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경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남부총괄팀장
빠띠뿌지까라는 여인은 33천의 천상세계에서 매일 같이 아름다운 꽃다발을 만드는 사람의 (말라바리) 아내로 즐겁고 아름다운 생활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때 33천에서 말라바리 (꽃다발을 만드는 남자) 한사람이 꽃다발과 꽃목걸이를 만들기 위해 즐거운 동산으로 갔으며 거기에는 일천명의 선녀들이 꽃목걸이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중 오백명은 나무에 올라가 꽃을 땄고 다른 오백명은 밑에서 그녀들이 던진 꽃을 주워서 목걸이 등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한 선녀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서 잠깐 사이에 천상으로부터 지상에 내려와 사왓티의 어느 집에 아기로 태어나게 되었으며 그녀의 이름은 빠띠뿌지까라고 지어졌습니다.
빠띠뿌지까는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결혼을 했으며 그녀가 지상에서 열심히 한 일은 승가에 귀의하여 스님들께 정성을 다해 공양을 올리는 일이었습니다.
네 아이의 엄마가 된 빠띠뿌지까는 태어날 때부터 과거 전생을 기억하는 능력이 있어서 천상에서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언제나 그녀의 한결같은 발원은 천상의 남편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빠띠뿌지까 여인은 비구 스님들이 거주하시는 강당을 언제나 그렇듯이 깨끗하게 청소하고 모든 공양물과 필요한 물건을 정성을 다해서 준비해 놓고는 갑자기 죽어버렸으며 그녀는 예전의 33천의 천상세계에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녀가 천상에 선녀로 돌아와 보니 자기가 인간세계에 태어났다가 다시 천상으로 돌아오는 동안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천상의 선녀들은 여전히 꽃목걸이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천상의 하루는 다 지나가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때 꽃목걸이를 만드는 말라바리가 그녀를 보고 물었습니다.
“우리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당신을 볼 수 없었는데 도대체 그 동안 어디에 갔다 온 거요?”
“저는 잠시 천상을 떠나 있었습니다.”
“그랬소? 그래서 어디에 태어났었소?”
“사왓티의 한 가정에 태어났었습니다.”
“얼마동안 거기에 머물러 있었소?”
“어머니의 태중에서 열 달, 태어나서 열여섯 살이 되어 결혼했고 그 뒤 아들 넷을 낳을 동안이었습니다.”
“그랬소? 그래 그곳 사람들의 수명은 대체로 얼마나 됩니까?”
“길게 잡아도 단지 백 년 정도 될 뿐입니다.”
“아, 참으로 짧은 수명이로군! 그렇게 짧은 기간을 사는 사바세계 사람들은 어떠하였소?
“그들은 대체로 정신없이 살고 있습니다. 마치 자기들의 수명이 한없이 길어서 죽음이란 자기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인간이 단지 백 년밖에 살지 못한다면 그들은 잠이나 자면서 정신을 딴 데 빼앗겨서는 안 될 것이오. 그래가지고서야 어떻게 해탈을 성취할 수 있겠소? 인간의 백 년은 천상의 하룻밤 하루 낮에 지나지 않는 것, 천상인의 수명을 인간의 햇수로 계산하면 무려 삼천육백 만 년이나 되오. 그렇거늘 그런 곳에 살면서 정신을 차리지 않고 방탕한다면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소.”
한편 부질없는 일에 마음을 얽매고 사는 인간세계의 사람들은 빠띠뿌지까 여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수행자인 비구 스님들에게 조차도 너무나 무상하고 순간적인 일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으며 비구 스님들은 놀란 마음을 위로하면서 부처님께 찾아가서 사뢰었습니다.
오직 남편만을 생각하던 여인, 저희들을 위해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가리지 않았으며 자기의 모든 공덕을 남편에게 회향하던 여인이 죽었습니다. 그녀는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비구들이여 그녀는 자기의 남편에게로 돌아갔느니라.”
비구들은 의아해하며 여쭈었습니다.
“부처님, 그녀는 자기 남편과 함께 죽은 것이 아닙니다.”
“비구들이여 그녀가 발원했던 남편이란 인간으로서 만난 살아있는 그 남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느니라. 그녀는 꽃목걸이로 천상을 장식하는 천인의 아내였으며 그녀가 공덕을 회향했던 것은 그 남편이었느니라. 이제 그녀는 다시 옛 남편에게로 돌아간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이 생명이란 그렇게 짧고 무상한 것이니라.
사람들이 채 감각적인 쾌락에 만족하기도 전에 죽음은 그들을 덮치느니라.”
아름다운 꽃을 찾아 헤매듯 마음이 감각적 쾌락에 빠져 있는 자를 죽음은 먼저 앗아 가버린다. 그가 쾌락에 채 만족하기도 전에.
인간 세상에 태어나서 결혼을 하고 어머니가 되었고 비구 스님들께 정성을 다하면서 일생을 살다간 그녀가 천상에 가서 보니 아직 천상세계는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일평생이 천상의 반나절인 인간세상에서의 사람 목숨은 너무나 덧없고 천상 사람들에게는 인간의 일생이라는 것은 하루살이보다 못한 보잘 것 없는 짧은 삶인데 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갖은 욕심을 다부리고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며 이 인간의 어리석은 삶을 어떻게 설명 하더라도 천상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삶은 반드시 죽음으로 끝나며 삶이 참으로 공한 줄 깨닫고 누구와도 다투지 않고 그 무엇과도 겨루지 않으며 자신을 뽐내지도 않고 공空에 투철한 채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자기 삶의 일부분으로 삼아서 꽃을 꺾는 일에만 마음을 팔려버리지도 않고 어리석게 집착에 얽매이지도 않으며 욕망에 빠져 허덕이지도 않는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죽음의 덫으로부터 자유를 얻은 사람이라고 부처님께서는 설하고 계십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