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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과 학부모님에게

김봉주
동국대학교 정각원 과장


이른 새벽시간인데도 캠퍼스에는 많은 사람으로 분주하다. 오늘은 2011학년 대학 수시입학 논술시험이 있는 날이다. 평상시와는 달리 법당에도 사람으로 꽉 차 있다. 수험생과 같이 온 학부모님이 법당에 모여 기도하는 중이였다.
이 시간에 기도하는 분이 이렇게 많다니 놀랍다. 법당에 있는 학부모님을 위해 당일 입시기도 접수를 하였다.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일백 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하였다. 스님의 집전 하에 천수경 봉독과 관음정근 기도를 하였다. 어떤 어머님은 수험생의 사진과 발원문을 옆에 놓고 경전을 봉독하며 정성을 다해 절을 올리신다. 부처님 어간을 고집하며 앉아 기도하시는 어머니도 계시고 인천에서 조카의 시험을 응원하러온 후덕한 불자님도 계신다. 띄엄띄엄 앉은 거사들도 두 눈을 꼭 감고 자녀가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마음을 모은다. 자식을 위한 부모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장엄한 시간이다. 그 분들을 보고 있으니 필자의 마음도 차분해진다.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간절한 사랑의 마음을 수험생 자녀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필자 또한 한 분, 한 분 모두가 시험을 잘 치러 합격하기를 발원했다. 그러나 경쟁의 사슬은 냉혹하다. 합격 인원이 한정되어 입시에는 낙오자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어머님도 이런 모습은 아니지만 새벽녘에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셨으리라. 요즈음은 교통수단의 발달과 자녀를 한두 명밖에 두지 않아서 수험생과 학부모님이 동반해서 입시장에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두 아이의 아빠인 나는 십 년 후 “우리 아이들은 혼자 알아서 시험을 보도록 해야지” 생각한다. 막상 그때 가면 달라질 것이다.
만약 부처님께서 이런 경쟁시대의 학부모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을까?
“엄마 아빠들아! 자식에 대한 사랑은 좋으나 너무 과한 사랑은 독이 된다. 미리 준비하여라.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저절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저마다 자기 처지와 특성에 따라 원(願)을 세우고 차근차근 행(行)하도록 하라.”
물론 당장 시험일이 코앞에 닥친 학부모님의 귀에 들어올 이야기는 아니다.
수험생과 학부모님에게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고생하신다!” 는 말을 하고 싶다. 또 학생들은 그 동안 쌓은 실력 이상의 성과를 내주길 바란다.
아직 대학입시가 코앞에 닥치지 않은 잠재적 수험생 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랑스런 자녀를 키우는 일은 ‘말보다 부모의 행동이 더 강한 교훈이 된다’는 사실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아이들에게 “공부해라”고 말만을 하는 학부모보다는, 부모로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성장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처님은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면서도 그들에게 집착하지 않고 그들이 주체적 인격으로 자랄 수 있도록 자녀를 공(空)으로 관조하는 자녀관을 가지라고 했다.
자식을 위해서는 부모의 인생은 포기해야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번 쯤 부처님의 말씀을 귀담을 필요가 있다. 부모가 무엇을 하건 주체적이고 당당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자녀교육에는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아이가 부모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도록 부모 스스로 치열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기도 정진이든, 불교공부든, 생업 전선이든….
바야흐로 이제 우리 사회는 평생교육의 시대와 경쟁시대가 되었다. 이런 모습은 입시생이건 청소년이건, 직장인이건, 고령층이건, 세대 간의 구분이 없다. 이는 지식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넘어오면서 실로 광속과도 같은 빠른 지식의 흐름사회이기 때문이다. 쉼 없는 학습에 대한 열정이 아니고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또한 이제 경쟁 없이 편히 살 수 없는 세상, 우리는 이런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경쟁은 선택이 아닌 필요악이 되었다. 경쟁에서 지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오늘날의 모습이다. 부처님의 사랑과 자비를 이웃에게 풍족하게 실천하길 원한다면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대학 수험생과 잠재적 입시생에게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싶다. 우선 대학 입시생에게는 그 동안 열심히 노력해 온 실력과 최고의 컨디션으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를 기도한다. 잠재적 입시생에게는 긍정의 마인드와 좋은 습관이 공부를 잘하는 비결이 아닌가 말하고 싶다. 좋은 습관과 긍정의 마인드는 좋은 가치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좋은 습관을 지니기 위해서 존경하는 사람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 분의 인품과 삶을 본받아 닮아가다 보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존경하는 사람 중에 부모님을 넣어달라는 것이다. 부모님의 사랑이 우리를 키웠기 때문이다. 그 다음을 말한다면 인생에 대한 목표를 세우자는 것이다. 목표는 원대하되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목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 생활은 사춘기를 거친 청년기의 신체의 성숙과 함께 정신적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확립하는 변곡점이 되는 시기이다.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접해 자신의 정신세계를 정립하는 때이다.
요즈음은 글로벌한 시대다. 나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세계 어느 대학이고 갈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어있다. 우리 대학만 보아도 외국의 다양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학생의 의지에 따라 가고 싶은 대학에 일정한 능력과 조건이 충족되면 갈수 있는 교환학생 등 많은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중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으로 말이다.
즐거운 낭만과 세계를 내 품안에 넣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대학생활은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냉정하고 냉혹한 관리와 노력만이 가능한 것이다.
인생은 결국 경쟁의 바다이다. 스스로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이번 대학 입시생 여러분과 학부모님 모두 힘내시기를 바란다. 모두 건강한 믿음과 희망으로 가득차고 소원이 성취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