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가을이 바야흐로 깊어가는 중이다.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의 시를 한 수 읽어본다.
제목은 고추독야古秋獨夜이다. <깊은 가을 홀로 밤중에>라는 뜻이다.
井梧凉葉動 정오량엽동
隣杵秋聲發 인저추성발
獨向.下眠 독향첨하면
覺來半牀月  교래반상월
우물가 오동나무 처량한 잎사귀 흩날리고
이웃집 다듬이질에 가을 소리 이는 구나
나 홀로 처마 밑에서 언뜻 졸다가
문득 깨어보니 침상 반쯤 들어온 달빛
시인은 초저녁에 라면국물에 밥을 말아먹고 깜빡 잠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우물가 인동잎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잠결인지 꿈결인지 아득히 들려왔다. 텔레비전이 있었다면 드라마가 혼자 화면에 진행되었을 것이다. 핸드폰이 몇 번 울리는 것도 급한 일이 없으니 받지 않고 넘긴다. 그림자가 문득 이웃집 다듬이질 소리가 들려온다. 홀로 처마 밑에서 잠시 잠들어있는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부스스 깨어보니 하릴 없이 달빛만이 침상 절반을 비추고 있다.
달빛에 시인의 사색은 한없이 깊어졌으련만 시를 여기서 마친다. 달빛 이후의 시는 순전히 읽는 이의 상상력에 맡겨버린다. 달빛도 말없이 입체 빨래 줄을 시인의 침상에 반쯤 걸어놓았을 뿐이다. 그 빨래 줄에 주렁주렁 걸려 있을 사연과 노래와 하고 많은 이야기는 이제 독자의 몫이다.
어떤 이는 달빛 빨래 줄에 유년시절의 추억을 걸어놓기도 한다. 빨래 줄을 기타줄 삼아 한 곡 뜯어보기도 한다. 기억 속에 빛이 바래가고 있는 그림 서너 점을 걸어도 좋다. 구름이 달빛 주변을 서성일라치면 그림과 노래도 잠시 숨을 고른다. 그 동안에 우물가 오동나무는 잎사귀 몇 잎을 더 떨군다. 달님이 빨래 줄을 걷어서 이제 지붕 위에 걸쳐놓으면 시인은 그제서야 눈을 지그시 감고 잠을 청해본다. 꿈나라에서 오동잎을 타고 달나라여행을 갔다 왔는지 말았는지도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닐 터이다.
<중용>에서는 군자의 배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博學之 박학지
審問之 심문지
愼思之 신사지
明辨之 명변지
篤行之  독행지
(군자는 성실하게 함 이것을) 널리 배우며 자세하게 물으며 신중하게 생각하며
분명하게 분별하며 독실하게 행해야 한다
정자는 주석에서 이렇게 말한다.
程子曰 정자왈
五者 오자
廢其一 폐기일
非學也  비학야
정자가 말하였다. 이 다섯 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폐하면 학문이 아니니라
중용의 다음 내용은 남이 열 번 해서 능하게 된다면 나는 천 번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有弗學  유불학
學之 학지
弗能 불능
弗措也  불조야
배우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배운다면 능하게 되지 않고서는 놓아버리지 않아야 한다
有弗問 유불문
問之 문지
弗之 불지
弗措也 불조야
묻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묻는다면 알지 못한 상태에서는 놓아버리지 않아야 한다
有弗思 유불사
思之 사지
弗得 불득
弗措也 불조야
생각하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생각한다면 터득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놓아버리지 않아야 한다
有弗辨 유불변
辨之  변지
弗明 불명
弗措也 불조야
변별하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변별한다면 분명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놓아버리지 않아야 한다
有弗行 유불행
行之 행지
弗篤 불독
弗措也 불조야
행하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행한다면 독실하게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놓아버리지 않아야 한다
人一能之 인일능지
己百之 기백지
人十能之 인십능지
己千之 기천지
다른 사람이 한 번 해서 능하게 된다면 나는 백번을 해야 하며
다른 사람이 열 번 해서 하게 된다면 나는 천 번을 해야 한다
군자의 배움은 안한다면 그만이지만 했다하면 반드시 뿌리를 뽑고 봐야 하는 것이다. 현재 내가 무엇을 하고 있든 간에 한 번쯤 가슴을 손에 얹어 놓고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