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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의 계절입니다


 

문상돈 | 한의학 박사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햇살고운한의원 대표 원장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다 빠져나가서 효과가 떨어지므로 보약은 날씨가 서늘해서 땀이 덜 나는 가을에 먹어야 제격이고 효과 또한 좋다」는 근거도 없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말이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인지 몰라도 여하튼 이맘때가 되면 보약을 찾는 수요가 다른 시기보다 많다.
보약 말고도 요즘은 글루코사민·청국장환·스피루리나·클로렐라·로얄젤리·꿀·홍삼·개소주·흑염소·사슴탕 등 헤아릴 수 도 없이 많은 건강보조식품이 난무하고 있다.

정말 그것들이 광고에 나온 만큼 효과가 있는지, 또 섭취하는 사람이 자신의 몸에 맞는 식품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주변의 건강염려증을 가진 어떤 사람은 하루 먹는 건기식과 약을 합하면 한주먹이나 된다하니 할 말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건기식의 종류만 8천 가지가 넘는다는데 정말 보약과 건기식이 필요한 허증(虛證)을 가진 사람이 지천에 깔려있나 보다.

그런데 왜 필자에게는 허한 사람보다 오히려 넘쳐서 병이 생기는 환자들이 많을까?
이는 필자 한의원 뿐 만 아니라 시대적인 질병 트랜드라고 볼 수 있다.
즉 지금은 모자라기보다 넘쳐서 병이 나는 환자가 많다는 뜻이다. 넘쳐서 생기는 병이 뭘까? 이른바 대사증후군이라고 하여 현대인에게 아주 많이 노출되어 있는 비만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 중풍 등이다.
대사증후군은 왜 생길까?

입에서는 좋은데 속에서 좋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었던지 아니면 섭취한 칼로리는 많은데 비해 신체활동을 통한 소비가 부족하고 배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체내에 그대로 남은 양분이 독성화 되어 발생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먹은 만큼 나오지 못해서 온 것이다.
이 경우 혈액상태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혈구가 혼탁하게 엉켜있어 흐름이 둔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독소가 구정물처럼 끈적끈적하게 체내에 정체되어 있으므로 그 찌꺼기가 혈관과 장기 사이에 물때가 끼듯이 미끈미끈하게 침착되는 것이다.

먹기만 하고 배설기능이 문제가 생긴 사람들에서 나타나는 동맥경화성 혈관은 정상적인 혈관이 내강에 아무런 이물질 없이 깨끗하게 형태를 유지하는데 비해 혈관 내강에 노폐물이 쌓여 혈관구멍 크기가 줄어들고 혈관 벽이 두꺼워져 탄력을 잃고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 대장암 직장암 발병이 15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육식이 늘고 채식이 줄어드는 서구형 식단으로 변화된 한국인의 음식문화를 원인으로 지목하였지만 그보다는 많은 섭취량에 비해 배설기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아서 온 영향이 더 많으며 따라서 배설의 최종 길목인 대장과 직장에 질병 발생율이 당연히 높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도 보약을 찾아 남녀노소가 한의원을 찾거나 보약을 대체할 식품을 먹는 경우가 많다. 물론 출산 유산 후의 여성, 성장기어린이, 큰 병을 앓고 난 사람과 같이 보약을 처방받아야 할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열에 아홉은 보약보다 체내 들어 있는 독소를 빼야하는, 즉 몸속을 채우기보다 덜어줘야 하는 체내정화가 필요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차는 엔진이 돌아가야 움직일 수 있고 엔진은 연료가 제대로 공급될 때 가동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연료탱크 속에 연료는 꽉 차있는데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연료를 추가공급하기 보다 엔진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피곤하고 무기력하며 의욕이 떨어지는 등의 기능저하증후군이나 대사증후군은 연료가 넘치기 때문에 발생하는 증상에 비유할 수 있는 것처럼 이때는 보약을 처방하기 보다는 너무 꽉 차있어서 통하지 못하는 내장과 경락을 뚫어주고 순환시키는 체내 정화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

연료가 부족해도 문제지만 너무 넘쳐도 그 차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체도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음식이나 보약 섭취를 통하여 건강을 회복하려는 편리한 사고방식보다 체내 축적된 칼로리 소비를 통하여 대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숨이 다소 가쁜 정도의 빠른 걸음이나 조깅·수영 등의 유산소운동이 대사량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운동이며 칼로리 누적이 심하여 체내 독성화가 심한 사람은 독소를 정화시킬 수 있는 해독치료를 운동과 병행해 주는 것이 효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