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종원
언론인
지난 8월 12일 우리나라의 대표적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서거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그가 대단한 인기를 누린 인물이란 것을 새삼 실감했을 것이다. 그의 장례식장에는 이 나라의 내로라하는 연예계의 남녀 스타들이 줄지어 조문행렬을 이루고 심지어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 이렇다하는 정계의 세도가들까지 조문행렬에 동참하였기 때문이다.
보통의 패션 디자이너라면 그의 빈소를 찾는 조문객이 그와 거래를 한 패션모델들이나 가까운 패션계 인사 그리고 그의 옷을 입은 상류사회 인사들이 고작일 터인데 앙드레 김의 빈소에는 그런 일반의 관측을 뛰어넘는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폭 넓게 참석하고 있는 것이 놀랍다는 인상이다.
실제로 앙드레 김은 단순한 패션 디자이너의 영역을 뛰어넘는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는 소문도 들리곤 했다. 가수이건 탤런트이건 영화배우이건 심지어 이렇다하는 스포츠 스타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수준에 오른 사람은 그의 옷을 입는 기회를 얻게 되고 또 그런 과정을 겪어야 톱스타의 반열에 들 수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선 앙드레 김은 스타 인정자이며 스타 양성가라고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순수한 앙드레 김의 호의이기도 하였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다분히 철저한 상업적 거래관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앙드레 김이 한국 제일의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세계 도처에서 패션쇼를 연 관록을 가진 패션계의 대부가 된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앙드레 김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업계의 귀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 대중은 자신이 디자인한 하얀 옷을 입고 다니는 앙드레 김의 모습을 보고는 신비감마저 느꼈던 것이다. 그의 패션계의 명성과 그가 이룩한 거대한 재산은 선망의 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앙드레 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에는 대중의 상당한 반발을 받기도 했다. 앙드레 김이라는 이름도 생소한데다가 혀가 꼬부라진 듯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상당히 역겹다는 느낌을 토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국 사람이 한국이름을 버리고 프랑스 사람의 이름을 내세우는 것도 못마땅했고 프랑스 사람도 아닌 그가 이상한 억양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상당히 익살스럽기까지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회의 반감과 오해를 잘 극복하고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로 마침내 인정을 받는 위치에 올랐던 것이다. 그는 동양적인 모티브를 재해석해 그 나름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스타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화려하고 환상적인 한국미와 동양미는 그만의 영역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문화훈장,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이탈리아 문화공로훈장을 받았고 그의 사후엔 정부가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하지만 매스미디어를 통해 앙드레 김의 죽음에 접한 사람들 특히 불자들은 앙드레 김이 불자였다는 사실과 그의 장례절차가 불교식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서양과 서양문화가 좋아 이름까지 프랑스식으로 ‘앙드레 김’이라고 한 그가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인들과 이탈리아인들처럼 가톨릭 신도가 되지 않고 한국인의 전통종교인 불교를 고수하고 있는 점이 너무나 대견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 자신이 독실한 불교신자였다는 점이다. 불교계 매체들의 보도로는 그가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집안에 모셔놓은 불상에 절을 올리며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빈소에는 화성 용주사와 북한산 진관사 등 생전에 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사찰의 스님들이 찾아와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심지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포교원장 혜총스님을 비롯한 종단의 관계자들도 빈소를 찾아 조문을 했다. 하지만 그런 불교계의 관심은 너무나 피상적이고 미약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살아생전에 불자 앙드레 김의 패션쇼를 조계사 마당에서 성대하게 거행하였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2006년에는 그런 논의가 있었다가 일정 관계로 성사를 보지 못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혹시 조계종 집권층 내에 순수한 문화예술 활동을 폄하하고 대신 편향된 정치행사만 중시하는 사람들이 방해한 것은 아닌지 깊은 의구심도 든다. 우리 불교인들이 이제는 앙드레 김처럼 순수한 종교심으로 돌아와 사회와 국가에 공헌하는데 좀 더 기여했으면 싶다.
착한 불교인 앙드레 김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