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스님 법주사 총지선원 선덕
속세를 떠나〔俗離〕 법이 머무르는(法住) 속리산 법주사. 한때 매년 25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명소였지만, 이제는 법(法)을 널리 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곳이 바로 법주사이기도 하다. 11월 20일(음력 10월 15일)부터 시작되는 동안거(冬安居)를 앞두고 11월 18일 법주사를 찾았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 선 속리산도 다시 찾아올 선객(禪客)들을 기다리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절 경내를 통과해 대웅전 뒤편으로 가니 총지선원(總持禪院)이 자리하고 있다. 총지(總持)는 ‘법을 마음에 기억해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선방에서 총지선원 선덕(禪德)이자 복천암선원장인 월성스님을 만났다. 월성스님은 한국 근현대불교의 대선사(大禪師)인 금오스님의 상좌이자 40년 넘게 속리산을 지키고 있는 수좌이다. 스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마음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진다. 일행들이 우물쭈물하자 스님을 흰 종이를 꺼내 직접 게송을 써 내려갔다. 스님은 ‘心心心心難可尋(심심심심난가심), 見聞覺知是何物(견문각지시하물), 山川各色丹楓染(산천각색단풍염), 十方世界本自心(시방세계본자심)’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마음은 마음이며 마음으로 마음을 찾는 것은 어려워라. 보고 듣고 생각하고 아는 그것은 무엇인가. 산천 각지가 단풍으로 물들었네. 시방세계가 다 내 마음이구나’라는 뜻이다. “선(禪)은 마음을 찾는 공부입니다. 사회의 공부는 지식을 넓히지만 우리 스님네들은 마음을 깨달아 성불하는 공부를 합니다. 형태가 없어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고, 그림으로도 못 그리지만 없는 것은 아닌 것, 그것이 마음입니다.” 스님은 다시 종이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고 또 묻는다. “이 원 안으로 들어가도 30대를 맞고, 밖으로 나와도 30대를 맞는다면 맞지 않을 도리는 무엇입니까?” 스님은 “안거 90일을 마친 수좌들이 선지식(善知識)에게 점검을 받을 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열심히 정진한 사람은 쉽게 답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게 된다”며 “그 원을 그린 라인(line)을 지워버리는 것, 그 라인을 그린 마음을 타파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일러준다. 스님의 ‘마음론(論)’은 계속 이어졌다.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복도 내 마음, 죄도 내 마음에서부터 입니다. 시계를 놓고 30분간 얼마나 많은 생각을 일으키는지 관찰해 보세요. 모든 생각은 결과의 씨앗, 즉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당신은 그 숱하게 일어나는 생각 가운데 하나를 택해 오늘 법주사로 온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모든 결과들의 씨앗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살아야 합니다.” 스님은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안거 때 선원에 방부를 들이고 참선하는 스님들은 화두를 들고 끊임없이 의심을 파고듭니다. 그게 지름길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일반 재가불자들이라면 ‘관세음보살’이든 ‘석가모니불’이든 부처님 명호를 많이 부르기만 해도 잡념을 다스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직접 “따라하시라”며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을 계속 불렀다. “이렇게 함께 관세음보살님을 생각하며 세 번을 불렀으니 그 인연 공덕은 반드시 되돌아옵니다. 비록 긴긴 세월이 걸린다고 할지라도 그 인과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월성스님은 금오문중의 수행 가풍을 세운 은사 금오스님에 대해 “뺨도 많이 맞았지만 도무지 망상을 피울 짬이 없었다”며 “여름이면 채마밭, 겨울이면 산에 가서 나무를 시키고 직접 따라다니며 지시해 사람이 10명이면 지게도 10명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금오스님은 ‘참선하지 않는 자는 중이 아니다’, ‘선리(禪理)가 없다면 불법의 명맥이 끊기는 것이다’, ‘선을 반대하는 자는 고기가 물 밖에 나간 격이다’, ‘자유를 찾아가는 길은 오직 선뿐’이라며 정진에 정진을 거듭했다. 금오스님의 이러한 가르침이 오늘날의 총지선원 납자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스님은 “스님들은 해제철만 되면 갈 곳은 없어도 천지사방으로 떠나고 싶어 하는데, 나는 어쩐지 이곳에 오고 나서부터는 싫증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복천암에 주석하던 신미스님이 사실은 훈민정음을 창제했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세종이 복천암에 금동삼존불을 시주하고 신미스님에게 시호까지 내렸다”는 평소의 관심사를 되풀이해 설명하면서 복천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지식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스님은 “눈 밝은 사람이나 눈 밝은 사람을 알지 봉사가 어찌 눈 밝은 선지식을 알겠는가”며 “그런 걱정은 내려 놓으라”고 이른다. 한편 총지선원과 산내 암자인 복천암, 수정암, 탈골암 선원 등 법주사 선원 4곳에서는 이번 동안거에 모두 70명의 수좌들이 방부를 들였다. 총지선원은 동안거 동참 대중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일과를 확정 짓는다. 보통 결제 전날에 대중이 모여 소임을 정하고 일과표를 만든다. 지난 하안거의 경우 오전 3시에 기상해, 죽비 3배로 예불을 모신다. 이어 5시까지 입선을 하고, 6시에 아침공양을 한다. 잠시 포행을 한 후 8시부터 11시까지 정진을 하고, 11시20분에 점심공양을 한다. 오후 정진은 오후2시부터 4시까지이며, 방사를 청소하는 등 울력 후에 7시부터 9시까지 입선을 한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동안거를 맞아 내린 법어(法語)에서 “참선 공부는 한 땀 한 땀 하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온 천지를 불태워버리는 공부법이며, 결제라고 하여 고요한 경계에만 스스로를 묶어둬, 활발발(活潑潑)한 선기(禪機)를 드러내지 못한다면 썩은 물에 잠겨있는 것”이라며 치열한 정진을 당부했다. 조계종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는 2200여명의 수좌들이 동안거에 든다. 안거(安居)란 동절기 3개월(음력 10월 보름에서 차년도 정월 보름까지)과 하절기 3개월 (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씩 전국의 스님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전념하는 것으로, 출가수행자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한 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하고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