’는 것이다.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 언제인가? 잠들기 직전의 5분이라고 한다. 우리의 의식은 잠이 들면 잠재의식의 세계로 들어갔다가 지극히 고요한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한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적 의식적 활동은 잠재의식 또는
무의식의 조정을 받는다. 그래서 의식의 세계를 보다 훌륭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잠재의식과 무의식을 잘 계발해야 한다. 잠들기 5분전에 관세음보살을 108번 일념으로 간절히 부르고 자면 편안한 수면을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깨어나서도 맑고 밝은 정신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수험생의 경우에는 필수적이다. 가족을 위한 기도는 기도를 대신해 주는 것이다. 대신해주는 기도의 원리는 마치 햇빛을 거울로 받아 어두운 방을 비춰줌으로써 그 방을 환하게 밝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내가 가족중 한 사람을 생각하며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의 밝은 가피가 그에게로 향하게된다. 가족끼리는 뇌파작용, 뇌전파작용이 강하므로 기도하면서 텔레파시를 보내면 불보살의 밝은 광명이 그 가족에게 전달되어 장애가 사리지게 되어 뜻과 같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108배나 108번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면서 반드시 그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간절히 축원하라는 것이다. 아침에 108배, 잠자기 전 108번 관세음보살 염불은 소원을 이루는 비결이니 뒷날로 미루지 말고 지금 이 자리에서 한마음으로 실천하여 성취하기를 필자는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