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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행증’으로 읽는 화엄경 열 두 꼭지⑨ 이해(3/6) 도리천궁에서 하신 ‘견해’ 설법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1.
󰡔화엄경󰡕은 책의 분량으로 보나, 그 속에 담긴 내용으로 보나, 방대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데에는 요령이 필요하다. 󰡔화엄경󰡕의 단락 나누기로 ‘신-해-행-증’에 대해서 독자께서는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지금 필자는 그 중에서 ‘해(解 이해)’에 대한 부분을 설명해가고 있다. ‘해(解 이해)’에 대한 부분도 단락이 나누어진다. 즉, ①문수보살(믿음/보광명전)→②법혜보살(견해/도리천궁)→③공덕림보살(실천/야마천궁)→④금강당보살(서원/도솔천궁)→⑤금강장보살(체험/타화자재천궁)→⑥보현보살(성불/보광명전)로 진행된다.
중요한 것은 ①-⑥이 모두 ‘해(解 이해)’ 즉, 이론에 관한 설법이라는 점이다. 즉 ①에서는 믿음에 관한 이해, ②에서는 견해에 관한 이해, ③에서는 실천에 관한 이해, ④에서는 서원에 관한 이해, ⑤에서는 체험에 관한 이해, ⑥에서는 성불에 관한 이해, 이렇게 이해를 설명하는 것이다. ‘행(行 실천)’에 과한 설법은 「이세간품」에서 진행된다.


2.
지난 8월호에서는 ①문수보살(믿음/보광명전) 부분을 소개했다. 이번 9월호에서는 ②법혜보살(견해/도리천궁) 부분을 소개하려 한다. 돌이켜보면 설법 장소가, 처음에는 보리도량이었고 그 다음에는 보광명전이었다. 이렇게 두 번의 모임에 이어 이번에는 도리천으로 자리를 옮겨 세 번째 법회가 열린 것이다. 세 번째 모인 도리천궁 법회에서는 모두 여섯 개의 ‘품品’ 즉, 「승수미산정품 제13」, 「수미정상게찬품 제14」, 「십주품 제15」, 「범행품 제16」, 「초발심공덕품 제17」, 「명법품 제18」이 설해진다.
모두 여섯 품이지만, 핵심은 「십주품」, 「범행품」, 「초발심공덕품」이다. 이 세 품이 본론인 셈이다. 그리고 앞에 있는 두 품, 즉 「승수미산정품」과 「수미정상게찬품」은 도입 부분이고, 뒤에는 「명법품」은 도리천궁의 법회를 마무리하고 다음의 야마천궁 법회를 기약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각 품 사이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화엄경󰡕을 읽으면 구조적인 이해에 도움이 된다.
물론 「십주품」, 「범행품」, 「초발심공덕품」, 이 세 품 사이에도 연관이 있다. 「십주품」이 도리천궁 법회의 핵심인데, 「십주품」에서는 ‘마음먹기 수행’을 10단계로 설하고 있다. 그리고  「범행품」에서는 ‘마음먹기’ 수행을 어떻게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끝으로 「초발심공덕품」에서는 ‘마음먹기’ 수행을 했을 경우에 나타는 공덕에 대해서 설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두 이론적인 설명이라는 점이다.
이상에서는 간단하게 설명한 각 품 사이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하에는 각 품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해보기로 한다.


3.
먼저, 「승수미산정품 제13」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부처님은 성도하신 보리수나무 밑을 떠나지 않으신 채, 제3회의 설법을 시작하기 위해 도리천의 제석천궁으로 올라가신다. 화신으로 나투신 부처님 오시는 것을 제석천왕이 뵈옵고, ‘보광명장’이라는 이름의 사자좌를 마련하여 맞이하여 모시고 예를 갖춘다. 하염없는 세계의 천자를 비롯하여 법왕들이 에웨 싸고 모시며 부처님의 공덕을 찬송하는 게송을 바친다.


4.
다음, 「수미정상게찬품 제14」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기로 한다.
이 모임에서는 이미 청중들의 믿음이 확고해졌다고 보고, 단계를 높여 각종 지견과 견해를 설법하시려는 설계로 법문이 구성된다. 즉, 10주住의 법문을 설하시려는 것이다. 시방의 부처님 세계로부터 법혜 보살 등 ‘혜慧’자 들어가는 보살들이 운집하여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니, 이제 3회 법회의 서막이 열린다. <방편발기方便發起>가 여기에서 마쳐진다.
법혜보살이 올린 찬송의 첫 구절을 보자.


부처님이 깨끗한 광명 놓으시니
세상을 지도하는 대사께서
수미산 꼭대기의
묘승전에 계신 것을 보겠도다.


이렇게 법혜보살을 시작으로 ‘혜(慧 지혜)’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보살들이 뒤를 이어 게송을 바친다. 그 보살들의 이름 앞에 승혜, 공덕혜, 정진혜, 신혜, 지혜, 진실혜, 무상혜, 견고혜 등이 붙어 있다. 이럼 속에 그 보살의 역할이 담겨있다.


5.
다음, 「십주품 제15」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기로 한다. 이곳에서 드디어 10주의 법문이 시작된다. 모든 법문이 그렇듯이 부처님의 가피를 받은 보살님이 삼매에서 나와 부처님의 뜻을 전하는 형식으로 꾸며진다. 제3회 도리천궁 법회에서는 그 역할을 법혜 보살이 맡고, 들어간 삼매의 이름은 ‘무량방편삼매’이다.
삼매에서 일어나서 10주 법문을 설하니, 이른바 ①초발심주初發心住, ②치지주治地住, ③수행주修行住, ④생귀주生貴住, ⑤구족방편주具足方便住, ⑥정심주正心住, ⑦불퇴주不退住, ⑧동진주童眞住, ⑨법왕자주法王子住, ⑩관정주灌頂住이다.
여기에서는 10주의 지위를 중점으로 설하신다. 본 품을 <변위辨位>라고 과목명을 붙인 경학 대가들의 안목에 감탄할 뿐이다.
‘주住’란 무슨 뜻일까? 운허 스님의 󰡔불교사전󰡕에 의하면, “마음이 진제眞諦의 이치에 안주하는 위치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주住라 함”이라 했다. 즉 마음먹기 수행이다. 체험과 결부되는 수행은 「이세간품」, 즉 ‘5주인과五周因果’로 말하면 제4의 성행인과成行因果, ‘4분설四分說’로 말하면 제3의 ‘탁법진수성행분託法進修成行分’에서 이루어진다.


6.
다음, 「범행품 제16」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기로 한다. 본 품을 경학가들은 ‘변행辨行’이라 과목명을 붙인다. 이곳에서는 품의 이름 그대로 ‘청정한 수행’을 설하기 때문이다. 그런 수행에 의지하여 여래의 ‘열 가지 행’을 닦기 때문에 ‘관과 행(觀行)’이 서로 어울리고 ‘자비와 지혜’가 원융하여 첫 발심에 대뜸 최고의 깨침을 얻는 원리를 설파하신다.  ‘열 가지 행’이란 다음과 같다.


“다시 열 가지 법을 닦아야 하나니, 무엇이 열인가. ①이른바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아는 지혜, ②지난 세상·지금 세상·오는 세상의 업과 과보를 아는 지혜, ③모든 선정 해탈 삼매를 아는 지혜, ④모든 근성의 승勝하고 열劣함을 아는 지혜, ⑤가지가지 이해를 아는 지혜, ⑥가지가지 경계를 아는 지혜, ⑦온갖 곳에 이르는 길을 아는 지혜, ⑧천안통이 걸림 없는 지혜, ⑨숙명통이 걸림 없는 지혜, ⑩습기習氣를 영원히 끊는 지혜이다. 여래의 십력을 낱낱이 관찰하며, 낱낱 힘에 한량없는 뜻이 있는 것을 마땅히 물어야 하느니라.
들은 뒤에는 크게 자비한 마음을 일으키나니, 중생을 관찰하여 버리지 아니하며, 모든 법을 생각하여 쉬지 아니하며, 위없는 업을 행하고도 과보를 구하지 말며, 경계가 요술 같고, 꿈같고,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고, 변화와 같음을 분명히 알지니라.”


7.
다음, 「초발심공덕품 제17」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기로 한다. 역시 경학가들은 본 품을 <명덕明德>이라 과목 이름을 붙였다. 이미 청정한 행을 닦았기 때문에 밝은 덕이 드러난다. 10주의 공덕은 단계가 올라갈수록 공덕이 크게 마련이지만, 역시 첫 단계의 발심 공덕은 궁극의 깨침과 통한다는, 즉 원인되는 수행인 ‘인행因行’ 그 결과로 얻어지는 공덕인 ‘과덕果德’은 시간적으로 동시적이며 공간적으로 광대한 법계와 동등하다는 이치가 설해진다.


8.
끝으로, 「명법품 제18」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기로 한다. 멈추거나 머뭇거리지 말고 늘 정진하는 열 가지 수행 방법과, 또 그렇게 수행하면 생기는 열 가지 청정한 법이 설해진다. 그리하여 10주 단계의 수행을 철저하게 완수해서, 다음의 단계인 10행으로 더 높이 나아가야 함을 밝힌다.


9.
이곳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도리천궁의 설법에선 핵심은 역시 ‘10주’ 법문이다. 전통적으로 많은 경학가들이 그렇게 평가했다. 공감하면서 필자의 경우, 실제 생활에서 「범행품 제16」이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