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스님 / 월봉사 주지, 울산노인요양원장
회향(廻向)은 회전취향(廻轉趣向)의 줄임말로, 자기가 지은 공덕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말한다. 더 적극적인 사고로 보자면, 자기가 닦은 선근(善根)공덕을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중생까지도 깨달음을 성취하도록 하기 위해 돌려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산스크리트어로는 파리나마나(parinamana)라고 하며 방향을 바꾸어 향하다, 되돌아보다는 뜻을 갖고 있다. 따라서 회향은 자신이 쌓은 선근공덕을 되돌리는 것뿐만 아니라 일체중생과 함께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대승보살의 자비정신을 담고 있다. 대승경전 또는 불교의식을 살펴보면 곳곳에 회향과 관련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회향은 또 크게 보리회향(菩提廻向), 중생회향(衆生廻向), 실제회향(實際廻向) 등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보리회향은 자기가 지은 온갖 선법(善法)을 돌려 보리의 불과(佛果)를 얻는 것이요, 중생회향은 자기가 닦은 모든 선근과 공덕을 자비심을 내 다른 중생들에게 돌려 베푸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실제회향은 자기가 닦은 선근공덕으로 무위적정(無爲寂靜)한 열반을 얻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회향을 생각하다 보면 신라시대 월명대사의 제망매가가 떠오른다. 회향을 대표적으로 표현한 시구라는 생각 때문이다.
제망매가(祭亡妹歌)
生死路隱 / 생사로은
此矣有阿米次兮伊遺 / 차의유아미차혜이유
吳隱去內如辭叱都 / 오은거내여사질도
毛如云遺去內尼叱古 / 모여운유거내니질고
於內秋察早隱風未 / 어내추찰조은풍미
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 / 차의피의부량락시엽여
一等隱枝良出古 / 일등은지량출고
去奴隱處毛冬乎丁 / 거노은처모동호정
阿也彌陀刹良逢乎吾 / 아야미타찰량봉호오
道修良待是古如 / 도수량대시고여
삶과 죽음의 길은
여기에 있으매 머뭇거리다가
'나는 이제 떠난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는 어찌 가는 것입니까.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 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하나의 나뭇가지에서 태어나고서도
가는 곳을 모르는구나!
아아, 극락에서 다시 만나게 될 나는 
도를 닦으면서 기다리겠노라.
제망매가를 지은 월명사(月明師)는 신라 경덕왕 때의 스님이다. <삼국유사>에 수록된 배경설화를 보면 일찍이 죽은 누이를 위해 명복을 빌며 불공을 드리고 향가를 지어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때 월명사가 <제망매가>를 부르자 문득 광풍이 불어와 지전(紙錢)을 서쪽으로 날려 없어지게 했다고 한다. 이 노래를 부르던 월명스님은 죽음이라는 인간의 한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동시에 다시 만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이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돌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즉 회향이다.
기도가 끝나거나, 어떤 과업을 마치면 회향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회향을 마침(The end)이라고 생각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 크게 다가오는 마지막은 이승에서의 마지막인 죽음이 아닐까!
그러나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확신이 1천년이 넘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노래로부터 크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 생(生)도 윤회도 돌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죽음뿐만 아니라 끝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끝의 다음에 무엇이 있는지, 그 길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탓에, 그 낯설음에 두려움과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그리고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오듯이, 죽음 또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누구도 마침을 넉넉한 웃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는 것을 두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죽음 또한 그와 마찬가지라고 <제망매가>에서는 이야기한다.
여기서 단적으로 회향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죽음조차 자연의 질서로 인식되는 순간, 더 이상 슬픔은 없는 것이다. 그것은 잘 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엔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아리비아 로렌스>에 “사막은 무한히 가혹하면서도 황홀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시시각각 바뀌는 천국과 지옥이 나란히 존재하는 곳이다. 또한 사막이 숨기고 있는 우물은 곧 생명,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중요한 것이다. 사막을, 아울러 사막을 건너는 고독하고 불타는 듯 한 고난을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사막을 사랑하는 다른 이와 깊은 벗이 되고 싶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삶이 고달파도 인생사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함께 하기 때문에 좋은 날에 감사할 줄 아는 것 아닐까.
그래서 회향기도는 기도를 마치는 것이 아니라 기도가 끝날 때 그간 쌓은 모든 공덕을 중생과, 깨달음과, 진리를 향해 다시 시작하는 압재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회향은 ‘마침’이라는 End가 아니다. ‘그리고’라는 연결의 의미인 And이다.
자기가 지은 공덕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 그리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잘 회전 시키는 것이 회향이다.
세월이 유수와 같아 기축년도 회향의 달인 12월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12월은 기축년의 끝이 아니다. 2010년을 시작하는 준비의 달이다. 잘 돌릴 준비는 되어 있는지….
 
<사진설명>
월봉사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하늘을 맴도는 산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