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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 단 한 사람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문학심리상담사



초겨울의 햇살이 닫힌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살포시 어루만져줄 것만 같은 12월이다. 계절의 순환이 예전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나이가 점점 더해지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고, 열심히 살아온 결과물을 확실하게 평가받고 싶은 나름의 조바심 때문인 것 같다. 가속도가 붙은 시간의 빠름에 알 수 없는 두려움까지 느끼게 되는 초겨울의 입구에서 유난히 그리움이 더해지며 선명하게 떠오르는 얼굴이 각자의 마음에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고마운 은인이든 그리운 친구든 사랑하는 가족이든 내 편으로 생각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당신의 인생은 그리 외롭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요즘 어린이와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모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처음에는 아직은 어린 그들의 폭력에 놀라기도 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계속 몰입해서 보다 보니 문제아, 문제 청소년으로 비추어진 그들의 폭력성은 외로움과 부모의 무관심 때로는 사랑의 결핍으로 인해서 출발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른 눈에 아직은 어리게만 보이는 미성숙한 어린이나 감정적 기복이 큰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느끼는 감정의 크기는 성숙한 어른과 다를 바 없었다.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는 그 어느 세대보다 컸고, 사랑의 결핍으로 생긴 상처 또한 상상 이상의 트라우마를 남기는 듯 보였다. 사랑을 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외로움을 폭력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기괴한 행동으로 표현하는 그들의 행동이 물론 모두가 이해되거나 옳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좀 더 마음 깊숙이 사랑의 결핍이 초래한 그들의 편이 되어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부모에겐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 간의 관계에서도 만나면 입가에 작은 미소를 꽃 피우면서 반가운 사람이 있고, 반면에 인상을 쓰면서 불만 가득한 얼굴로 다가오는 이웃은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왕이면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표정으로 더불어 살면 좋을텐데 이기적이고 냉담한 이웃의 존재에는 씁쓸함이 밀려온다. 언젠가는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동 경비원이 아닌데도 필자가 지나갈 때 밝은 얼굴로 힘차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 순간이 있었다. 직업적인 의례적인 행동일 수 있지만, 난 바로 경비원 아저씨께 감사의 표현으로 음료수와 과자를 즐거운 마음으로 전달했다. 경비 아저씨의 작은 행동이 그 순간 필자에게는 무척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온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주위에 부모든 친구든 이웃이든 내 편 단 한 사람이 존재한다면 차가운 외로움을 견딜 수 있을 것이고 세상을 살기에 그토록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는 선택을 하려는 사람에게도 누군가의 안부 전화 한 통으로 살고 싶은 희망을 갖게 된다고도 한다. 이왕이면 우리도 누군가의 편인 한 사람이 되어보는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지금 힘든 자에게 기댈 수 있는 어깨 한쪽을 내어주고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누군가의 격려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다정한 눈빛과 따뜻한 말 한마디 정도는 나눌 수 있는 이웃이 되면 세상은 좀 더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만날 때와 헤어질 때가 변함없이 똑같은 사람, 이해관계가 끝날 때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 혈육의 정이 가식이 아닌 진심인 형제들, 이기심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이웃들, 적어도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 등이 당신 곁에 존재한다면 당신은 살맛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다.


“만남은 인연이고 관계는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