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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같지 않아도 봄은 봄이다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自然衣帶緩 자연의대완
非是爲腰身 비시위요신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으니
봄이 왔건만 봄 같지가 않아라
저절로 옷의 허리띠가 느슨해지는 것은
허리 때문이 아니라네
중국 역사에서 4대 미인으로 알려진 왕소군이 오랑캐 땅에 강제로 끌려가는 장면을 중국의 시인 동방규東方虯가 노래한 시이다.
한고조 유방이 32만의 병사를 이끌고 흉노족 토벌에 나섰다가 흉노족의 게릴라 전법을 이겨내지 못하고 화평초약을 맺는다. 조건 중에 하나가 한나라 공주를 흉노족의 왕에게 시집보내는 것이었다. 이렇게 강제로 시집가는 공주를 화번공주花番公主라고 불렀다.
한나라 왕은 후궁 중에서 화번공주를 고르거나 신하의 딸을 양녀로 만들어 공주로 신분을 바꾼 뒤에 시집보내곤 하였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왕소군은 후궁 중의 한 사람이다. 한 나라 원제 때의 일이다. 후궁이 수천 명이나 되기 때문에 왕은 후궁의 얼굴을 일일이 알지 못하였다. 요즘처럼 카메라가 발달하고 사진첩이 있던 시대도 아니었다. 요즘처럼 사진첩을 통해 왕이 후궁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왕소군의 운명은 백이십퍼센트 달라졌을 것이다.
카메라 대신에 화공이 후궁의 얼굴을 그려서 왕에게 올리면 왕이 그림을 보고 미인이다 싶은 후궁을 불러서 만찬을 함께 했다. 후궁이 왕에게 부름을 받는 것이 화공의 손에 달려있었던 것이다.
예나 이제나 눈치 빠른 후궁은 갖은 수단을 써서 화공의 계좌번호를 알아내어 후속조치를 취한다. 그렇게 되면 실물보다 훨씬 예쁘게 그려준다. 일단 왕의 부름을 받을 확률이 급상승하는 것이다. 포토샾 기술만 아니었지 포토샾 뺨치는 기술을 화공이 구사했던 것이다.
왕소군은 자존심이 남달랐던지라 화공의 계좌번호를 물어보거나 화공의 부인에게 명품핸드백을 선물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화공은 이런 사람에게는 실물보다 훨씬 덜 빛나게 하는 권리 아닌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눈이 한 쪽 살짝 찌그러지게 그린다든지 얼굴에 점을 몇 개 찍는다든지 하는 바람에 왕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러던차에 화번공주를 보낼 일이 생겼다. 왕은 그동안 화공이 그린 초상화 중에서 가장 못생긴 사람을 골라 흉노족의 왕에게 시집보내기로 하고 못생긴 그림의 주인공을 불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천하의 절색이 눈앞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흉노왕과 이미 결정한 상황이어서 바꿀 수도 없었다. 서시, 초선, 양귀비와 왕소군이 중국의 4대 미인이다. 왕은 애석했지만 어쩔 수 없이 흉노왕과 함께 왕소군을 떠나보냈다. 그리고는 추하게 그려서 올린 화공 모연수를 처형해버렸다. 졸지에 아까운 예술가 한 사람이 그만 운명을 다해버렸다.
저 앞에 소개한 시는 동방규가 왕소군이 흉노 땅으로 끌려가다시피 시집가는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허허벌판 오랑캐 땅에는 시기적으로 봄이 되어도 사방에 화초가 없다. 측정만 안했을 뿐 미세먼지의 농도가 아주 높았을 것이다. 먼지바람이 앞길을 가로막으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입고 있는 옷의 허리대가 느슨해지는 것은 허리 자체에 디스크 증세가 있어서가 아니고 맥이 풀려서이다.
세월이 흐른 뒤 이태백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왕소군의 심정을 표현하였다. 왕소군이 흉노왕과 함께 떠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촬영되어 후대까지 전해지는 것도 아닌데 시인들은 마치 동영상을 본 것처럼 잘도 그 광경을 묘사한다.


昭君拂玉鞍 소군불옥안
上馬涕紅頰 상마체홍협
今日漢宮人 금일한궁인
明朝胡地妾 명조호지첩


왕소군이 옥안장을 끌어 붙잡고
말에 오르는데 붉은 뺨에 눈물이 주르륵
오늘은 한나라 궁궐의 사람인데
내일 아침엔 오랑캐 땅의 첩이구나


말타기도 말타기 나름이다. 왕소군의 말타기는 눈물 콧물이 앞을 가리는 말타기이다. 붉은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렁그렁 맺혔다가 주르륵 흘러내렸을 것이다.
백거이는 장한가에서 양귀비가 죽어서 하늘나라로 간 뒤에 왕이 보낸 사신을 맞이하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玉容寂寞淚闌干 옥용적막누난간
梨花一枝春帶雨 이화일지춘대우


옥같은 얼굴 쓸쓸하게
눈물이 멈추지 않으니
배꽃 달린 한 가지가
봄비를 머금고 있는 듯


이제 막 꽃이 핀 배나무 꽃가지에 봄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꽃잎을 적시고 가지를 적시고 나뭇가지에 스며들다가 방울방울 빗물이 가지에 매달린다. 조금 있다 방울이 더 커지면 뚝 떨어지겠지만 떨어질락말락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물방울이 사신을 만나자 왕에 대한 그리움이 울컥 치밀어오른 양귀비의 눈가에 옮겨가 그렁그렁 매달린다.
시인의 눈에는 떨어지기 직전 찰나의 물방울이 스톱모션으로 잡히는 모양이다.
하얀 배꽃이 피어있는 나뭇가지에 물방울이 맺히고 비 그친 뒤 떠오른 달빛이라도 물방울에 스며들어 비치면 저절로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를 읊조리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어쩌다 보니 눈물타령 봄비 타령이 되어버렸다. 마음을 정제시켜주는 것으로 눈물만한 것이 있으랴. 기도정진 하다가 한밤중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다가 까닭도 하염도 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러본 사람은 달빛과 눈물방울이 만나서 심연의 번뇌를 녹여주고 씻어준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으리라. 소쩍새 울음소리가 눈물방울에 스며 녹기라도 할라치면 시신경 맨 뒷줄기쪽의 속눈썹 몇 줄기는 평온한 삼매에 들기도 한다.
정몽주의 봄비에 관한 시를 마저 감상해본다. 익히 알려져 있는 시인데 세월이 흘러 감상할수록 시 자체에서 들려오는 빗소리가 굵어지기도 하는 듯하다.


春雨細不滴 춘우세부적
夜中微有聲 야중미유성
雪盡南溪漲 설진남계창
草兒多小生 초아다소생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더니
한밤중에 희미한 소리가 들려오네
눈이 다 녹아 남쪽 시냇물 불어났으니
풀싹들도 얼마간 돋아나겠지


시인의 눈에는 눈물방울이 스톱모션으로 잡히기도 하고 한밤중이 들려주는 소리가 스톱모션으로 들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어디 시인뿐이랴. 초롱초롱하게 깨어있는 이들에게는 눈꽃 속에 이미 매화꽃이 보이고 땅속에서 기지개를 펴고 올라오는 풀싹도 보이는 모양이다. 콘크리트처럼 굳은 땅도 가리지 않고 뚫고 나오고야 마는 희망의 풀싹이 바야흐로 돋아나고 있다.