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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허공에 눈도장 쾅쾅 찍기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깊어만 가는 가을에 송강 정철의 시부터 한 수 읽어본다.


明月在空庭 밝은 달빛 빈 뜨락에 가득한데
명월재공정


主人何處去 주인은 어느 곳에 갔을까
주인하처거


落葉掩柴門 낙엽은 수북수북 사립문을 뒤덮고
낙엽엄시문


風松夜深語 바람과 소나무는 밤새도록 깊은 밀어 나누네
풍송야심어


송강정이라는 정자에서 읊은 시이다.
끊임없이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낙엽을 우수수 우수수 떨어뜨린다. 솔가지와 솔잎을 지나는 소리는 높아졌다가 낮아졌다가 잠잠해졌다가를 반복한다. 밝은 달은 여전히 휘영청 떠있고 시인의 머릿속에는 낙엽처럼 생각이 쌓이다가 솔바람에 휘리리릭 시원하게 걷혀버린다.
유우석은 가을바람을 맞으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何處秋風至 어느 곳에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가
하처추풍지


蕭蕭送雁群 쓸쓸하게 기러기떼 떠나보내네
소소송안군


朝來入庭樹 아침 무렵 뜨락 나무에 불어닥치니
조래입정수


孤客最先聞 외로운 나그네가 가장 먼저 듣는구나
고객최선문


시인은 밤새 잠이 들다가말다가 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잠깐 깊은 잠에 들어갔다가 깨어나서 우두커니 새벽을 맞이했는지도 모른다. 시인은 자신을 외로운 나그네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자신을 외로운 나그네라고 알아차리고 있는 상태에서 외로움을 말하고 있을 뿐 진짜 외로운 나그네는 아니다. 진짜 외롭고 고독한 사람은 그 상태가 고독한 상태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고독의 늪에 푹 빠져버린다.
바람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불어오고 불어가는 것도 아니다. 사계절 내내 공기의 흐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가고 오는데 계절의 온도와 합쳐지면서 시인의 감성을 미묘하게 자극할
뿐이다. 시인도 그걸 모르는 바 아니면서 그때그때 와 닿는 바람의 느낌을 절묘하게 표현해
낸다.
어쨌거나 가을바람은 고독함과 관련이 있다.
권필은 해질 무렵 길을 가다가 외로운 주점에 묵게 되었다.


日入投孤店 해가 저물어 외로운 주점에 투숙하려니
일입투고점


山深不掩扉 산이 깊은지라 사립문을 닫지도 않네
산심불엄비


鷄鳴問前路 닭이 우는 새벽녘 앞길을 묻고 있는데
계명문전로


黃葉向人飛 누런 낙엽들이 사람 향해 날아오는구나
황엽향인비


시인은 바람이라는 글자를 쓰지도 않았는데 이 시를 읽는 동안 지속적으로 가을바람이 불어닥친다. 서울의 은행잎도 갑자기 사람을 향해서 우르르 떨어질 때가 있다. 열매만 같이 떨어지지 않으면 그런대로 낭만적인 느낌이 든다.
산이 깊어 오가는 사람도 드물고 사립문을 닫지 않는다. 밤새 바람 따라 낮은 소리로 삐그덕삐그덕 탁 소리를 내기도 했을 것이다.
바람이 코를 통해 들어와서 코를 통해 나가는 동안 몸을 한 바퀴 도는데 누구나 다 아는 호흡이다. 찬바람이 들어와서 제때에 나가주지 않고 몸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것을 감기라고 부른다.
일본의 가을바람은 많이 차가운지 하이쿠의 대가 바쇼는 이렇게 노래했다.


말을 하려니
입술이 시리구나
가을 찬바람


이 하이쿠를 지을 무렵 가벼운 감기 증세를 앓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가을바람이 쓸쓸하고 외로운 것만은 아니다.
종경스님은 가을 허공의 달빛을 호탕하게 노래하고 있다.


雲卷秋空月印潭 구름 걷힌 가을 허공 달이 연못에 비치니
운권추공월인담


寒光無際與誰談 싸늘한 빛 끝없음을 누구와 함께 이야기할꼬
한광무제여수담


豁開透地通天眼 천지를 꿰뚫어내는 눈을 환하게 뜨고 보니
활개투지통천안


大道分明不用參 대도가 분명하여 참구할 것도 없도다
대도분명불용참


권卷은 책 권자인데 또르르 만다는 뜻이 있다. 족자를 또르르 말았다가 주르륵 펼치면 글씨도 나타나고 그림도 나타난다. 허공이 구름을 또르르 말아들였다가 주욱 펼쳤다가 한다.
뭉게구름이 펼쳐지기도 하고 먹구름이 펼쳐지기도 한다. 어떤 분은 등산을 다녀오다가 새털구름이 층층이 펼쳐져 있는 것만 보고 얼마 있다가 지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주위사람들에게 얘기했더니 그냥 웃기들만 했는데 보름쯤 지나서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지나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었다.
마음도 또르르 말아들였다가 주르륵펴기도 한다. 또르르 주르륵 또르르 주르륵 리듬에 맞게 펼치고 거두어들이기를 자유자재하게 할 수 있으면 좋지만 주르륵 펴다가 덜컥 걸리기도 하고 말아들이다가 삐딱하게 멍석이 말아지기도 한다. 어떤 때는 주르륵 폈는데 나타나야 할 글자가 어디로 여행을 갔다가 한참만에 돌아오기도 한다. 또르르 말아놓은 상태가 너무 오래되면 딱히 녹이 스는 것도 아닌데 펼쳐야 할 때 제대로 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달은 여기저기 도장을 찍는다. 연못에도 찍고 솔가지에도 찍고 강에도 찍는다. 그림자가 비치는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월인천강月印千江! 상대방의 눈동자에 별이 도장을 찍은 것과 달이 도장 찍은 건 볼 수가 있는데 내 자신의 눈동자에 달이 도장 찍은 건 볼 수가 없다.
종경스님은 자신의 눈동자에 도장 찍힌 달그림자를 볼 수 있었던 것임에 틀림없다. 가을 달빛의 싸늘한 느낌까지도 느꼈던 모양이다. 눈동자에만 도장이 찍힌 것이 아니라 실체를 만져볼 순 없지만 스님의 마음이라는 연못에 큼지막한 달도장이 찍힘 없이 찍히는 걸 스님은 알아차린 것이다.
스님의 눈동자도 허공을 타고 올라가서 달 자체에 도장을 쾅쾅 찍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