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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

틱낫한 스님의 마지막 책


김명환
불광출판사 제작부장



『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
정가 16,000원
틱낫한 지음 / 김윤종 옮김
145×200mm|176쪽
불광출판사 펴냄



부처님도 고통을 겪으셨을까?
모든 생명이 있는 존재에게 고통은 필연이다. 길게 짧게, 얕게 깊게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결단코 예외는 없다.
부처님조차 마찬가지였다. ‘신화’로 포장된 부처님의 생애에는 생략된 이야기지만, 부처님도 말년에 두통과 등창으로 고생한 이야기가 경전 곳곳에 등장한다. 가장 극적인 이야기는 부처님의 마지막 여정을 기록한 『열반경』에 나온다. 설사와 복통으로 한 걸음조차 내딛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갈증이 심해진 부처님은 시자인 아난다에게 물을 떠다 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냇가에는 온통 흙탕물뿐이었다. 아난다는 ‘조금만 더 가면 맑은 물을 먹을 수 있다’고 말하며 이동하기를 권한다. 하지만 부처님은 갈증을 견딜 수 없어 두 번이나 더 아난다에게 물을 가져올 것을 부탁했다. 경전의 행간을 통해 부처님이 얼마나 처절한 육체의 고통을 겪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육체적 고통뿐이었을까? 부처님에게도 공허감이나 상실감 같은 마음의 고통이 다가온 적이 있다. 가장 아끼는 제자 사리불과 목건련이 먼저 입적했을 때였다. 사리불이 입적하자 “나는 이제 가지가 없는 큰 고목과 같이 되었구나.”라며 상실감을, 그리고 목건련이 입적하자 “내가 지금 대중을 살펴보니 텅 빈 것 같구나.”라며 공허함을 내비친 적이 있다.
부처님조차 이럴진대, 평범한 사람들이 평생 몸과 마음의 고통이 없길 바라는 건 허망한 일이다. 저자 틱낫한 스님은 “어떤 고통도 없는 삶을 가져야 마땅하다는 생각은 마치 오른쪽 없이 왼쪽만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과 같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고통이 없다면 행복 또한 존재할 수 없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고통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고통을 잘 다루는 사람은 있다.
사실 부처님이 ‘고통’을 알지 못했다면 깨달음 이후 입멸까지 50여 년에 이르는 동안 쉬지 않고 제자들에게 ‘고통’, ‘고통의 원인’, ‘고통의 소멸’, ‘고통의 소멸의 이르는 길’에 대한 설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부처님과 범부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부처님도 육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통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고통을 다루는 법은 알고 있었다. 더 나아가 고통을 잘 다룬다면 행복으로 ‘변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방법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맨발로 50여 년 동안 인도 전역을 누볐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고통을 다루어야 하는지 그리고 고통을 어떻게 행복으로 ‘변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저자 틱낫한 스님은 우선 고통이 일어나면, ‘첫 번째로 할 일은 멈추어 서고, 호흡을 따라가고, 그리고 고통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고통에 ‘불편한 감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부정하거나 피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먼저 고통을 마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개 고통을 마주 보지 않고 피하려고 하는 이유는 ‘행복은 고통의 반대편에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 보면 고통과 행복은 한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고통이 전무하고 오직 행복만 있는 곳은 없다. 받아들이기 힘들지 모르지만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그래서 불교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진흙이 없으면 연꽃이 없다.’(No Mud No Lotus) 이 책의 영어판 제목이기도 하다. 고통을 봐야 우리는 고통을 멈추거나 행복으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이렇게 멈추어 서서 고통을 보았다면 그다음에는 호흡을 따라가라고 말한다. 호흡을 따라가게 되면 몸과 마음을 하나로 만들 수 있고 종국에는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육체적 고통은 차치하고 마음의 고통 대부분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다. 누군가는 이런 생각이 우리 걱정의 ‘9할’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이런 과거와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머물 수 있다면 오롯이 ‘현존’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마음이 두려움, 분노, 걱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이렇게 고통을 행복으로 전환했다면 그 행복은 영원할까? 뻔한 답이긴 하지만 불가한 일이다. 그래서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저자인 틱낫한 스님은 말한다. 행복이 확장되고 다시 새롭게 되려면, 행복을 되먹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 어떤 것도 음식 없이 살아남지 못한다 하였으니, 행복도 마찬가지다. 행복에 자양분을 주는 법을 모른다면 행복은 사라질 수도 있다. 꽃 한 송이를 꺾었는데 물병에 넣지 않으면, 수시간 내로 시들어 버리는 것처럼 이미 행복이 피어난 상태일지라도, 거기에 자양분을 계속 주어야만 한다. 때로 이를 길들이기라고 부르는데,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몸과 마음을 행복에 길들일 수 있다면서 여기에는 다섯 가지 연습이 있다고 말한다. △흘려보내기 △긍정의 씨앗 초대하기 △마음챙김 △집중 △통찰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런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마치 부처님도 깨닫고 나서 명상을 멈추지 않았듯이 말이다.


잔잔한 말투로 대중을 이해시키는
틱낫한 스님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 있는 책
이 책은 틱낫한 스님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프랑스 보르도 플럼빌리지에서 그의 출가 사찰인 베트남의 히에우 사원으로 돌아간 직후 출간된 책이다. 사실상 모든 활동을 마무리한 시점에 나온 마지막 책이다.
그가 입적하자 언론은 일제히 그를 숭산 스님, 달라이 라마, 마하 고사난다와 함께 한때 ‘세계 4대 생불’ 중 한 명이었다며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나머지 세 명과 틱낫한 스님은 결이 많이 달랐다. 틱낫한 스님은 어려운 말을 사용한 적도 없고 윽박지르며 ‘깨달음’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그가 가르친 불교 수행은 오직 호흡뿐이었다. 그리고 시선을 바꾸길 바랐을 뿐이다. 이 책도 전반부에는 틱낫한 스님 특유의 잔잔한 말투가 이어진다. 말년이 되자 더욱 따뜻해진 느낌이다.
2부에 해당하는 이 책의 후반부 ‘행복을 위한 실천’에는 실제 누구나 실천해 볼 수 있는 매뉴얼이 담겨 있다. 호흡이나 걷기를 통해 어떻게 ‘현존’하고 행복을 좀 더 길게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다.
국내에 첫 출간된 이 책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틱낫한 스님 입적 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역주행으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책속으로
고통을 당할 때면 생각합니다. 그 순간 고통이 거기 존재하는 모든 것이고, 행복은 그저다른 어딘가, 다른 어느 때인가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사람들은 종종 묻습니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만 하는 거지?” 그 어떤 고통도 없는 삶을 가져야 마땅하다는 생각은 마치 오른쪽 없이 왼쪽만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과 같은 착각입니다. 반대로삶에 그 어떤 행복도 없이 고통만이 가득하다는 생각 또한 착각이지요. 왼쪽이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오른쪽, 저리 꺼져버려. 난 널 원하지 않아. 세상엔 오직 왼쪽만 존재해야 해.”-터무니없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왼쪽이라는 개념 또한 없어져야 할 테니까요. 오른쪽이 없다면, 왼쪽도 없습니다. 고통이 없다면, 행복 또한 존재할 수 없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13쪽 「고통과 행복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중


우리 모두는 육체를 갖고 있지만 그것과 늘 소통을 유지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몸이 우리를 원할지도, 부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듣지 못합니다. 업무에, 컴퓨터에, 핸드폰에, 대화에 사로잡혀 육체에 머물고 있음에도 그 사실을 잊을 수 있지요. 자신의 몸과 소통할 수 있게 되면, 자신의 감정과도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우리를 찾고 있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습니다. 모든 감정은 우리 아이들 같지요. 고통이란 상처받아 울면서 우리를 찾고 있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이 내면아이의 목소리는 무시되곤 합니다.
치유 과정은 마음챙김의 호흡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일상에서, 몸은 여기 있지만 마음은 과거로, 미래로, 아니면 우리의 업무에 가 있는 경우가 매우 잦습니다. 마음이 몸과 함께하지 않는 것이지요. 숨을 들이쉬며 들숨에 집중할 때, 몸과 마음의 재결합이 일어납니다.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와 몸 안에, 느낌 속에, 그리고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각하게 되지요. 마음을 몸에 되돌릴 때,뭔가 경이로운 일이 벌어집니다. 정신적 대화가 그 수다스러움을 멈추는 것이지요. 생각은 생산적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생각이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생각할 때는, 그 생각 속에 매몰되어 길을 잃기 쉽습니다. 하지만 호흡을 통해 마음을 몸으로 되돌리면, 생각을 멈출 수 있습니다.
-32쪽~33쪽 「몸과 마음을 하나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