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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정치

박관우
AJA아시아기자협회 운영위원



MB후반기 친위체제 구축…평가는 글쎄~
이명박 대통령이 8월 25일을 기점으로 집권 후반기에 들어섰다. 이에 앞서, 일찌감치 새로운 인적 진용을 갖추었다. 우선, 6.2지방선거 패배 이후 청와대 진용을 새롭게 개편하고, 7월 1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거쳐, 8.8개각을 통해 MB정부의 3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또 8월 13일 차관 인사를 마지막으로 MB 정권의 하반기에 국정을 담당하게 될 당-정-청 인물 개편작업이 마무리됐다. 유임 부서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당과 청와대 인선은 차치하고, 청와대는 내각 개편에 대해 소통과 화합의 젊은 내각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친박을 비롯한 여권 내부는 물론이고,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응은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지 않다. MB친위체제 구축이라는 평가로 요약된다. MB입장에서는 국정의 일관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지만, 야당은 독선과 소통부재 내각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여권 일부는 야당의 시각에 동조하고 있다. 개각 인사 면면을 보면 야당의 지적이 나올 만한 소지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의 평가도 대동소이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길을 고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했다. 여기에, 핵심측근을 대거 전진 배치한 점을 꼽았다.


특임 총리에 인턴 총리 논란
하반기 인적 개편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현 정권 출범 이후 끊임없이 정권2인자로 불리고 있다. 재조(在朝)에 있든 재야(在野)에 있든 상관없다. 이번 개각에서도 건국 이후 5번째 40대 총리 발탁 뉴스 보다 집중력이 높다. 그만큼 위치를 떠나 영향력의 강도와 범위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과의 거리 때문이다. 가장 가깝다는 평가이고, 실제 그런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특임장관 임명시기도 화제다. 7.28재보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과 열흘 만에 특임장관으로 임명됐다. 특임장관은 정부조직법 제17조에 따라 대통령이 특별히 지정하는 사무 또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무총리가 특히 지정하는 사무를 수행한다. 그러니까, 특정 부서업무에 한정되지 않고, 대통령의 권한과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분신(分身)과 같은 권력기관이다.
특임장관은 임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수 관계인 당과 정부간에 가교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생각을 당에 전하고 당의 생각을 전달하게 된다. 야당과의 관계 개선에도 물밑작업을 한다. 그래서 대통령과 핵심측근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임무와 역할을 맡는다. 예전 정무장관의 역할과 유사하지만, 지금은 인물 비중이나 당-청간 권력흐름을 볼 때, 그 보다 더 센 것 같다. 전임자도 족탈불급이다. 대통령과 친밀도가 높은데다, 당내 영향력도 더 크기 때문에 향후 행보와 역할 양상이 사뭇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벌써부터 특임총리에 인턴 총리라는 야당의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중심제에 어울리는 통치스타일
임기의 절반을 넘기면서 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만큼 어려운 현안이 많다는 얘기다. 사실 대통령의 직무는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과장이 아니라 외교-국방부터 경제-교육-인권-환경-여성-과학기술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대통령의 권한이 집중돼 있다.
대통령중심제이니 당연한 소리이지만, 실제 권력 작용을 보면 그 보다 더하면 더했지, 그 이하는 절대 아니다. 대통령 개인도 개인이지만, 제도가 가지고 있는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personality)에 따라 권력 작용은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다. 과거 현대건설 사장이나 서울시장 시절을 상기해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야 말로 대통령중심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저돌적 추진력을 갖춘 독점적 권력행사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통합적 리더쉽 보다는 자신의 주장과는 달리 독선적 리더쉽에 가깝다.


화법정치의 한계...진정성이 우선
이처럼 권력 독점 스타일과 함께 역대 대통령의 스타일과 비교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평가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유사점은 화법정치(話法政治)를 꼽는다. 어떤 정책 변화를 꾀하거나, 국면전환의 필요성이 있으면, 정책 대상자가 자극할 정도의 구두개입을 강하게 한다. 여러 가지 사례가 있는데, 최근 대기업 정책에 대한 발언이 가장 대표적 이다. 7월 한 달간 무려 5차례에 걸쳐 대기업에 대한 경고발언을 쏟아냈다. 대표적으로, 대기업 CEO에게 미소금융에 관심을 가져 달라면서, 재벌 캐피털사에 대해서는 사채업자와 뭐가 다르냐며 비판했다.
이쯤 되면 취임 초에 내세웠던 친기업 기조(business friendly)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경제대통령이란 꼬리표도 당장 떼어낼 기세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예상 밖으로 흘렀다. 기업은 기업대로, 서민은 서민대로 불만을 쏟아냈다. 이제 와서 친서민 정책이냐, 일종의 쇼 아니냐, 정치가 다 그렇지 등등 냉소적 반응이 이어졌다. 기업체들은 앞으로 CEO 출신 대통령 후보를 찍어선 안 될 것 같다며 역시 차가운 입장에 섰다. 기업과 서민 모두 등을 돌렸다.
최근에는 8.15광복절 기념사에서 통일세 신설을 제기했다. 세금이라고 하면서 국민이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지 각론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나온 것이다. 또 지금 이 시점에서 왜 통일세 논의가 필요한 것인지 의아(疑訝)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것이 화법정치의 한계다. 먼저 말을 던져 놓고, 반응에 따라서 변화를 시도하려는 모양새는 백전백패다.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결과도 좋을 리 없다.
국민들은 이미 화법정치에 대한 경험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겪은 것을 생각해 보면, 아찔할 정도다. 어떻게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화법정치의 최대 수혜자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철저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화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우선이다.


대통령 정치 복원 절실...참모정치 근절
화법정치를 지양하기 위해서는 정치 스타일이 바뀌어야 한다. 전직 대통령과 비교하면 고인에 대한 실례가 될 것도 같고, 현 정권 인사들이 별로 반가워하지 않을 것 같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닮을 것은 닮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노대통령의 장점은 솔직함이다. 그러나, 화법정치의 한계를 보였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도 화법통치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달리 말하면, 스타일을 바꾸기 싫고, 바꾸기 쉽지 않으면, 대통령 정치를 복원해야 할  것이다. 갑자기 스타일을 바꾸면 위선적으로 보인다.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본분사는 정치다. 어줍짢은 논리로 애써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난다는 이유와 명분을 가지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권 후반기에는 차기 대권 논의를 비롯해 국민을 위해 해야 할 국정과제가 전반기 보다 더 많을 것이다.
국민은 성공하는 대통령을 바란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정치력을 복원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정치복원은 권모술수가 판치고 참모들이 설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사회의 모든 가치가 합리적으로 배분되고 작동하는 과정이여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