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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공학’에서 바라본 불망념지不忘念智, 그리고 불성佛性

현재호
연세대학교 의료공학 박사과정
일산 여래사 신도


1. 초록
불망념지不忘念智…. 한번 보면 모두 외운다는 불망념지. 아마도 수험생들에게 솔깃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나도 그래 봤으면…’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능력이 생길 수 있을까?
‘뇌’가 무엇인가를 기억하는 원리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어떤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것에 물드는 구조입니다. 스펀지sponge를 연상하셔도 좋습니다. 뇌의 일부가 물드는 것이라고 보면 아주 쉽습니다. 옷감에 물을 들이는 과정을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옷감에 물을 들이려면 물감에 넣고 삶기도 하고, 넣고 빼기를 수 회 반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부할 때 수 없이 읽는 것이죠, 많이 읽을수록 외워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때로는 빨리 외워질 때도 있습니다. 이미 관심이 있어서 반쯤 물들어 있었다면 빨리 물들 터이니, 사람에 따라 기억이 잘되는 특정 항목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렇게 물들어가는 뇌, 뇌를 잘 정돈 하여야 하는데, 정돈이 안 되면 인생이 어렵게 전개되기도 합니다. 그러한 물듦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살기 위해서는 물들 수밖에 없는 중생들
마음은 두 종류로 나뉩니다. 청정한 마음과 물든 마음. 물든 마음을 때로는 오염된 마음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그렇게 물들어 감을 애석하게 생각 하는 불가佛家의 가르침. 그러나 그 가르침조차, 그러한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우리 뇌의 구조는 역시 물듦입니다.
이와 같이 물들어가는 과정에서 지식이든 기술이든 배우게 됩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배워지는 내용이 긍정적인 내용은 공부요, 부정적인 내용은 물듦이라고…. 그러나, 뇌의 입장에서 긍정과 부정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저 무언가에 물들어 가고 있을 뿐이죠.
부처님께서 ‘아무리 가르쳐도 제도된 사람이 없다’라고 금강경에서 설하신 내용을 이와 같은 관점에서 해석해 보면, 그렇게 배운다는 사실, 제도를 위하여 설하고, 그 설하는 것을 듣고 이해하고 새긴다는 그 사실이 이미 마음이 물드는 것이므로 제도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처한 환경은 이렇게 물들어야 하는 숙명적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문명이죠. 그래서 자연의 순수함, 자연의 원리, 스스로(自) 그러하다(然)는 자연의 섭리를 진리라 하고, 그 진리로 마음을 채우는 행위가 바로 오염된 마음, 물든 마음에서 그 물을 빼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3.  피부에 이식한 반도체 메모리Memory
몇 년 전 일본의 도시바Toshiba에서는 단백질을 이용하여 만든 메모리(컴퓨터에서 사용하는 기억장치)를 사람의 피부에 이식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생체메모리를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의 결과입니다. 물론 이런 메모리는 물듦의 과정이 아닌 컴퓨터에 파일을 저장 하듯 단번에 저장되는 기술이므로 기억장치의 재질이 단백질일 뿐, 그저 단순한 메모리 기억장치입니다. 만일 인간의 뇌가 이와 같다면, 모두가 불망념지일 것이요, 물듦의 과정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4. 마음의 종류(청정한 마음, 물든 마음)
물들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 그 물듦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스승의 가르침을 들어 봅니다.
파도와 잔잔한 바다의 공통점이 무엇인고?
→ 물입니다. 바닷물이요.
파도와 잔잔한 바다의 다른 점은 무엇인고?
→ 움직임입니다. 바람에 의해 파도가 생겼으니까요.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자꾸나. 사람의 마음은 두 종류라네. 청정한 마음과 물든 마음 말일세. 청정한 마음과 물든 마음의 공통점은 무엇인고?
→ 마음입니다. 똑같은 마음이요.
그러면 다른 점은 무엇인고?
→ 어…… 그게…… 잘 모르겠스……읍……니……다…….
어……허……! 파도와 물든 마음이 뭐가 다르단 말인가?
→ 그래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동요動搖이니라, 그 또한 파도와 마찬가지로 움직임이란 뜻이다. 좋다고 생각하는 일에 생각 없이 금새 웃고 나쁘다고 생각하는 일에 생각 없이 화내는 그 마음…. 마음을 그렇게 다루면서 서서히 물이 들어가느니라. 그러니 우리 모두 이미 물이 들어 있는 샘이지. 그래서 동요動搖이니라.
어떤 색깔에 빈번하게 물들었는가에 따라서 아주 작은 자극에도 더더욱 색이 짙어지는 것이라네.
얼룩진 그대 마음을 어쩔 샘인가?
→ 포기 하겠습니다. 표백제를 먹을 수도 없고 어쩌겠습니까, 이대로 살겠습니다.
아니라네……. 마음 수행을 통해 차근차근 물이 빠진다네.
→ 마음수행을 어떻게 하는 건데요?
뭐든지 긍정의 마음으로 그러려니 하고 바라보고 작은 일이라도 좋으니 착한 일을 해보게.
선행을 해보란 말일세. 눈에 띄게 얼룩이 빠지기 시작 한다네, 꼭 해보게.
→ 이대로 살면 어찌되는데요?
힘들지…… 매사에 힘들지……. 작은 일에도 짜증나고 그런 것이 습관이 되고 말지……. 혹시 자네 자식을 키운다면……, …… 뭔가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그 아이가 누굴 닮겠는가……?
5. 기억, 그 자체가 물들이는 행위
지나간 과거를 자꾸 들추어내고, 생각하는 행위는 물듦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행위입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소중했던 과거…… 그렇지만 과거란…… 무엇이던가요?
선인들은 알았나 봅니다. 지난날의 추억과 기억은 필요한 만큼만 생각하여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선인들은 지난날을 돌이키는 단어를 ‘과거’라 정했나 봅니다.
 입 삐뚤어질 괘. + 쉬엄쉬엄(.=.) = 잘못된 것이 연속되는 형상, 지속적으로……. 그래서 지날 과過는 재앙 화禍와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잘못된 곳으로 ‘갈 거去’……, 가는 모습……, 그것이 과거過去입니다.
자신이 과거에 고대광실 높은 집에 살았던들 무슨 의미가 있나요. 자신이 과거에 사장이고 회장이었음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자신이 과거에 천하장사였으면 무슨 소용 있나요. 지금은 힘들고 병약해 진 것을…….
그 날의 회상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더욱 힘들어질 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살아있음에, 지금 이 순간 무엇인가 할 수 있음에, 지금 아침 햇살을 받을 수 있음에, 지금 마당에 쓰레질이라도 할 수 있음에…….
깊이, 더 깊이……, 마음 속 깊이……, 진심으로……, 벅차오르도록 감사하여야 합니다. 햇살을 받을 수 있는 지금……, 그 자체가 행복임을 눈물겹도록 감사하여야 합니다.
그 감사의 눈물로 미래는 환해집니다. 그래서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였나 봅니다. 감사한 마음은 착한 마음이고, 그렇지 않은 마음은 덜 착한 마음이니……. 착한 마음이 선행이므로 감사한 마음…… 감사하는 마음……, 그 자체가 선행입니다. 그러므로 미래는 더욱 환해집니다.
온 세상이 환해질 때까지 자신의 힘듦이 고통이 아니라고……. 오히려 행복임을 알게 되어 감사에 충만해지는, 그렇게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날 까지 깊은 마음을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6.  ‘물듦’이라는 관점에서의 ‘깨달음’
이미 물듦에 익숙해진 우리…. 아니 물드는 기술(?)에 능통한 우리…. 그 기술을 써 먹어야겠습니다. 그 기술을 이용해서 불성을 찾아야겠습니다.
비우라는 말……, 내려놓으라는 말……, 많이 들었지만 어떻게 비우고 어떻게 내려놓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설혹 알았다 한들 그 방법이 모두에게 적용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물듦을 이용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선함으로 물들이고 우리의 마음을 자연으로 채색하고 우리의 마음을 경전으로 채우는 것….
그리고 그렇게 실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불성을 찾아낼 것입니다. 소원을 서원으로 바꾸고, 서원을 원력으로 바꾸도록 노력하는 삶…. 경전 사경을 통하여 반복되는 긍정의 물듦만이 오염된 마음을 청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 됩니다.
모두가 자신을 관觀 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두 손 모아 기도 올립니다.

과거의 감사


 詩 일월日月
 
지난날의 부귀영화는
지금의 나를 어렵게 함을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지금 보다 더 나았던 과거
지금 보다 걱정 없던 지난날
지금보다 돈 많았던 그 날들
 
그것이 부질없음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저 지나간 옛일들
그것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것에 연연하면 연연할수록
그것으로 머리를 채우면 채울수록
 
지금 내 모습이 초라해 짐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불어 지금 이순간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날의 모든 것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경험으로
도약 할 수 있는 발판으로만 삼겠습니다.
 
지난날의 부귀영화는
지금의 나를 어렵게 함을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