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담 스님
낙안 -순천 낙안하면 왠지 좀 서럽고 안타까운 느낌이다 기러기도 쉬어가는 살고 싶은 동네라는데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예전의 읍성마을은 지금보다 훨씬 조촐하고 고즈넉한 시골동네였었다 저녁노을 다 지워지는 시간에 우리는 도착하였고 배가 고팠다 무언가 생의 허기가 여기까지 내몰았는데 식당의 가지 많은 반찬들이 어쩔것이여 먹던지 말던지 우리의 몹시도 많이 허한 위장을 타령인지 타박인지 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떤 허기 같은 것 어떤 오기 같은 것들로 포만 포식했었다 그중에서도 빨간 갓김치동치미와 백도라지 무침이 일품이었다 처음 먹어보는 갓동치미의 그 알싸한 시원함은 여기까지 오면서 묻어둔 이야기들 꺼내지도 못하게 하였다 저물어 노을 사라지자 곱던 성벽은 그야말로 왜놈들 막아서는 성벽 그 자체였다
성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아주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랬다 우리는 멀리서 온 생의 아주 멀리서 온 성 밖의 사람들이었다 어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도 절벽처럼 가까이 있었다 돌아보면 우리야말로 갈데없는 어둠 그 자체였었다 어라 이럴바엔 아까 밥상에서 타령하던 그 좋은 남도 반찬들 막걸리들 아리한 백도라지들과 동무하면서 아예 빌어먹을 한 개비 성냥불 같은 생인지 세상인지 나발인지 동헌마루의 나팔이나 한 번 제대로 불어 볼 노릇이었다 들판에는 바람이 조금 불고 있었고 그 흔한 꼬막만한 별 하나 없는 밤이었다- 왠지 지금도 낙안은 멀고도 조금 슬픈 동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