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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부의 담담한 도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맹자는 대장부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갈파하고 있다.
居天下之廣居 거천하지광거
立天下之正位 입천하지정위
行天下之大道 행천하지대도


천하의 광대한 거처에 거하며
천하의 바른 자리에 몸을 세우며
천하의 대도를 행한다


광대한 거처는 어디인가. 주자는 이 문장에 주석을 붙여 광대한 거처[廣居]는 인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바른 자리[正位]는 예禮로 풀이하고 대도大道는 의義라고 풀이하였다.
인仁은 우리 몸의 혈액순환으로 말해보면 걸리는 곳 없이 혈액이 전신을 골고루 잘 돌아다니는 상태이다. 논어에서는 중풍을 불인不仁의 병이라고 하였다. 걸림 없이 혈액이 골고루 적절하게 흘러줄 때 그 사람이 인仁하게 되는 것이니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몸 자체가 광대한 거처가 되지 말라고 해도 마음씀씀이가 넉넉한 거처가 된다. 예禮는 질서이다. 전체 질서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세우는 것이 예인 것이다. 큰 도에 대해서도 주자는 특이하게 의義라고 풀이하였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주먹을 불끈 쥐고 들어 올리면서 <의리>를 외치는 사람이 있는데 어쩌면 그 사람도 큰 도를 닦은 사람일까. 대장부는 넓은 곳에 살면서 바른 자리에서 서서 의를 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그 대장부가 항상 뜻대로 됨을 얻는 것은 아니다. 뜻을 얻었을 때보다 오히려 뜻을 얻지 못했을 때 그 사람이 대장부인지 아닌지가 창문 틈새로 비쳐들어 오는 햇살에 드러나는 먼지처럼 환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기세등등하던 표정들이 지금 텔레비전의 화면에선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得志        득지
與民由之    여민유지
不得志      부득지
獨行其道    독행기도


뜻을 얻으면
일반서민들과 함께 그것을 행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 도를 행한다.


명품 옷도 내려놓고 명품 모자도 벗고 명품 신발도 분리시키고 지위도 내려놓고 학벌도 지우고 재산도 목록에서 지웠을 때 논어에 나오는 자로처럼 당당할 수 있을 것인가. 대장부는 홀로 담담하게 도를 행한다고 말하고 있다.
부귀와 빈천함은 대장부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가.


富貴不能淫 부귀불능음
貧賤不能移 빈천불능이
威武不能屈 위무불능굴
此之謂大丈夫 차지위대장부


부귀가 그 사람을 음탕하게 하지 못하며
빈천함이 그 마음을 변이시키지 못하며
위세와 무력이 그 사람을
굴복시키지 못하나니
이러한 사람을 일러 대장부라고 한다


이 말은 맹자가 경춘景春이라는 사람에게 해준 말이다. 경춘이 맹자에게 찾아와 공손연公孫衍과 장의張儀 같은 사람은 세치 혀로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으니 이 사람들이야 말로 대장부가 아니냐고 물었다.


一怒而諸侯懼 일노이제후구
安居而天下熄 안거이천하식


한 번 노하면 제후들이 벌벌 떨고
편안하게 지내면
천하가 조용해진다.
경춘이 공손연과 장의를 두고 한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SNS를 통해서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마치 바둑판에서 흑이 한 수 두면 판 전체가 흑으로 가는 듯 하다가 백이 한 수 놓으면 또 형국이 백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대책을 세우기 곤란한 것은 말이 오가는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말을 툭툭하는 사람들이다.
바둑판에서 판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돌을 놓는 것과 같다.
문제는 이 엉뚱한 사람의 지위가 남다를 때이다.
그러나 맹자는 합종연횡의 주역인 이 사람들은 대장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제후들의 욕망에 따라 자기 사욕을 챙기면서 제후들에게 사실상 순종한 사람들임을 간파했던 것이다.
경행록景行錄에서는 대장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大丈夫當容人 대장부당용인
無爲人所容 무위인소용


대장부는 마땅히
다른 사람을 용서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爲政以德 위정이덕
臂如北辰居其所 비여북신거기소
而衆星拱之 이중성공지


정치는 덕으로 하는 것이니
비유하면 마치 북극성이 제자리에 자리 잡고 있으면
모든 별들이 고개를 숙이고
북극성을 중심으로 도는 것과 같다


물물각득기소物物各得其所라는 말이 있다. 물건마다 각각 알맞은 제자리를 얻는다는 말이다. 보도블럭만 해도 하나하나가 제자리에 있으면 보행자도 편안하고 보도블럭들도 편안하다. 그런데 어떤 원인으로 인해 보도블럭 하나가 솟아오르면 전체 보도블럭의 질서가 사뭇 어그러지면서 길 가던 사람이 넘어지기도 하고 인도를 지나가던 자전거가 꽈당 넘어지기도 한다. 혼자 넘어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넘어지면서 마침 그 옆을 지나가던 다리 불편한 할머니하고 부딪히는 바람에 할머니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문제는 점점 복잡해져간다.
얼른 내려서 병원으로 모셔가거나 119를 즉시에 부르면 그나마 사건이 조기에 수습된다. 넘어진 사람이 자기는 잘못이 없고 할머니 잘못도 크다고 하면서 자전거를 끌고 가버리면 이제 사건은 대형화되기 시작한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지나가던 학생이 상황을 이미 스마트폰으로 다 촬영해 놓았다. 가로등에 설치된 블랙박스에도 자초지종이 다 들어있고 주변에 세워둔 자동차의 검정색 카메라도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 가버린 사람이 잠적이라도 할라치면 할머니는 답답해지는 가슴을 가눌길이 없게 된다. 그 자전거의 심정은 또 오죽하겠는가. 내가 이러려고 이 사람의 자전거가 되었나 스스로 펑크라도 내고 싶지만 자전거는 손이 없다. 이래 저래 문제는 커지지만 반드시 해결은 된다.
금강경 야부송의 한 구절을 읽어본다.


無限野雲風捲盡 무한야운풍권진
一輪孤月照天心 일륜고월조천심


무한한 들판의 구름을
바람이 다 알아들으니
한 수레바퀴 외로운 달이
하늘 한 가운데를 비추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슈퍼문이 지구촌 곳곳을 비춰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