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담스님
매우 추운 겨울이었다. 우리는 외투에 목을 깊숙이 묻고 무슨 산 정상을 오르는 사람들처럼 강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누군가 마치 지관이 명당을 고르듯 강에서도 가장 중심일 듯한 자리의 강을 깼다. 물은 시퍼렇게 얼어있었고 수초나 물고기들은 물론 보이지 않았다. 참 무게도 없고 색깔도 없었다. 그냥 한줌의 재일뿐인 한생을 그 꽁꽁 얼어붙은 강물 속에 묻었다.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누가 조금 큰 바람소리처럼 흐느끼고 있었다. 강물처럼 얼어버린 소주와 막걸리 한 잔씩을 뿌리고 음복하였다.
마지막으로 누군가 노래 한 곡을 하였고 갈대꽃 국화꽃을 내려놓고 눈이 많이 쌓인 깊은 산길을 내려오는 사람들처럼 강을 걸어 나왔다. 그 뒤로 우리는 강을 만나지 못했고 강도 우리와는 한참이나 먼 곳에 있었다. 그래서 강은 흐르는 것인 것 같다. 그렇게 강은 수많은 봄과 가을을 흘러가고 우리도 강이 흐르는 것처럼 흘러갔다.
그런 어느 봄날 양수리 버스터미널이었다. 길 건너에 어디선가 아주 많이 본 듯한 사람이 서 있었다. 두세 사람 사이에 있었지만 너무도 환하게 나를 끌고 있었다. 참으로 알 수 없었고 인정할 수 없었다.
가지런한 머리에 조금 큰 가방 하나를 들고 누구를 기다리는지, 어디로 가는 버스를 찾는지, 허공에 눈을 두고 무언가를 찾는 그 모습은 오래 전에 너무나도 많이 보았던 표정이었다.
무슨 환청도 아지랑이도 아닌 나의 가슴 한 복판에서 올라오는 그 해 추운 겨울의 강울음 소리 같았다. 스산한 바람소리에 버스들의 경적소리에 섞인 아지랑이들이 이내 붐비는 터미널 앞길을 흐릿하게 가로막아 섰고 길 건너는 이미 아득한 강 건너편이었다. 무심한 차와 버스들, 사람들은 그 봄날의 강물로 흘러가고 있었고, 그렇게 우리도 그 많은 이름 모를 물길을 건너서 여기까지 왔다.
혹시 누구라도 다음 해 봄 아니면 가을이나 겨울 양수리에 가면 나를 찾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양수리- 편안하고 아늑한 땅, 세상의 그 어느 바다보다도 더 넓은 두물머리는 언젠가 우리 모두를 꼭 만날 수 있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