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인터빙
김명환
불광출판사 제작부장
『틱낫한 인터빙』
틱낫한 지음, 허우성․허주형 옮김
138×210 / 264쪽
18,000원
불광출판사 펴냄
틱낫한 스님의 핵심 가르침 ‘상호존재(Interbeing)’를
삶에 녹여내는 구체적인 수행법을 담아낸 유일한 책
대중에게 틱낫한 스님은 대중적인 언어로 마음챙김에 대해 알려준 친절한 스승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님에게는 또 다른 모습이 있다. 바로 평화 운동가, 참여불교 운동가라는 것이다.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 운동을 주도한 결과로 고국에서 추방되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을 정도로 자신이 속한 사회의 평화,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에 관심이 많았던 스님은 추방된 뒤에 프랑스에 수행 공동체 플럼빌리지를 설립하여 승가와 재가의 구분 없는 수행, 불교의 가르침을 정치와 사회 개혁에 적용하는 참여불교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이 책은 베트남전쟁 당시 스님이 처음 고안한 뒤 여러 차례 개정 보완을 통해 발전된 ‘14가지 마음챙김 수행법’에 대한 가이드북이자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지침을 담아낸 책이다. 이 지침들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 ‘세계 평화’와 ‘모든 이의 행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구체적인 실천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도 플럼빌리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 수행법은 우리에게 삶에, 그리고 세상에 소진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통찰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가 매 순간을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
우리네 인생, 괴로움이라는 짐을 등에 지고 삶의 답을 찾아 헤매는 순례자와 같다. 하지만 고통의 무게는 인생의 순례길을 험지로 몰아넣는다. 타인과의 갈등은 증오를 낳고, 그 증오는 괴로움이 되어 다시 내게 되돌아온다. 내려놓기도 힘든 괴로움에 고통은 쌓여만 간다. 조금이라도 괴로움을 덜어낼 방법은 없을까? 누구나 드는 생각이다. 그리고 간절하다.
불교는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는 종교이다. 하지만 불교 탄생 후 2천여 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탓에 수행 방법은 장황하고 어려운 고전이 되어 일반인들은 읽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틱낫한 스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교 경전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스님이 창안한 ‘14가지 마음챙김 수행법’은 일반인들이 바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와 구체적인 설명으로 만든 수행법이다.
‘마음챙김’은 ‘매 순간 알아차리는 것’.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설거지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언제 끝날지 짜증 내기보다 설거지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다. 걷기, 앉기, 먹기와 같은 일상 활동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스님의 마음챙김 수행은 이러한 개념을 밑바탕으로 마음의 개방, 견해에 대한 무집착, 사상의 자유, 고통의 자각, 자비롭고 건강한 생활, 화 돌보기,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하게 머물기, 진정한 공동체와 소통, 진실하고 사랑스럽게 말하기, 공동체를 보호하고 육성하기, 바른 생업, 생명 존중, 관대함 기르기, 진정한 사랑이라는 단계를 거치도록 설계되었다.
매 순간 우리에게 오롯이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의 고통과 대면할 수 있다. 우리가 겪었던 괴로움 중에는 사실 원인조차 모르던 것이 많지 않았던가. 그 이유는 괴로움과 정면으로 마주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천변만화하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올바로 보려면 내 마음을 재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마음챙김 수행이 몸에 배었을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맛보고 비로소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지혜가 생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불교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대안과 의미 있는 통찰을 줄 것이다.
책 속으로
접현종(接現宗, The Order of Interbeing)은 1960년대 중반, 틱낫한 스님이 베트남에서 추방되기 직전에 결성되었다. 당시는 베트남 전쟁이 격화되면서 나라를 쪼개는 증오와 폭력에 맞서기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이 절실히 필요했던 시기였다. _27쪽
한자에는 참여불교(Engaged Buddhism)에 해당하는 분명한 용어가 없지만 인세불교(人世佛教)라는 표현은 있는데, 이는 ‘세계나 사회 속의 불교’를 의미한다. 이는 참여불교와 같다. 1930년부터 베트남에서는 불교를, 사람들의 일상과 더 관련이 있고 일상에 응답하는 불교로 만드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_47쪽
14가지 마음챙김 수행법은 1966년 베트남의 불바다에서 탄생했다. 전황은 매우 뜨거웠다. 그리고 광신주의의 불길이 얼마나 뜨겁게 타올랐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_64쪽
우리는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개방적이어야 하고, 우리의 견해나 신념을 아이들에게 무조건 강요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같은 나무에서 나왔다고 해도, 꽃들은 뿌리, 잎, 잔가지와 같지 않다. 우리는 꽃은 꽃이 되도록, 잎은 잎이 되도록, 잔가지는 잔가지가 되도록 해서, 제각각 계발을 위한 최고의 능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_76쪽
부처님은 우리에게 마음챙김 수행을 권하시며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돌이켜보고 온전히 존재하면서, 생각으로 산란하게 되지 않고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 현재의 갈망, 분노, 질투에 휩쓸리지 않도록 도와주셨다. 마음챙김 덕분에 우리는 우리 내면과 주변에 있는 경이롭고 신선하며 치유적인 요소와 접할 수 있고 기쁨, 평화, 사랑, 이해의 씨앗을 키울 수 있다. _96쪽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을 돕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의 일상적인 문제에 너무 빠져 있다. 아프거나 배고픈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알약 하나나 소량의 쌀로 충분한 경우가 종종 있지만, 우리는 도울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많은 나라에서 가난한 어린이에게 점심과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고작 20센트이다. 이처럼 사람들을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은 많다. 바쁜 라이프스타일이 우리 행동을 방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_122쪽
원리상 출가자와 재가 수행자를 구분하는 장애물이나 장벽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의 염원은 불교를 세상에 가져오고 이를 함께 수행하여 불교를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현실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법사가 정말로 필요하다. 비구와 비구니들도 세상에 나가 가르치고 있지만, 출가자 법사들의 수는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해서 더 많은 재가자 법사가 필요하다. _1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