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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에서 불이문까지

대현스님과 함께하는 사찰참배(Ⅰ)


대현스님 / 부안 내소사 봉래선원 한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남자야, 누가 가장 높고 착한 이인가? 먼저 부처님과 법을 믿어야 하며, 믿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절에 가야하며, 배운 대로 행해야 하며, 자기만의 해탈을 구하지 말고 대승에 회향하여 일체중생을 이익하고 안락하게 하느니라. 이런 이가 가장 높고 착한이니라.”
- 대반열반경 범행품 -


사찰에 들어갈 때 제일 처음 만나는 문이 일주문(一株門)입니다. 일주문은 절의 경내를 의미하는 경계문으로, 한 줄로 늘어서 있다하여 일주문이라고 부릅니다. 한 줄의 기둥은 세속의 번뇌로 흐트러진 마음을 사찰에 들어서면서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 즉, 불국토에 들어가는 것을 상징합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금강문(金剛門)이 있는데, 이 문은 금강신(金剛神), 금강역사(金剛力士) 또는 인왕(仁王)이라고 부르는 호법신장을 모신 문으로 인왕문(仁王門)이라고도 합니다.
금강역사는 여래의 온갖 비밀 사적(事迹)을 알고 5백 야차신을 지배하며 이들 신들을 시켜 현겁(賢劫) 천불(千佛)의 법을 수호하는 두 신으로, 모두 전신을 벗은 허리에 옷을 걸쳤고 용맹스럽고 험상궂은 얼굴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습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왼쪽엔 밀적 금강역사, 오른쪽엔 나라연 금강역사가 문 입구에 떡 버티고 서있습니다.

이렇게 험악한 상호를 한 신장을 절집의 입구에 배치한 이유는,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방편(方便)을 사용하기 위함에서입니다. 불교에서는 중생의 근기(根機)에 따라 덕으로 수용하는 섭수법(攝受法)과 강제로 감화시키는 절복법(折伏法)이 있습니다. 신장들은 덕으로 수용되지 않는 중생을 무력으로 강제하여 악을 제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악한 무리는 강한 힘으로 조복받고 그렇지 않는 중생들은 지혜와 덕행으로 교화합니다. 그래서 문 안 왼쪽에는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청사자를 타고 중생들에게 바른 지혜를 가르치고, 문 안 오른쪽에는 덕행을 상징하는 보현보살이 코끼리를 타고 원만행(圓滿行)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강문을 지나면 사천왕문(四天王門)에 이르게 됩니다. 사천왕은 불?법?승 삼보를 외호하는 신장입니다.
동쪽을 수호하는 지국천왕(持國天王)은 온 몸에 푸른색을 띠고 비파를 들고 있으며, 건달바, 부단나 두 신을 지배하여 착한 이에게 복을 주고, 악한 이에게 벌을 주는 치국안민(治國安民)의 신장입니다.
남쪽을 수호하는 증장천왕(增長天王)은 붉은 얼굴에 손에는 칼을 들고 있으며 구반다, 폐려다 두 신을 지배합니다. 자신의 위덕(威德)을 증장(增長)시켜 만물을 소생시키는 덕을 베풀어 중생의 삶에 이로움을 보다 더 많이 가져다주는 신장입니다.

서쪽을 수호하는 광목천왕(廣目天王)은 흰색 얼굴에 오른손에는 황룡(黃龍)을 틀어쥐고, 왼 손엔 여의주(如意珠)를 들고 있습니다. 용?비사나 두 신을 지배하며 큰 눈으로 세상을 두루 살펴 인간이 행하는 일의 뿌리를 꿰뚫어 보는 신통력이 있는 신장입니다.
북쪽을 수호하는 다문천왕(多聞天王)은 검은색을 띠고 있으며, 야차, 나찰 두 신을 지배하며 삼지창이 달린 당(幢)과 보탑(寶塔)을 들고 있습니다. 부처님 말씀과 세간사(世間事)를 많이 듣고, 두루두루 깊이 살피는 신장입니다.

사천왕문을 통과하면서 사량분별심과 삿된 소견을 버려 굳은 신심과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불이문(不二門)에 들어가게 됩니다. 불이문을 달리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합니다. 불이(不二)는 절대 평등의 경지를 말하는 것으로 유마경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문수보살이 여러 대중과 함께 유마거사를 문병 가서 물었습니다.
“거사님, 거사님 병은 어째서 생겼으며, 얼마나 오래 됐으며,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겠습니까?”
유마거사가 대답했습니다.
“내 병은 대비심(大悲心)에서 생겼고, 중생이 앓으므로 나도 앓고 있습니다. 중생의 병은 무명(無明)으로부터 애착이 일어 생겼고, 중생의 병이 없어지면 내 병도 없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문수보살과 유마거사와의 문답이 시작되는데, 유마거사는 자리를 같이 한 보살들에게도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분, 보살은 어떻게 해서 차별을 떠난 절대 평등의 경지[不二法門]에 듭니까? 생각한 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여러 보살들이 절대평등의 경지[不二法門]를 각각 생각대로 말했습니다.
생(生)과 멸(滅)이 없는 것.
선행(善行)과 악행(惡行)이 없는 것.
나와 남을 구별함이 없는 것.
취하고 버림이 없는 것.
어둠과 밝음이 없는 것.
열반을 바라는 것과 세간을 싫어함이 없는 것.
정도(正道)와 사도(邪道)가 없는 것.
진실과 허위가 없는 것.
이와같이 여러 보살들이 한마디씩 생각한데로 말한 뒤 문수보살이 마지막으로 말을 했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모든 것에 대해서 말도 없고, 말할 것도 없으며, 가리킬 것도 식별할 것도 없으며, 일체의 질문과 대답을 떠난 것, 이것이 절대 평등의 경지[不二法門]에 드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유마거사에게 물었습니다.
“우리들은 각기 생각한 바를 말했습니다. 이제는 거사님의 차례입니다. 어떻게 하여 보살은 절대평등의 경지[不二法門]에 들어갑니까?”
이 때 유마거사는 침묵한 채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이것을 본 문수보살은 감탄하여 말했습니다.
“훌륭합니다! 참으로 훌륭합니다! 문자나 말 한마디 없는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절대 평등의 경지[不二法門]에 드는 것입니다.”
절대평등의 경지는 부처님 경지입니다.
절대평등의 경지인 불이문을 통과하면 부처님이 계시는 대웅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