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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 속에 대표적인 대승경전을 담다

화엄경·묘법연화경·유마경·대반열반경·금강경


윤창화
민족사 대표


대승경전은 기원을 전후하여 반야경을 시작으로 많은 경전이 성립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대승불교의 사상과 철학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경전이 바로 『화엄경』·『법화경』·『유마경』·『열반경』·『금강경』이다. 그 밖에 능가경·관무량수경 등이 있고, 능엄경·원각경도 있으나 이 두 경전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경전이다. 즉 중국인의 사유와 정서에 맞추어서 만들어진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대승경전은 성립 시기에 따라 크게 셋으로 나눈다. 나가르주나(용수) 이전에 성립된 대승경전을 초기 대승경전, 그 이후 세친 까지를 중기 대승경전, 또 그 이후 밀교의 성립까지를 후기 대승경전이라고 한다.
초기에 성립된 대승경전으로는 『육바라밀경』·『보살장경』·『아촉불국경』·『반야삼매경』·『수능엄삼매경』·『반야경』·『화엄경』·『무량수경』·『아미타경』·『관무량수경』·
『법화경』 등이 있고, 중기 대승경전으로는 『대방등여래장경』·『유마경』·『승만경』·『대반열반경』·『해심밀경』·『능가경』·『금광명경』 등이 있으며, 후기 대승경전으로는 『대일경』·『금강정경』 등이 있다. 후기 대승경전은 주로 밀교관계 경전이 많다.


이 책(한 권으로 읽는 대승경전)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대승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화엄경』·『법화경』·『유마경』·『열반경』·『금강경』을 한 권 속에 묶은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대승경전은 우리에겐 매우 친숙한 경전이며,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불교국에서 대단히 중시하는 경전이다. 또 여기에 수록된 대승경전은 대승불교의 사상적 바탕이 되고 있는 경전이다. 특히 멀리는 1세기 전, 가깝게는 반세기 전 아함경이 알려지기 전만 해도 금강경, 화엄경, 법화경 등 대승경전은 한국불교도들에게는 항상 독송하는 경전이기도 하다.
그러면 여기에 수록된 각 경전의 내용을 보도록 하겠다.
『화엄경』은 동아시아 불교국에서는 최고의 경전으로 여긴다. 화엄경은 부처가 깨달은 세계를 극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동시에 그 세계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는 보살(중생)의 수행단계나 구법求法의 이야기 등이 핵심이다. 여기서 ‘보살’이란 ‘구도자’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깨달음을 추구하는 모든 중생은 모두 다 보살이다.
특히 화엄경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은 많은 꽃들이 공존하고 있는 하나의 화단花壇과 같다. 온 세계가 하나의 영역 속에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인드라망[因陀羅網]의 세계관[法界觀]이다. ‘인드라망’이라고 하는 거대한 그물에 있는 데, 그 그물의 낱낱 그물코에는 구슬[寶珠]이 달려 있고, 그 낱낱 구슬에서 반사되고 있는 빛[映像]들은 그물망 속에서 중첩되어 중중무진重重無盡한 세계를 이루고 있지만, 조금도 마찰 없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꽃들이 하나의 화단花壇에 공존하면서 갖가지 꽃을 피우고 있다. 꽃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도 하지만[相卽相入], 조금도 마찰 없이 공존·상생하고 있는 것이 화엄華嚴의 세계관이다.
화엄경 게송에는 “한 개의 티끌 속에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세계가 있고, 있는 곳도 다르지만 각자 제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무량한 세계가 그 하나 속에 들어가 있지만 그 낱낱은 모두 구분되어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一微塵中多.海, 處所各別悉嚴淨, 如是無量入一中, 一一區分無雜越)”고 설하고 있다.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 ‘이사무애理事無碍’를 넘어 ‘사사무애事事無碍의 법계관’은 오늘날 현대사조의 갖가지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사상이자 철학이다.


『유마경』은 부처님의 설법이 아닌 거사 즉 유마 거사가 많은 불제자에게 한 설법이다. 유마 거사는 공空·불이不二의 진리를 설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공·불이를 깨달을 수 있도록 가르치면서, 동시에 그 법문을 구하는 보살의 존재방식을 설하고 있다. 불도품에서는 62가지의 사견邪見이 곧 진리를 깨닫는 바탕이 되며, ‘번뇌가 곧 깨달음’이라는 논리는 역설적인 논법을 통하여 진리의 문으로 들어가게 하고 있다. 뒤집으면 그것이 곧 진리요, 극락이라는 것이다. 특히 문수보살의 질문에 대한 ‘유마의 침묵’은 그 자체가 ‘무언無言의 설법’이라는 것이다. 즉 진리는 언어문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세계, 그러므로 무언인 것이다.
『법화경』은 ‘일승一乘’ ‘일불승一佛乘’의 가르침을 설하고 있는 경전이다. 중생들을 최고의 진리인 ‘일불승’으로 이끌기 위하여 먼저 방편으로 삼승(三乘:성문, 연각, 보살)을 설한 다음에 그들에게 대승의 가르침인 ‘일승一乘’ ‘일불승一佛乘’을 설한다. 삼승을 통하여 일승, 일불승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승이란 곧 대승을 가리킨다.
그리고 법화경에서는 처음으로 ‘불타, 곧 여래는 멸滅하지 않는 영원한 존재’라고 하는 ‘불신상주설佛身常住說’을 설하고 있다(법화경 여래수량품). 불신상주는 법신상주이고, 그러므로 부처님은 영원한 불멸의 진리가 된다. 특히 절묘한 비유와 방편으로써, 모든 중생을 최고의 진리인 ‘일승一乘’ ‘일불승一佛乘’으로 안내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열반경』은 ‘일체중생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불성(여래장)을 갖고 있다(一切衆生 悉有佛性)’고 설한 경전이다. 불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부처가 될 수 있는 바탕, 부처의 씨앗을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누구나 귀천에 관계없이 태어날 때부터 불성의 인자因子를 갖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깨달으면 부처와 같은 존재, 누구나 ‘본질적으로는 부처’라는 선언과 같다. 동시에 무한한 희망을 주고 있는 매우 긍정적인 경전이다. ‘일체중생, 개유불성’이라는 말은 『열반경』에서 비롯된 말이고, 이 말을 바탕으로 중국의 선불교가 전개했다.


『금강경』은 공空사상을 설하고 있는 경전이다. 일체는 공하여 실체가 없으므로 집착하지 말라, 고정관념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고정적인 가치관이나 집착을 갖게 되면 번뇌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이란 구체적으로 번뇌를 비워서 공으로 만들라는 뜻이다.
 대승불교의 사상은 초기에 성립한 금강경 등 『반야경般若經』에 나타나 있다. 그들은 붓다의 참 모습을, 불상이나 육체적인 모습에서 찾지 않고  ‘붓다의 지혜가 곧 불佛’이라고 확신했다. 반야지혜가 깨달음의 목표였다. 그래서 지혜[般若婆羅蜜]를 강조했는데  이 지혜의 획득이야말로 보살, 곧 대승의 수행자가 터득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다. 이 지혜에 의해 파악된 세계의 존재방식을 ‘공空’이라고 불렀다.


‘대승’이란 소승小乘에 대립되는 말로, 산스크리트어 ‘마하야나(mah.y.na)’를 번역한 것이다. 승(乘 y.na)은 실어 나른다는 뜻. 즉 중생을 태우고 깨달음의 세계로 운반하는 것, 즉 불도佛道 내지 불타의 가르침을 의미한다. 승물乘物은 배와 수레이다. 전자[배]는 생사의 고해苦海를 건너는 배, 또는 생사윤회의 이 언덕[此岸]에서 열반의 저 언덕[彼岸]으로 건너가는 법선法船 등의 비유이고, 후자[수레]의 예로서 가장 유명한 것은 『법화경』 「비유품」에 나오는 세 가지 수레[三車], 즉 양이 끄는 수레[羊車], 사슴이 끄는 수레[鹿車], 소가 끄는 수레[牛車]의 비유이다.
즉 대승大乘이란 큰 승물乘物을 의미하는데, ‘큰 승물’이란 큰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자리이타의 가르침을 뜻한다. 반면 소승이란 자기의 구제에만 집착하고 타인을 제도하는 것은 돌아보지 않는다고 하여 대승불교도들이 던진 폄칭貶稱이라고 할 수 있다.
대승의 가르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다. 대표적인 대승경전 중에서 에센스만을 가려 뽑은 『한 권으로 읽는 대승경전』, 한국불교를 진정한 대승불교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