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 파타
한애경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남부총괄팀장
부처님께서 라자가하의 남쪽 지역에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에까날라라는 마을에 머물고 계실 때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리때와 가사를 걸치시고 아침 탁발을 나가셨다가 한 바라문의 집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 바라문은 밭을 갈기 위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소와 쟁기를 챙겨 밭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부처님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문이여,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려서 스스로 먹을 것을 마련하여 먹습니다. 당신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리십시오. 밭을 갈고 뿌린 다음에 먹으십시오.”
바라문의 말투에는 거드름이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바라문이여, 저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다음에 먹습니다.
바라문이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우리는 사문의 쟁기나 소를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해서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다음에 먹는다고 하십니까?”
이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믿음은 내가 뿌리는 씨앗,
지혜는 멍에와 쟁기,
몸가짐을 삼가고
말을 삼가고
알맞은 양으로 음식을 절제하며
진실함으로 악한 업을 제거하나니,
이는 내가 밭에서 김을 매는 것.
내가 모는 소는 속박에서 평온으로 이끄는 정진이니,
열반에 도달하고 가서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네.
이와 같이 밭을 갈고 씨 뿌려 감로의 열매를 거두노라.”
부처님의 이 게송은 먼지를 잠재우는 이슬비처럼 바라문의 가슴에 스며들었습니다.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일하지 않으면서 탁발로 살아가는 사문으로만 알았는데 운율이 갖춰진 부처님의 게송은 너무도 감미롭게 바라문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지혜를 갖추고 계신다면 굳이 쟁기를 잡지 않더라도 마땅히 공양 받기에 충분하다’고.
그리고는 커다란 청동그릇에 우유죽을 가득 담아 부처님께 올렸습니다.
“사문이여, 우유죽을 받으십시오. 맞습니다. 당신도 밭을 가는 사람입니다. 사문의 말씀대로 불사의 과보를 가져다주는 밭을 가는 사람입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바라문이여, 나는 게송을 읊고 음식을 얻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니 먹을 수 없습니다.”
바라문이 다시 여쭈었습니다.
“그러면 이 우유죽은 어찌한단 말씀이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바라문이여, 이 우유죽을 먹고 소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벌레가 살지 않는 물에 버리십시오.”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들은 바라문은 불쾌한 생각이 들어 우유죽을 근처 도랑에 부어버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유죽은 물에 버려지자마자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끓어올랐으며 마침내 온통 거품으로 뒤덮였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바라문은 두려움에 떨며 부처님 곁으로 다가가서 두 발에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습니다.
“세존이신 고따마여, 훌륭하십니다.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듯, 가려진 것을 열어 보이듯, 어리석은 자에게 길을 가리켜주듯, 눈 있는 사람은 형상을 보라며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밝히듯, 세존이신 고따마께서는 저에게 진리를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세존이신 고따마께 귀의합니다. 저는 이제 그 법에 귀의합니다. 저는 이제 승가에 귀의합니다.”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에 감복하여 그 자리에서 출가를 결심하였습니다. 그리고 게으름 없이 수행정진하여 출가의 목적인 최고로 청정한 삶을 깨닫고 성취하였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일들에 부딪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슬픔과 번민 없이 안온하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최상의 행복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그 길을 따르면 어디서든 실패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어디서든 번영하리라 믿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최상의 행복이라 감히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