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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혈, 심각한 출혈신호일 수 있다

문상돈
한의학 박사|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얼마 전 60대 중반 부인이 오셨다. 기운이 없고 어지러운데 숨까지 차서 보약을 짓고 싶다고 하셨는데, 진찰 후 얼른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도록 권유하였다.


한방을 선호하거나 보약을 자주 복용하는 분들은 이처럼 기력이 떨어지거나 어지럼증이 생기면 한의원을 찾는다. 그럴 때 기운을 보하고 혈을 보충하는 보약을 처방하면 원기회복에 잘 듣고 어지럼증 피로가 빨리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보약도 잘 맞을 때 제 역할을 하는
것이지 아무 때나 먹는다고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이 부인의 경우에 본인은 보약을 원했으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해서 병원에 보냈는데 검진 결과, 위출혈이 상당히 많아서 빈혈이 생긴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런 경우 보약만으로 위출혈을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빈혈은 적혈구가 부족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며 적혈구가 부족하면 몸에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는데, 이는 노인에게 흔하다. 빈혈의 대표적인 증상은 어지럽거나 피로하거나 숨이 차거나 얼굴이 창백해지기도 한다. 특히 나른하고 어지러운 증상이 제일 많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하고 머리도 띵하고 아프며 졸리고 계단을 조금만 올라가도 어질어질하고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어지럼증이 없이도 빈혈이 있는 수 있다. 또 노인에게는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조금만 움직여도 가슴에 통증을 느끼게 되며 심장기능이 안 좋은 노인이 빈혈이 생기면 몸이 잘 붓는 증상이 생기게 되고 아주 경미한 치매가 있는 노인이 빈혈이 오면 치매증상이 심해진다. 이런 경우들에서는 빈혈 증상이 어지럼증이 아니라 가슴통증, 몸이 잘 붓거나 치매증상이 심해지는 것 등으로 나타난다.


노인성 빈혈은 젊은 층 빈혈과 다른 원인과 양상을 보인다.
생리를 하는 젊은 여성들은 생리혈과 더불어 철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철분결핍성 빈혈이 잘 나타난다. 또 다이어트 중인 여성인 경우에는 음식을 덜 먹어 철분 흡수량이 부족해져서 철분결핍성 빈혈의 발생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런 경우에는 철분제를 복용하면 빈혈은 빠른 회복을 보인다. 그러나 노인성 빈혈은 월경으로 인한 철분 결핍과는 상관없기 때문에 단순하게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빈혈이 개선되지 않는다.


따라서 노인에게 나타나는 빈혈증상은 다른 곳에서의 출혈이 원인일 확률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나 장에서 출혈이 생겼을 때이다. 위장에서 많은 양의 출혈로 빈혈이 올 때는 대변색이 흙빛으로 변하거나 갑작스럽게 숨이 차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한 피로감이 동반될 수 있다. 하지만 위나 장에서 조금씩 출혈이 새어 나가면 특별한 증상이나 변화를 알지 못해서 단순하게 기력이 떨어지는 상황으로 인식하게 되기도 한다.


위장 출혈 외에 관절염 당뇨 골수이형성증(골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서 백혈병으로 변하는 질병) 등이 있어도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질병은 단순한 노화현상이 아니고 원인을 밝혀서 치료가 필요하다. 빈혈이 조금 있다고 해서 바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혈액검사에서 빈혈이 발견된 노인은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진료와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 자주 어지럽고 피곤하고 안색이 안 좋을 때
. 쉽게 졸리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항상 나른할 때


노인들이 위와 같은 증상을 자주 호소하거나 스스로 느껴지면 그냥 지나치지 말자.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면 눈꺼풀을 뒤집어 점막의 색깔을 관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눈꺼풀 속 점막이 핏기 없이 창백하다면 어딘가의 출혈로 인한 빈혈일 가능성이 크므로 서둘러서 진단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